내마음 별과같이/ maronie




홍화를 한약재로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지만

정작 홍화가 자라는 밭을 본적은 없었다


당귀,작약,천궁,같은것도 그냥 약재로는 잘 쓰지만

그것이 자라는 약초밭은 구경하기 힘든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다 2002년 그러니까 월드컵이 열리든 그 해에 충주 월악산

북쪽편 덕산면 인근 억수리란데를 충주 살던 친구와 같이 갔다가

친구는 산삼캔다고 아는 이들과 산으로 올라가고 나는 혼자 아랫동네를

어슬렁거리다 홍화밭을 처음 발견했었다


그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색감~ 처음 본 홍화는 신비 자체였다

그리고 인근동네에 마침 익어 뚝뚝 떨어지던 살구! 무심히 살구는 아랑곳도

않고 낮잠을 청하는  멍멍이들^  그리고 앞 논둑에 빨갛게 익어가던 산딸기!

아무도 따 먹지도 않고 그냥 방치되던 그것들^ 웬지 평화란 말이 가슴속으로

꾸역 꾸역 스며들던 당시 풍경이었다


수안보에서 송계계곡쪽으로 가는 길




그로부터 무려 17년만에 그 홍화와 살구가 생각이 났는데,천안 우정힐스에서

열리는 한국오픈 골프대회를 가볼까,, 하다(예전 같으면 갔을듯) 입장료가

5만원씩이라는데 정나미가 뚝~ 천안까지 이 더운데 가 주는것만도 고맙지,

무슨 입장료를 그렇게? 나 받나! (물론 주최측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에라! 그 돈이면( 둘이 10만원) 충주 월악산이나 가서 맛있는것 사 먹고

홍화사진도 찍고, 운 좋으면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도 따 먹고, 덤으로 뽕이며

산딸기 까정~ 캬! 그게 백번 낫겠네,,암 낫고 말고!!



충주 지나 수안보가는길 거쳐 덕산면으로 가는 길은 수려하기 그지 없었다

햇빛은 쨍쨍 나뭇잎은 반짝! 하늘엔 흰 구름이 둥실^ 오랜만에 점심 먹으러

들어간 송계계곡도 많이 변했다. 계곡 주변엔 펜션이 즐비하다. 여기 와서

숙박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역시나 펜션 사업은 이젠 어렵지 싶다





그런데 맛집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간 식당엔 일단의 등산복차림 아저씨 아줌마

몇명이 마치 운동경기에 응원하듯 큰 소리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아!  이무슨

추태란 말인가? 저 무식함, 저 건방져 보임, 대체 왜? 저렇게 떠들고 주변은

아랑곳 안하고 난리를 칠까?


서둘러 산채 비빔밥 한그릇을 비우고 자리를 떳다. 집 사람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런데 하늘에는 아까 충주호를 끼고 돌아 들어올 때부터 너무도 멋진 구름이

휘돌고 있었다. 도무지 저 멋진 구름 때문에 차를 몰고 갈수가 없다. 쉬고 또

쉬고 내려서 사진 한장 찍고,다시 출발하고. 


네비에 '억수리' 를 치고 송계계곡에서 출발했다. 뭐가 억수로 많이 나오든지

억수로 재수가 좋다는 동넨지 ~ 마을 이름에 얽힌 사연까지 알아볼순 없었

지만 암튼 16년전 수필집 낼때 그 동네 이름을 살짝 기록해 둔 고로 나는 그 작은

끈 하나를 잡고 억수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물론 다 익은 살구가 낮잠을 자는 동네 개들 머리위로 뚝 뚝 떨어지는 상상도

겯들이면서 말이다. 지금도 그럴까? 혹시 살구나무를 다 베어 버린건 아닐까?


헌데, 억수리 들어가는 입구 주변 어디에도 빨갛게 핀 홍화는 눈 씻고 봐도

없다. 보고 또 보고 찾고 또 찾고 시속을 낮추어 아주 천천히 동네를 들어가며

양 옆을 살펴도 홍화밭 비슷한것도 없다


억수리를 다 돌고 산허리를 감아돌아 올라가니 멀리 월악산 봉우리와 함께

주변의 흰 구름만 보이고 또 보인다. 내려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마침

까맣게 익은 뽕나무를 발견하여 열심히 따서 먹어 본다



멀리 보이는 산정이 월악산이다



송계계곡에서 본 구름



이거 뭐 홍화 대신 흰구름만 보는셈이다. 유월 중하순의 푸르른 신록과 마침

하늘에 흰 구름이 걸쳐있는 풍경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멋진 풍광 이었다

나는 어느새 홍화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거기다 잘 익은 살구 나무도

전혀 찾을수 없었고 예전의 그 동네가 아닌듯 뭐가 어딘지 도통 잘 알수가 없다


그러나 미워도 다시한번이라고 억수리를 나와서 안쪽 덕산면으로 달렸다

덕산은 한약재를 많이 재배하는 동네로 20여년전 내가 한약을 지어줄땐

덕산으로 가서 당귀며 천궁 기타 한약재를 국산이라 해서 열심히 사오곤

하던곳이다


그때 " 앗 저게 뭐야? 홍화 아닌감? " 덕산면 입구에서 두어고랑 심어놓은

홍화를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 가면 더 멋진게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계속 들어가 봤지만 홍화는 더 이상 없었다. 보이는 거라곤 양파나

양배추 이런것들 뿐이었다. 돌아 내려와 동네 노인정에가서 왜? 홍화가 없어

졌느냐고 물었다


" 그거 보관도 힘들고~ 또 돈도 안돼요! 요즘 홍화 팔리지가 않아요"


그러면 그렇지 돈이 안되는구나! 허긴 요즘 누가 홍화꽃으로 차를 달여 먹으며

홍화씨를 관절에 좋다고 먹어 줄까? 그거 아니래도 너무도 좋은 칼슘제며 콜라겐이

넘쳐나는 세상 아닌가?  결국 몇몇 관상용 재배를 하는 관광 농원을 제외하면

이제 홍화는 이땅에서 사라진거다~


거기다,동네 입구로 내려와 두어 밭고랑 심어놓은 홍화꽃을 찬찬히 살펴보니 17년전

그토록 내가 황홀하게 봤던 그 꽃이 아니다! 음 눈이 변한걸까? 미적 기준이

높아진걸까? 이젠 홍화가 별거 아닌거로 보인다! 허~ 이거참,




덕산면 동네 입구에서 본 유일한 홍화



홍화에 대한 미련을 깨끗히 접고 집으로 달린다. 왕복 300km 를 홍화 하나 보려

달렸지만 하늘에 뜬 하얀 구름만 본 셈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 마음은 그 어떤때

보다 흡족했고,또 실제 홍화도 봤잖은가?


집에 돌아온 저녁 오늘따라 석양이 예사롭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저녁 노을 사진을 몇장 찍어 본다.


오늘은 홍화 대신 구름을 보는 날이로구나~그래

홍화는 이제 사라졌어! 홍화가 뭔지를 본적이 없는 분들은 이 사진을 유심히

보아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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