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갈곳을 잃어 / 마로니에

 

제가 단풍에 빠진 건 2012년 가을부터입니다.

흔히들 나이들면 가을을 탄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이 들어도 가을은 커녕

그 무엇도 타지 않는 사람이 많으며 오히려 더 무덤덤해 지기가 쉬운게 인생일듯도

합니다. 

 

그해 즉 2012년 가을 분당에 살 때 거실 밖으로 저쪽 개울가에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가 쭈욱 보였는데, 유독 그중에 한 나무가 특별했어요.그래서 어느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그걸 보러 갔다가 내친김에 중앙공원까지 둘러 보게 되었는데,

속된말로 기절초풍을 했읍니다.

 

사실 그 정도의 단풍을 이전에 못 본것도 아닌데 하여튼 당시 단풍이 기막히게

다가왔다는 겁니다^분당에 와서 십 수년을 살았지만 한번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으니,왜 내가 이토록 단풍 하나도 못 보고 살았을까?

후회와 반성을 하며그 해 가을 서너 차례 더 자전거를 타고 단풍과 낙엽을 보러

나갔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또 담고 그렇게 단풍보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벛나무 단풍이 이토록 화려한지도 이때 제대로 알았고^

 

낙엽이 얼마나 멋진지도 이때 알았읍지요^

물론 그 이전에 단풍도 많이 보아왔고 낙엽도 많이 보아왔는데 왜 그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잘 몰랐는지는 참으로 의아합니다.

 

그 이후로 매년 가을이 기다려지고 단풍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그렇게 저의 단풍 인생이 시작되었읍니다^

 

저는 원래 봄을 좋아했읍니다. 해서 가을 같은거는 별 마음에 없었는데,

그래서 제가 블러그에도 춘강(春江)을 씁니다. 봄을 멋지게 표현할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저런

호 아니 닉을 찾아낸 것인데,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 그런 고정관념에 눌려서

그만 나의 계절은 봄이야,라고 누구에게 드러내 놓고 말도 못하고 어물어물 살았답니다.

 

그런데, 단풍의 매력에 한번 끌리고 나니 이상하게도 좋은 단풍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2012년,2013년은 사는 곳 분당의 주변을 돌아보기만 해도 충분했읍니다. 거기 정말 단풍이

좋읍니다.일부러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능히 멋진 단풍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2014년에 선운사를 우연히 가보고 기절할뻔 했지요. 아!정말 단풍이란 이런것인가? 를

새삼 깨닿게 되었고 정비석의 그 유명한 산정무한을 다시 찾아 보며 그가 찬미한 단풍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공감하게 되었읍니다.

 

그런데 그해 즉 2014년 11월 하순에 교또의 단풍을 보러 가기로이미 일정을 잡아 놓았던 터라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되는 교또의 단풍까지 보게됩니다.

 

다행히 교또의 단풍은 절정기에 제대로 볼수가 있었는데,정말 인산인해였지요^

선운사 2014.11.

 

 

교또 난젠지 2014.11.21

 

 

교또 안락구지 앞의 단풍나무 2014.11.22

 

 

사실 2015년 11월 이전까지는 카메라도 소위 좀 허름한 똑딱이라고 불리는

그런 기종이었읍니다. 위의 사진은 전부 그걸로 찍은 겁니다.

그래도 그걸로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읍니다.

 

그러다 2015년 11월 카메라를 조금 엎그레이드를 했읍니다.

그러고 나니 더욱 더 좋은 풍경을 찍어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러면서 기다린 2016년도의 단풍인데,뜻하지 않은 추위로

단풍이 아작이 난 상태입니다.

 

어제(11월 6일) 충청도 마곡사와 공주 지방을 둘러봤는데, 은행잎은

완전 전멸하였고 절 입구의 산 등성이의 작은 단풍나무도 완전

말라 버렸더군요^

 

그래서 실망이 큰데,, 보니까, 그게 지역마다 동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거 같았읍니다. 물론 2012년 만한 단풍은 이제 오기

어려울듯 하지만 그래도 나름은 조금씩 즐길만한 단풍이 온다는거^

 

 

마곡사 2015.11. 12

 

마곡사 2015.11.12

 

2016.11.7 아침 동네 입구

 

 

 

푸르른 나무잎은 약 6개월을 볼 수 있지만 꽃은 10일이 고작

이요 단풍 또한 10여 일이 고작입니다.

 

'아니 뭐 단풍이 뭐 대수라고 까짓 안 보나 보나 그게 그거지^

지금 단풍 타령이나 할때요? 시국이 어느 시국인데^ '

 

허허^ 저도 단풍이 뭔지 눈 뜨는데 60여 년이 더 걸렸

으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단풍이 있건 없건 또 그걸 느끼건 안

느끼건 아무 관계없이 살 수 있읍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어렵다해도

단풍은 물들고 꽃은 핍니다. 그걸 보고 느끼고 못 느끼는 건 세상과는

별개의 사안일듯 합니다. 뭐 단풍만 그렇겠읍니까? 세상 모든

이치가 다 그렇지요^ ㅎㅎ

 

' 난 아무리 봐도 단풍이 이쁜지 모르겠어^ 꽃도 그래 '

 

그럴수도 있지요. 소위 의식주에 이런건 포함되지 않지요.대신

그런 분들은 또 다른 어떤 세계를 잘 느끼고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제일 먼저 해야할 건 자기 사는 동네 주변에서 단풍도 보고 꽃도

보고 나무도 좀 자세히 보고 할 일입니다. 그런 마음을 먼저 가져야

일상에서 볼게 생깁니다. 볼거만 아니라 그래야 동네에 나무는 뭘 심어야

하는지 꽃은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됩니다.

 

'이 동네 뭐가 볼게있어?' 하면서 주변은 돌아볼 생각조차 않고

멀리 가려고 하고 또는 더 멀리 해외로 자꾸 가려고 하는건 좀,

 

저 아래 사진들이 바로 제가 사는 주변 동네에서 보는 단풍이잖읍

니까? 내 동네에서 단풍 보고 낙엽도 보고 고즈넉한 가을 추억에

잠기는 건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비록 올 가을 뜻하지 않은 냉해로 나뭇닢이 우수수 져 버리긴 했

지만 그래도 남은 단풍을 찾아볼 생각이고 또 그렇게 하는 중입니다.

 

단풍과 낙엽은 우리에게 무얼 말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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