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이 깨끗다 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적이 많노매라
깨끗하고 그칠 이 없기는
물 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아마도 변치 않을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을
그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것이 풀도 아닌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그를 좋아 하노라
작은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하노라
대나무 / 2016.5.武雄(타케오)에서 촬영
자, 위의 글이 그 유명한 윤선도의 오우가입니다.
水石松竹月을 저렇게 명료하게 잘 표현한 시도 드물듯 한데,
윤선도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삶의 철학이 정말 멋지게 표현되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1587년에 나서 1671년에 생을 마감한 윤선도는 당시로는 아주
장수를 한 셈입니다. 무려 85세 정도 살았으니 그 수많은 유배 생활에도
저렇게 장수를 했다는 건 무엇보다 윤선도가 울화병에 크게 시달리지 않았다는
증표가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타고난 체질이 강건하고 유유자적, 풍류를
적절히 즐기는 성품이 한몫한 건 아닐지,,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유배를 당했는데 그 스트레스가 얼마나 극심했을지는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선도는 그것을 잘 이겨내고 자연을 벗 삼아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니 정말 존경해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정철, 박인로와 더불어 조선의
3대 시조시가의 대표적 인물로 알려져 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뜻처럼 잘 안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제가 윤선도의 오우가를 가져온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과연 무슨 벗을 가지고 있나?입니다.
윤선도가 이 글을 지은 때가 대략 56세 그니까 1643년경입니다.
지금부터 378년쯤 됩니다. 뭐 길다면 길지만 아주 오랜 옛날도 아니지요.
水石松竹月 은 그냥 자연입니다. 한적한 시골에서 늘 접할 수 있는 자연인데,
유배지에서 사실 그것 말고 무엇과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산을 오른다, 낚시를 한다, 그림을 그린다, 악기를 다룬다, 책을 본다,글을 쓴다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듯하고 水石松竹月을 벗하며 여생을 보낸듯이 보입니다.
그의 어부사시사를 보면 낚시의 대가라는 게 정평인 듯한데, 그곳 바닷가에서 주로
낚시를 벗하며 세월을 보낸 듯하네요.
허나, 구체적으로 그가 어떻게 소일을 하며 지냈는지는 제가 연구가도 아니고 자세히
알 길이 없긴 합니다.
단지 그의 오우가만을 놓고 볼 때 시대를 달리하는 지금,
그럼 여러분은?
아니 나는 무슨 친구가 다섯 정도 있어 이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낼 것인가? 를
생각해 봅니다.
또한 그렇다 해도 저는 단적으로 水石松竹月 만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시절도 조선 시대와는 달라졌고 취미로 사귀는 벗도 달라졌기 때문이지요.
오우가에 낚시가 어째서 빠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본업인 약국과 더불어서
시간과 정열을 쏟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력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글쓰기,
골프, 스키
사진 찍기,
여행~드라이브
노래 부르기
그 외 더 이상은 시간도 부족하고 여력도 없어 가급적 추가하지 않고 있습지요.
물론 아주 간간이 등산도 하고 낚시도 가고 겨울엔 스키도 타러 가지만, 극히 제한적입니다.
하고 싶다고 뜬금없이 뭐든 다 해 볼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가까운 선배 중에 한 분은 자기 인생에서 10가지를 취해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하는데,
술, 담배,바둑, 고스톱만 추가해도 금세 4가지가 되니 10 가지도 많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술,담배, 고스톱 등을 집중해 연마할 취미라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암튼,
현대를 살아가는 제가 윤선도의 오우가와는 전혀 다른 친구를 벗하고 있지만, 실은
사진 찍기에 수석과 송죽이 포함되고 여행에도 그런 것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즐기는 이 땅의 많은 분들이 그러하리라 생각되고 또한 골프를 즐기는 많은
분들 역시 자연을 음미하고 자유를 희구하는 그런 마음이 있으리라 유추해 봅니다.
물론 등산을 즐기는 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혹자는 " 에이, 저거 뭐 웬만하면 다들 하는 거 아냐? 별것도 아닌 걸 갖고,, 뭘 그러셔^"
이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스킨스쿠버나, 패러글라이딩, 산악자전거 타기, 마라톤, 댄스, 서예, 그림 그리기
조각 등등 이루 헬 수 없는 수많은 취미가 있겠지만, 각 개인마다 나름의 호 불호가 있으니
이건 그저 단순히 개인적 취향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평범하지만, 가능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가 저의 방식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골프는 미국 PGTG 티칭 프로에, 애창 CD 도 6장이나 만들었지요.
사진은 30-40년 전부터 찍어 오기는 했으나 본격 탐구를 시작한 지는 약 6년 정도에 불과한
아직은 갈 길이 먼 수준입니다.
특별히 내세우거나 자랑할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것들을 시작하고 연마한 지가
시간차는 있지만 2-30여 년이 넘었다는 거, 어찌 보면 40대 초반부터 시작을 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위안을 얻는다는 건 그 시기를 어물어물 흘려보내지 않고 그나마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대처를
해 나갔지 않나? 뭐 그런 의미입니다.
물론 60대에 갑자기 시작한들 뭐가 안될 이유도 없는 거지만^ 늦게 시작하면 아무래도
좀 쉽지는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거 누군가 쓴 글을 전에 본 적이 있는데, 돈 있고 시간 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잘 되기 힘든 것
중에 사진, 오디오, 자동차, 옷맵시 등이 있는데, 저는 거기에 골프, 글쓰기 등도 포함될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오랜 연마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뭐 이것뿐이겠습니까? 세상 모든 일이 대체로 긴 연마의 시간이 필요하지요~
제 블로그는 저 다섯 가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저의 살아가는 인생 기록이 모두 저걸로
표현되고 있는 셈이지요.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윤선도의 오우가와 저의 다섯 가지 취미를 연관 지어
글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감히 당신이 어떻게 윤선도를 비유해서 그런 글을? 하실 수도 있으나 뭐 저뿐 아니라 여러분
어느 누구도 그러하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요.
물론 윤선도의 고고한 기상에 쉽게 도달할 수준은 아닐 수도 있고 또 방식도 다르지만
그렇다 해서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그런 분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개인적 생각이지만, 시 문학 등에 뛰어난 사람이 현실 정치세계에서 동시에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윤선도는 중앙 정치무대 보다는
자연과 풍류를 즐기며 한평생을 사시는데 더 적합한 분이었다 생각을 하지요!
다시 한번 읊어 보아도 역시 오우가는 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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