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면서 이미 산중의 밤은 다 떨어져 버렸다. 밤송이가 누렇게 익어갈때가 그나마 가을의 초입으로 느낌이 좋은때이고 땅에 떨어진 거므퇴퇴한 밤송이를 보면 웬지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런데, 도토리는 대체 언제 떨어질까? 밤과 함께 떨어지나,아니면 밤이 다 떨어지고 나면 떨어지나?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참나무가 지천 으로 뒤덮인 산을 자주 보게된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 아,저 산엔 가을에 무쟈게 도토리가 많이 떨어지겠군" 그렇다면 그많은 도토리를 다 줏어서 도토리묵을 쑤어 먹는가? 우리 동네의 참나무
그런데 올해 추석연휴에 우리동네 입구의 참나무에서 도토리가 꽤나
많이 떨어졌다. 동네 주민들이 오고가며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대체 저게 한줌씩 줏어서 뭐에 쓸라고 저러나? 작년 가을에도 그런 풍경은
매일 목격되던터라~
두어 차례 마을 입구 참나무에서 줏은 도토리가 족히 1-2 키로그람은 되었다.
그래서 아예 참나무가 많은 앞산으로 도토리를 줏으러 가 보았다. 내 예상으론
빽빽한 참나무 아래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려있을걸로 짐작을 했다.
그런데, 도토리는 하나도 없었다. 아니 왜 그럴가? 누가 이미 다 줏어간걸까?
허나 산비탈 낙옆에는 사람이 다녀간 흔적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동네앞에
서 줍고 또 줍고 해도 계속 떨어지는 도토리를 생각하면 누가 줏어갔다해도
다시 떨어져 있을터인데, 분명 산중엔 도토리가 거의 안 떨어진다고 추측을
해 볼수 있는거였다. 산중의 참나무엔 도토리가 덜 열리는게 아닐
까?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한가하게 도토리 얘기나 하고 계시우?
그러다 얼마전 티브이에서 겨울철 다람쥐들의 도토리 전쟁 얘기를 보게 되
었다. 다람쥐들은 한겨울 몇달을 자기 굴속에서 지내게 되는데 이때 미리
저장해둔 도토리를 까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이고 그래서 미처 도토리를 확보
하지 못하면 다른 다람쥐가 숨겨놓은 도토리를 훔쳐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아차~ 그렇구나. 도토리는 1차로 산중의 다람쥐를 비롯한 동물들의 먹이구나^
아무 생각없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도토리를 싹슬이하듯 줏어대는 인간들
이야 말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원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체할수 없이 많은 도토리가 떨어진다면 일부를 인간이 취하고 나머지를 다
람쥐가 가져다 먹으면 되는거지만, 도대체 가을에 떨어지는 이땅의 도토리가
얼마나 되는 걸까? 어느정도를 인간이 줏으면 괜찮은 걸까?
요즘은 산중의 야생 밤은 사람들이 잘 줍지도 않는다. 너무 크기가 작고 먹
는맛도 별로고 해서 예전처럼 무조건 밤이면 최고라는 생각도 사라진거 같다.
헌데 도토리는 어떨까?
도토리 말고도 먹을게 넘쳐나는 요즘이다. 이젠 도토리는 산중의 동물들에게
양보하고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는게 아닐까?
<이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더니, 지금은 국유림등에서 도토리를 줍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고 수집물은 몽땅 회수를 당한다고 한다. 물론
사유림은 예외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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