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70년대 말 제약회사에 다닐때 염모제에 관한 연구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원래 태평양화학의 자회사꼴인 회사였기에 염색

제품에 관한 것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동네 미장원을 가서 연량대별로 잘라둔 머리를 수거해서 가져다 발색

시험을 했다.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머리염색은 상당부분

멋을위한 칼라를 변형시키는게 주 용도이다. 그 외에 흰머리를 검게

물들이는것도 한몫을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를 보면 일단 머리는 검어야 한다는 철칙같은 고정 관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선 머리가 희거나 노랗거나 기타 색상을 하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부 연예인들이 기상천외한 머리 칼라를 보여

주지만 어디까지나 극히 예외이다.

 

외국은 머리칼라가 우리보다는 좀더 자연스러움에 가까운거 같다. 흰머리를

하고 TV화면에 등장하는 정치인도 다수이고 약간은 노란빛도 있고 암튼 머리

칼라를 자연 그대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우리는 매우 획일적이고

신중한 편이다.

 

웬만하면 염색을 해서 칼라를 검게 한다.내가 머리 염색을 한지는 벌써 25년도

더 되었다. 정확히 몇살부터 했는지 기억은 없으나 아마도 40대 초반부터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러다문득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내 본성대로 머리칼을

놔둬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2017년 초부터 염색을 중지했다.

 

그 결과 한 4-5개월이흐르니 자연 흰색을 기반으로 하는 머리칼라가 완성되었다.

사람들은 괜찮다는 평과 왜 그렇게 하냐는 반응이 만만찮았다. 우선 집에서 집사람

부터 반대가 심했다. 장모님도 반대셨고, 주변 친구들도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은근히

별로인 눈치였다.

 

그런데 막상 염색을 중지하고 나니 참 편했다.머리칼도 훨씬 덜 빠지는것 같고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았다.

 

 

 

오늘 아침 다시 염색을 하기전 기념으로 찍은 사진^

 

 

어떻게 보면 완전 흰머리도 아니고 정수리와 뒷머리 목부분 그리고 귀밑

머리는 검게 나오고 있었다.

 

염색을 중지한 이유중엔 자꾸 빠지는 머리칼을 보존하자는 취지가 강했다.

샴푸는 일체 쓰지 않았고 어성초,하수오로 만든 비누만 사용했다. 그 결과

빠졌던 머리가 거의 상당수준으로 복구되었다.

 

그러나, 약국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상의 문제가 있었다. 실제 염색

중지후 위의 머리칼라 상태에서 약국 경영에 특별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원체 동안이다보니 예전엔 내 나이보다 너무 어리게 보이는

문제도 없지 않았으나 흰머리를 하게되니 약간은 그게 캄푸라치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약국을 했었던 친구는 흰머리를 적극 반대하였다. 이유는

약국에 오는 손님들이 너무 부담을 갖게 된다는 거였다. 아무래두 흰

머리를 한 약사님을 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였다. 한편 일리있는

얘기다. 웬지 고객의 입장에서 부담이 될법한 얘기다. 어디 점을 보러

가거나 도술을 하는 곳이라면 그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약국은 좀 다를

수도 있을것이다.

 

해서,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나의 염색중지 결심은 일단 여기서 끝을 내게

되었다. 원래 내 머리가 어떤지를 충분히 알았고 세상을 나만의 편의로만

살수는 없겠기에 일정부분 타협을 한것이다. 허나 역시 이부분은 한국인의

허위 의식과 관련이 없다고 할수가 없다. 머리는 검어야 한다, 나이들어도

검게 염색을 해야한다. 흰머리는 나이가 많아 보인다. 등등이 꼭 허위 의

식이라고 단정할수만은 없지만, 일정부분 허위 의식의 발로라 아니할수도

없을것이다.

 

해서 일단은 약국을 할 동안은 염색을 유지하기로 했다. 좀 귀찮고 자연스럽

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이왕 다시 염색을 한거 좀 더 활력적으로 보였으면 한다^

10여개월에 걸친 나의 자연주의 실험은 오늘로 일단 종료를 한다^

사실 중요한건 머리의 색깔이 아니라 머리숱이 얼마나 오래동안 잘

보존되는가 아닐까?

 

내 개인의 경우에는 사실 2010년의 모발보다 7년이 지난 현재의

머리숫이 현저히 많다. 많은 분들이 광고를 보고 특정 제품을 구매하러

오시는데, 사실 탈모엔 정답이 없다. 원인도 제각각 체질도 제각각이라 뭐가

탈모에 잘 들을지는 아무도 단정할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추정할수

있는건 스트레스가 제일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혈관계의 순환불량,

불충분한 영양소,등이 겹쳐 탈모를 촉진시킨다고 여겨지는데, 염색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수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것은 두피에 남은 머리칼의 숫자보다 머리색이 검은것이

더 중요한듯이 여기는 풍토가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장기간의 염색이

탈모에 영향을 끼치리라는건 부정할수 없을것이다. 그런데도 머리슷보다

색깔을 더 중시하는듯한 조류를 여전히 나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찌됬건 머리숫이냐 머리칼라냐는 각자의 판단에 맏길 수 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적응하며 살려면

이 딜레마를 잘 극복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말이다^^*

 

'포토 에세이, 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 최초의 주례사  (0) 2017.12.07
단풍 얘기 두번째^   (0) 2017.12.06
도토리 줍기   (0) 2017.10.14
나의 오우가(五友歌)  (0) 2017.09.30
지방분권 자치 시대에^  (0) 2017.06.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