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들판은 벼가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얼핏 누우런 기운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무덥던 여름^

사람들이 에어컨과 씨름하고 있을때
참외 수박, 옥수수는 몸서리를 치며 익어 갔고
찌는듯한 땡볕과 숨막히는 바람을 맞으며
들판의 벼는 자라고, 패고 ,열매를 맺어
갔다^ 
 
논둑길을 걸어 보셨나요?  
 
 
학교 가는 길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판으로 메뚜기 잡으러 가는 길에^
들판 가운데 있는 웅덩이에
멱 감으러 갈때^
 
그때 논둑을 걸었던 사람들^
친구들, 시골 이웃들^ 
 
논둑이 있어 진정 행복했음을 이제야
조금 깨닫는다~ 
 
요즘 그 누가  있어 이 무더운 여름에
논둑길을 걸을까요? 

 

 

 
장호원 감곡으로 복숭아를 구하러 달립니다
차창 밖의 들판은 한 여름과 씨름하는 푸른
들판이 펼쳐집니다
 
문득 논둑길이 멀리 보입니다
아!! 저 논둑길^ 
 
아침이면 투명한 이슬이 벼 잎에 맻힌 그 길을
걸었읍니다^  몇 걸음만 걸어도
발목은 이슬로 젖어 다 적셔집니다
메뚜기 새끼가 날고 개구리가 풀쩍 뛰어
논으로 사라집니다
어디서 뱀이 튀어나올지 몰라 항상 조심스럽지만,
매캐한 벼 냄새가 잔뜩 코속으로 들어오던
그  논둑길 입니다  

 
  곧 가을이 오고 벼는 더 익어 갈테고
지금은 사라진 메뚜기 대신 하늘엔 잠자리가
어지러이 날 것입니다^ 
 
논뚝, 밭뚝, 골목길, 미류나무,신작로,떼지어 나르던
콩새! 촉새^ 나무 담장속에 가득 숨어있던 참새^
베어진 아카시아 나무에서 풍기던 비릿한 냄새~ 
그리고,,
새악시 볼처럼 볼그레 익어 가는 복숭아^ 
 
그 복숭아 맛을 잊지 못해 감곡으로 달립니다
백도,황도,천도,엘바도, 복사꽃의 화려한 봄
추억과 더불어  기대감을 부풀리던 초 가을의
복숭아 과수원~ 
 
 복숭아가 먹고 싶어 어스름 밤, 과수원 철조망을
넘었던 시절,  단 한 알도 못 따고 개 짖는 소리에
도망쳐 나왔던 이슬비 내리던 밤 이 또렷하게 기억
납니다  
 
처음 엘바도를 접하고 두 박스를 하루만에 다 먹어
치운 기막힌 복숭아^  지금 엘바도는 잘 키우고
있을까?  옆집 살던 누님의 남편은 장호원에서
엘바도를 남겨둔채 한많은 생을 끝내 버린지
벌써 수년이 흘렀다~ 
 
복숭아 한알에 끝없는 추억이 매달려 나온다

나의 시골집 담 벼락에 자라던 개 복숭아 말고는
단 한번도 복숭아를
키워 본 적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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