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에 세상에 꽃이 아예 없었다면,

 

허긴 이런 가정법은 하나마나한 얘길지 모르지만, 물이나 공기나
불이나 식량같은 건 없었다면이라는 가정 자체가 성립이 안되니
그렇다치고 꽃은 없었어도 사람이 살 수는 있었지 않았을까?

 

그 꽃이 피어야 곡식이, 열매가 열리는 것이니 이런 생각도 부질없
기는 마찬가지지만, 말하자면 꽃이 없는 세상은 너무 삭막하다^
살 맛이 안 난다, 뭐 그런 결론이 예상되는 서론인데~

 

 

 

베란다가 없어 이렇게 거실 끝에 몇가지 꽃을. 작년까지

도심 가운데 살때 얘기다, 2010 년경 찍은 사진

 

 

뭐 거창하게 마치 식물원을 방불하듯 베란다 가득 꽃을 키우는

그런게 아니고 아주 간단하게 위와 같이 꽃을 두고 보는 방식을

취했다.

 

저걸 매일 유심히 바라보는 건 아니지만, 그냥 꽃이 가깝게 있다는

자체가 어떤 영향을 인간에게 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저 자리

에 화분이 없다해서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은 없다.

 

 

매발톱, 거실 가운데 ,2010 년경

 

철따라 그때 그때 구할수 있는 꽃을 집에다 가져다 두고 이렇게

보며 지냈다. 자연속에 멀리 있을때보다는 아무래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뭔가 그러다 보면 꽃과의 친밀감도

조금은 더 깊어지게 되지 않았을까?

 

집 안은 아니더라도 혹 단독 주택이나 전원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좀더 다양한 꽃을 키울 수 있을것이다. 장독대를 두고

빙 둘러 꽃을 가꾼 집을 보면 웬지 그곳에 평화가 머무는듯한

느낌을 갖는다.

 

예전 대부분의 시골집이 그랬다. 채송화부터 봉숭아,분꽃,백일홍

코스모스등 철따라 노랑,빨강,분홍빛 꽃들이 집주변을 곱게 물들였

었다.

 

그런데, 어떤 집에 아무 꽃도 없다면 그 분위기가 어떠할까?

 

물론 꽃을 가꾸는데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거저 꽃이 자라

는건 아니다. 이런게 귀찮으면 꽃은 집 주변에 없게될 것이다. 혹

자는 벌이 날아오는게 싫다느니 꽃이 질때 지저분한게 싫어 안

키운다느니 말하기도 할것이다. 뭐가 됫건 꽃을 안 키우는 사람은

꽃이 별로거나 키우기 싫은것이다.

 

 

도로변의 백일홍( 충북 노은의 한 동네 ) 2013년경 여름

 

설령 내 집안에는 꽃이 없어도 마을 동네나 집 밖에라도 꽃이

있으면 좋을것이다. 시골 어느 마을을 지날때 동네 어귀에부터

꽃이 쭈욱 심어져 있으면 일단 기분이 좋고 호감을 갖게될 건

뻔하다. 그 꽃을 심은 사람들의 정성이 가슴으로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혹시 유럽같은 곳을 여행해 보신 분은 창틀에 예쁜 꽃을 길러

장식해 둔것을 보셨을 터이다. 우리나라도 간혹 그렇게 한곳이

있긴하지만 길가 다리 위의 난간에 지자체에서 화분을 쭈욱 올

려 놓은게 꽤 보인다. 더구나 다리 난간은 오염도 심하고

더 손이 많이가야 관리가 될터인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

인가?

 

제주를 봄에 가 보시면 아예 포장도로 한 가운데를 꽃 잔듸같은

걸 쭈욱 심어 화려하게 장식해놓은걸 보실수 있다.

 

제주 서귀포의 꽃길 ,2013년쯤 봄이다

 

아무리 오래된 건물 성당으로 가득찬 중세 유적이 가득한

유럽의 어느 동네라 하더라도 사람이 사는 골목길에 꽃이

전혀 없다면 아마도 유령도시처럼 보일것이다.

 

꽃이란 이처럼 사람 사는 도시를 더 도시답게 만들고 시골

동네를 더 정겹게 만들며 내가 사는 집안을 더 화목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닌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엔 꽃이 별로 없다. 봄에는

그럭저럭 보이지만 여름이 되면 찾아보기가 힘들다. 봄에

는 자연으로 피지만 여름엔 품이 들어가야한다. 도시엔

물론 돈이 들어가야 할것이다. 지자체가 이런 저런 캐치

프레이즈로 뭔가를 특화하는데는 힘을 쓰지만 도시를 도시답

게 아담하게 평화롭게 꾸미는 꽃에는 그리 주목을 안하는거

같다.

 

꽃없는 여름의 도시에선 그럭저럭 살아는 가지만 감성은

메말라 갈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각 개인이 집에서나마

꽃을 많이 기르느냐하면 그렇지도 않은것 같다.

 

2016.2.28 일경 가져다 놓은 양란인데 아직도 꽃잎이

지지않고 피어있다. 근 4개월을 버틴다.

 

 

그러니까 어차피 동네의 꽃이나 길거리의 꽃은 누군가가

심어 길러야 하니 내손으로 직접 할수 있는것은 내집의

꽃인 셈이다. 내 집, 좀 더 나아가 우리 동네의 화단에

피는 꽃을 조금 신경 써보자! 우선은 그것만이라도 좀 해

보자는 것이다.

 

먹고 살기가 조금 더 나아지면 아마도 우리 동네에 또는

도회지의 길거리등에 더 많은 꽃이 등장할 것

이다. 그것은 우리보다 선진국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스위스

나 일본이나 캐나다 등을 보면 길가에 동네에 또 각 개인의 집

안팎에 많은 꽃이 보인다는 것이다.

 

2016.5 월 거실에 심어 놓았던 꽃

 

 

6월에 바꿔심은 꽃

 

화분 하나로 근근이 버티는 중이지만, 암튼 이것도 집에서

부지런히 다니며 사다 심는 꽃이다. 아무래도 이런 꽃은

주부의 손이 가야 되지 이걸 누가 하겠는가?

 

그러니 집안에 이렇게 꽃이 끊이지 않고 피어있는 걸

보는 자녀들이 나중에 출가하여 그렇게 꽃을 유지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꽃을 아끼고 기르는 심성을 본받게 하는 건 가정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분명 좋은 일일듯하다.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꽃 같은 얘기 하네,,뭐, 이렇게

말한다면 할말이 없는거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꽃을

마음에서 버리는, 그렇게 살지는 말자는게 나의 생각이고,

 

어릴적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든 시절에도 초가집 주변에는

늘상 꽃이 떠나지 않았음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