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이제 선선하다 못해 약간은 추워졌네요^ 천하의 더위도 세월은 못 이기는법^ 자연의 질서란 그래서 무서운거지요. 사실 지금은 들판에 나가 누런 벼를 볼때인데, 곧 추수가 끝나면 그것도 볼수가 없고, 그러면 가을은 끝^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있는 지금이 가을의 적기입니다. 10월 중순 넘어 단풍이 들면 가을은 종착역이나 마찬가지지요. 사람들이 좀 무 감각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뭐가 없으면 잘 인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가을은 그 인지가 잘 안될때가 진짜 풋풋하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아마도 올해는 추석이 좀 일러서 사과며 배같은 과일이 좀 맛이 덜들었 지 싶은데, 추석 지난후 며칠이 지나야 배맛이 제격일까? 지금 그거 생각 중입니다. 왜냐면, 올해는 어떡허든 안성 공도의 배밭으로 잘 익은 큰 배를 꼭 사러 가얄거 같아서지요. 배 밭이야 안성도 있고 성환도 있고 그 주변에 많지만, 봄에 배꽃 필때 본 동네가 공도 지역이기 때문에 과연 봄에 멋지게 본 그 꽃이 가을에 얼마나 잘 익었을지가 궁금해서지요.
공도의 배꽃 2015.4
그런데 약국에 앉아 어영구영하다 보면 그 시기를 놓치기 일쑤
입니다. 들판에 벼가 익었는지 어떤지도 잘 파악이 안되는데
배밭에 배가 잘 익었는지 어떤지를 무슨수로 알아내겠읍니까?
그러니 좀 돌아댕겨야 하는건데,, 이게 살다보면 잘 안됩니다.
중부지방 단풍의 최적기는 대개 11월 초입니다. 아니면 10월 말쯤
되거나^ 그런데 가을이 단풍만 생각나는 사람은 그때까지 할일이
없읍니다. 오로지 가을은 단풍이다^ 그 생각이 머리에 꽉 차 있기
때문에 다른 뭐가 눈에 들어올 여지가 없지요. 그러나 가을이 단풍
말고도 너무 좋은게 많은데^
그것이 코스모스가 잔뜩 핀 들판을 걷는 거이며,누런벼가 익은 들판을
돌아보는 거이며,익어 툭툭 떨어지는 밤을 줍는 일이며,무농약으로 기른
논에 가서 펄펄 날아다니는 메뚜기를 잡거나 보는 일이며,어느 들판이
오염되지 않은 물로 농사를 짓는지, 그래서 어디 정미소에서 쌀을 구해
먹으면 좋을지를 미리 좀 파악해두는 일이며, 뭐 그런 일들이 단풍에
못지않는 중요한 가을을 즐기는 일이란 말씀이어요. ㅎㅎ
이번 일요일엔 지난 여름 두번이나 갔었던 문경 가은의 펜션을 다시
갑니다. 아직 오미자가 다 익지는 않아 햇 오미자를 구해올수는 없을
듯하지만 아마도 무공해 고추나 또 뒷산에 올라 운좋으면 송이라도 한
송이 딸수 있을지도 모르겠읍니다. 못 따면 가은 시장에 가면 조금 살수
있지 않을까,
물론 가고 오는길의 들판이며 산야를 보는건 덤이지요. 빨갛게 익은 문경
사과는 물론 실컿먹고 구해올수도 있을듯하고^
봉화 달실마을 2014.9
가을의 풍요는 집에 앉아있어도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그런건 아닐듯 합니다.
적어도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고 찾고 들여다 보는 수고가 곁들여져야
가슴에 안겨지는 뭐 그런건 아닐까요? 물론 단풍이 들면 어디로
사진을 멋지게 찍으러 갈지는 이미 마음에 정해져 있기두 하지요.
이것들이 금년 가을을 맞는 저의 기대입니다^
낙화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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