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편지/강인원 

 

 

통영 2016.10.2

 

 

아침 공기가 쏴아 하니 귓가에 스칩니다.
아직은 푸른빛이 훠얼씬 많은 나무잎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읍니다.
간혹 빛바랜 잎들이 한둘 살랑살랑 떨어져 내립니다. 저것들이 바람에
날려 쒸~이하고 멀리까지 날려가는 것을 보면 웬지 마음이 쓸쓸해 지곤
합니다. 

 

추운 겨울을 간신히 이겨낼 즈음이면 어김없이 훈훈한 봄 바람이 남쪽으로
부터 불어 옵니다. 같은 바람이지만 그때의 봄바람은 아무리 불어도 싫지가
않읍니다. 가슴으로 밀어 닥치는 봄바람은 마음을 하늘까지 솟구쳐 오르게
합니다. 풀 냄새,흙 냄새, 어늬 논바닥의 진흙 냄새, 외양간의 소 냄새같은 것들도
섞여 불어오곤 했지요. 

 

가을의 바람이 씽싱 불면 그처럼 난감한게 없읍니다. 예쁘게 단장한 잎새들과
모질게 이별하는 것도 볼썽 사납지만 무엇보다 그건 가을의 정취가 아니기 때문
입니다.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들녁 모닥불의 연기가 다소곳이 올라가듯 , 노오란
은행잎이 사뿐히 내려앉듯, 느티나무의 맛갈스런 갈색잎이 흩어짐 없이 바로
원래있던 가지아래 다소곳이 내려앉아 있어야  제 맛입니다. 

 

굳이 살면서 봄바람은 어찌 불어오고 여름바람은 어떠하며 가을바람은 또 어떤것이고
를 따질 이유야 없을것입니다. 바람은 저 불고 싶은대로 부는 것이고 비는 오고 싶으면
오는 것일테니 말입니다.

 

 

수년전 갑자기 저한테 닥친 의문 아닌 의문이 저, 바람 이었읍니다. 도대체 저놈의 태풍은
왜 저리 사납게 불어 온통 지구를 뒤집어 놓을까? 그런 의문을 내어 놓으니 우리 동료나
후배들은 ' 아! 그것은 자연계의 무슨 현상으로 어쩌구.. 저쩌구.. ' 

 

역시 예상한 대로 그런 답들이 나왔었지요.
 
 봄바람이 저리 휙휙부는 이유는~ 잔뜩 피어 있는 꽃과 화분을 날려 될수록 많이 수정이
되게해서 이땅에 많은 열매를 가져다 주기 위함이다. 그러면 가을바람이 이리 적막하게
고즈넉하게 부는둥 마는둥 하는것은 하나라도 덜 익은 과일이나 열매가 행여 미리
떨어지지 않게하기 위함이다. 그저 다~ 익고 나면 저절로 떨어지도록 하라는 자연의
섭리이다. ㅎㅎㅎ, 아무튼 저는 그게 말이 되냐고 하든 말든 그렇게 믿고 싶읍니다. 

 

실제로 가을 열매가 바람에 날려 어디 개울에 쳐박힌다든지 하는 경우는 잘 없읍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봄 바람을 보고 가을 바람을 보니 뭔가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읍니다.

거저 당연히 오는 것으로 알던 빗방울도 달라 보이고 자연의 심술쯤으로 여기던 태풍도 달라
보이고 하다못해 하늘에 둥실 떠있는 구름도 그러하였고 밤하늘에 빛나는 달도 왜 하필 저게
하나 뿐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고^(이왕이면 동서남북 각각 한개씩 네개의 달이 있었어도
뭐이 안될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고운 님의 손길같이 살며시 불어오는 가을 바람~~  온 세상이 갑자기 정지한듯 침묵속에
밝아오는 가을 아침^^ 이제 중부지방은 본격적인 가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읍니다.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 덕수궁 돌담길이나 남산 순환로에 쌓이는 잎새들을 밟으며 지나간

세월을 들추워 보는 시간이 곧 다가올 것입니다. 간간이 낙엽을 주워모아 태우는 냄새도 함께

맡아 볼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요!!

(제 카페를 뒤지다 오래전 써둔 글을 발견했읍니다.약 12년 전쯤 되는군요^ )

 

 

 P.S ; 지난 며칠전 태풍이 울산 지방을 강타해서 인명 피해도 나고재산 피해도 많이 났읍니다.

그런데 왜? 태풍이 불까? 어떤 과학적인 이유를 내밀기 전에 일단 이것은 지구의 자정작용의

일환이다 라고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한곳에 정체된 오래 묵은 공기,나쁜 기운들,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거나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이런것들이 지구 자체로 볼때는 뒤집어 엎어서 평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어떤 힘이

작동을 하는거 아닐까..

 

그게 그냥은 안되니 태풍이란 거대한 힘을 동원하는건 아닐까,, (201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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