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뭐여? 아니 뭐가 단풍이란 말이여?


교과서에 나왔던 정비석의 '산정무한'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다^ 지금 교과서에는 당연 사라졌겠지?

정비석이 금강산의 단풍을 보고 멋진 필치로 작성한 그 글을
당시에는 그닥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 단풍을 본 적도 없었고
단풍이 좋은지,어쩐지를 거의 모르는 수준이었으니까^


공세리 성당 2017.11.9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단풍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낙엽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덩달아 단풍까지 좋아진 것이다.

봄의 꽃이 좋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가을의 단풍보다 범위가 적다.
봄 나무에 피어 오르는 연두색 새 잎이 너무 좋지만, 가을의 단풍에 비해
강렬함이 훨 적다. 불타는 단풍은 生의 열정을 보는듯 하고 떨어진 낙엽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보는듯하다. 단풍,낙엽 둘 모두 장엄하다.

단풍을 쫒다보니 동네에서 점점 먼곳까지 찾게 되었다. 헌데 먼데 단풍구경
갔다가 인파에 떠밀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교통체증으로 파김치가 되어본
이후 한동안 먼곳의 단풍을 멀리했다. 단풍구경은 단체로 할게 못된다. 그건
말 그대로 구경일 뿐이다. 진짜 단풍을 보려면 혼자 가야한다. 그래야 사진도
호젓히 찍을 수 있고 천천히 음미할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단체로 떠밀려
다니면 감상은 물건너 간다.


용인 보라동 2017.11.4



정비석의 산정 무한을 읽어 보면 작가가 얼마나 단풍에 취해 감격했는지
알수 있다. 적어도 산정무한에 작가가 기술한 정도의 감동을 가져야
단풍구경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지않을까? 구경만 하면 뭐하나?
그 감동과 여운이 최소 1년은 가도록 해야 할것이다.
왜냐면 1년후면 다시 그 단풍을 볼수 있으니까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평생
그 여운이 갈수도 있을것이다!


그런 단풍을 보신적이 있으신가? 그런 감동을 느낀적이 있으신가?
그렇다. 단풍구경도 단계가 있다. 처음부터 맨위 계단급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훈련이 필요하다. 몇년전 엄청난 감흥을 느꼈던 단풍이 나중에
보면 별게 아닐수도 있다. 보는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것이 사진이다. 눈으로 한번 휙 보고 지나쳐서는
보는 눈을 높이기 힘들다.

찍어서
보고 다시 보면, 뭘 보아야 하는지 뭘 지나쳐도 좋은지, 뭘 찍어야 하는지,
뭘 찍을 필요가 없는건지가 구분이 된다. 정비석 시절에는 사진이 지금보다
보편화가 안됬고 쉽지 않았을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글로 모든걸 해 치웠다.
원체 명문인지라 글만 읽어도 감흥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허나 잘찍은
사진에 글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지 않을까?


맹사성 고택 2017.11.9



" 어! 단풍 들었나! 낙엽도 떨어졌군~ 가을은 끝이야^ 까짓 단풍이 뭐 별건가?
먹고 살기도 바쁜데^ 한가한 사람들이나 단풍 타령이지^ 까짓 단풍얘기라니,
난 그런데 관심없소! "

그럴수도 있지^  필자도 나이 60 근처까진 진정한 단풍의 멋도, 더구나 낙엽
의 아름다움 같은거 모르고 살았으니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게 눈에 들어
왔다!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 이 말의 참 뜻도 모르고 살
았다. 왜? 가을이 남자의 계절이라 하는지를 알 까닭이 없었다. 단풍과 낙엽
이 눈에 안 들어 오는데 무슨수로 그걸 느낄수 있단 말인가? 나는 단지 봄이
무작정 좋았다. 내 인생에는 봄만 있었고 가을의 자리는 놓여있지 않았다.


마곡사 2017.11.12



그런데 " 아! 단풍과 낙엽이 멋있어 지기 시작했어요^ " 라고 말하니

" 아! 참 좋은 감성이 발현되는가 봐요! "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라 대뜸 " 그런거 눈에 들어오면 나이 먹었다는 증거요~"
라고 1초도 안되 반응이 되돌아 왔다. 거참!

나이 먹으면 저절로 그게 눈에 들어 온단 말인가? 허기사 그럴수도 있긴
하겠지^ 허나~ 천만에, 나이 50이 적은건가? 필자도 4-50 대를 거의 까막눈
으로 지내왔는데, 누군가가~ 혹은 무슨 계기가 있어야 그게 눈 떠지는게 아
닐까? 어쩌면 이런글을 쓰는 이유도 누군가에게 그런 계기를 만들어 줄수 있
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램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눈에 안들어 오면 까막눈이지, 글자를 몰라야 까막눈이 아니란거여~
신출귀몰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에 안 보이고 마음에 느낌이 없으면 그게
바로 인생 까막눈이지 뭐 별거냐고! 그나마 60줄에 눈에 들어온것만해도 감
사할 일이지~


선운사 2017.11.12



" 그래 그렇다 치고 어떻게 하면 까막눈에서 벗어날 수 있소? "

관심을 가지고 자꾸 보는거지^ 보고 또 보고 !
자연의 신묘한 이치를 깨닫는 거지~ 비가 오는거,싹이 트는거,
열매가 열리는거,꽃이 피는거,어둠이 밀려 오는거,해가 뜨는거,
바람이 부는거,구름이 흘러 가는거,새가 우는거,날아 가는거,이슬이
맺히는거,곡식이 여무는거,눈이 오는거,얼음이 어는거,

그외
수도없는 자연의 이치를 원초적 관점에서 들여다 보는거지^ 과학이라는 걸로
분석해 보고 말면 세상 아무것도 신기할게 없어^ 예전 사람들이 비가 하늘에
서 때때로 내려주는걸로 이해했으니 신기했지 땅과 바닷에서 물이 증발해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걸 다 알았다면 신비스럴게 하나도 없는거지^

과학이라는게 때론 사람들의 눈을 멀게하지! 생각을 안하게 만든단 거여^
그건 이래서 그렇고 저건 저래서 그렇고 설명이 되지만 그런 과학적 해석에
앞서 어떻게 그렇게 되지? 하고 원초적 질문을 하는데서 바로 감흥은 시작되고
인생의 신비는 더 커지는 법이지. 그렇게 마음의 눈을 키워야 비로써

단풍은 뭐야? 낙엽은 또 뭐지? 푸른 잎이 붉게,노랗게 변하여 산천을
뒤덮는게 실로 오묘함을 몸서리치게 느낄수 있게되는거지^

비가 와서 땅을 적시고 땅속의 물을 빨아들여 나무잎을 키우고 해서 나무도
자라고 잎이 할일을 다하고 나면 가을에 단풍이 들고 다시 잎은 땅에 떨어
져 낙엽이 되고 썩어져 거름이 되고, 땅이 말라도 그 아래는 물이 흐르고
높은 산 꼭대기까지 물이 스며들어 나무를 키우고, 이것이 어디 중력의 법
칙에 맞기나 혀! 세상의 이치는 전부 신비야^ 바다의 물이 하늘로 올라가
비가되어 내리는것 이게 신비가 아니고 뭐란 말여? 신비와 기적이 매일매일
내 주변에서 무한히 반복되는데 그걸 느끼느냐 못 느끼냐는 그래서 천지
차이라는 거지^


선운사 2017.11.12

" 난, 그래서 그렇게 이해하고 다 하는데도 도통 단풍이니 낙엽같은건 눈에
안 들어오니 어떻합니까? 뭐가 잘못된 거요? "

그럴리가~ 아마도 그러면 건성으로 보는걸게요^ 남이 해놓은걸 마치 내 것인
양 착각하고 껍데기 인생을 살고 있는게 아닐지~ 진정한 의문과 물음을 세상
과 자연에 계속 던지는데 눈에 아무것도 안들어 오는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좋은 처방을? 드리리다^ ㅎㅎ

사람에 따라서는 타고날때부터 좀 무디게 좋게 말해 원만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긴하오! 이런분들은 좀 심각한것, 예리한 분야, 예컨데 문학,
음악,시인,화가, 즉 예술로 가기는 좀 어려울수도 있을거요! 허나 뭐
세상이 온통 예술일수는 없는것이니~ 암튼,

TV,인터넷,페이스북,카카오톡,밴드,카카오스토리 등등 손안에 너무 많은 정
보가 쌓여있다 보니 그거 보기도 버거운 세상^ 내 생각과 의견을 정리하기보
다 남이 올려준 정보와 생각을 소화하기도 힘든세상^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남이 작성해 놓은 글은 아무리 멋지고 감동적이라해도 내 마음에 오래
남지를 못해요^ 더러 그것도 필요한때도 있지만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지
허구헌날 남의 글이나 시나 좋은글 퍼올리는 분들 제발 좀 생각좀 하시라요!
좀 힘들어도 내가 쓴 시 한소절! 글 한 줄,노래 한곡,사진 한장, 이렇게 해야
생각과 마음과 눈이 열리지요^

진정한 자신만의 세상을 보는 길은 거기서 부터
출발한다고 보시믄 될겁니다^


그런데 말씀이지만^

선운사 2017.11.12

올해 드디어 가슴이 뻥 뚫어지는 단풍을 보았다는 겁니다. 서찰 경내에 있는
감나무는 道를 닦아서인지 동네 감나무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 줍디다.
바람결에 흘러오는 염불 소리를 들어서인지 단풍도 그 모양과 색감이 완전
달라요! 세계 제일이라 일컽는 교또의 단풍도 어렵게 가서 보았지만 우리나라
의 법력이 더 쎈지 단풍도 한수 위가 아닌가 판단이 드느만유^

아직 세상을 돌아본게 미천하지만 아! 여기 천국이네~ 하고 감탄한적이 두번
째인데 그 하나가 바로 북해도의 오따루 인근 키로로 스키장 파라다이스 코
스다. 파라다이스 란 코스 이름답게 오직 눈만 보이는 그곳에서
형용할수 없는 천국의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올해
단풍구경을 한곳 중 하나인데,,

' 인간의 세상이 아니었다'


천국은 내 마음속에 있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천국이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현존하는 실체! 허나 마음에 천국이 없는자는 세상의 천국이 눈에 보일리가
없을것이다! 

그러나 벼르고 별럿건만 올해도 단풍의 최적기를 2-3일 놓치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자연의 순간 변화를 다 따라갈순 없다. 어찌 정확히 시간을
맞출수 있단 말인가? 

다음을 다시 기약해야지^
그려! 또 가면 되지^* 뭐!


선운사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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