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오늘로써 1561일 째이다. 그니까 5년은
좀 안 되었고 좀 있으면 5년이 되는셈이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이곳저곳 카페에서 글이며 사진이며 내가 직접 녹음한 노래며 이런 걸
참 부단히도 올리고 또 댓글을 달며 매우 재미있게 보냈는데,

 

어느날 문득 그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면 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보관도 시원찮고 지난 작품들을 누가 찾아줄것도 아니고 그냥
바람에 사라지듯, 물결에 흘러가 버리듯,
아차! 이건 아닌데,
해서 나름 내 작품들의 보관은 물론 집대성한 그 무엇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것이다.

 

 

한택 식물원 2016.6.5

 

그래서 시작된 나의 블러그

'춘강 마로니에'는

 

이제 게시 품목 수 600여개 방문객 8만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게시글은 아직 좀 적지만 거의

대부분은 내가 직접 쓰거나 부르거나 찍거나 한 나의 직접 작품들이

라는데 의미를 더하고 싶다. 누군가가 만든 작품을 퍼다가 치장하는

그런 일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아직 수많은 블러그를 일일히 다 방문해 보진 않았지만 대개의

블러그는 단순 사진, 여행, 기행, 맛집, 육아,등산, 자동차,영화,음악,

노래,등에 국한되어 있다. 각자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는 분야를

집대성하여 블러그를 만든다는 것이다.

 

허지만 나의 불러그는 그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거기엔 우선 나의 생각

이라는게 있다. 나의 세상을 보는 눈, 나의 시, 나의 수필, 산문,이런

게 들어있고, 나의 자라난 성장 과정이 있으며 나의 5대 취미인 골프

스키, 여행, 사진, 글쓰기, 노래 부르기,등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나란 사람은 멀찌기 빠지고 나의 어느 일면을 내보이는 대개의

블러그와는 전혀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굳이 그렇게 까지 블러그를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뭐하러 자신을 내 보이고 자신의 생각을 내 보이고

자신의 과거 성장을 내 보이고,

 

블러그를 보면 대체로 이사람이 어떤 사람

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게 하는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

 

뭐 그것은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작금의 우리사회가 갈수록 애매모호

하고 사람이 사람을 알 수 없게하고 장막뒤에서 손만 흔드는 베일속에

감춰진, 더구나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될수록 감추고 외면만 열심히

피알하는 그런 세태를 내가 좀 싫어했다고나 할까!

 

사실 30년 40년 친구로 지낸 이들을 새삼스레 알게될때의 그 놀람과

실망을 다들 경험하셨을 테지만, 우리는 남을 정말 알지 못한다. 하물며

가까운 아내나 자식들도 어쩌면 전혀 내면을 알지도 못하고 그냥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아내에게 또 아들 딸들이

내 블러그를 보고

 

' 아! 아빠가 이런 생각을하고 이렇게 산 분이구나'

 

라고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않다. 한 가족이라고해도 막상

아빠가 누군지, 엄마가 누군지, 애들은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를

언제 제대로 점검하고 확인할 기회가 있던가?

 

더구나 내가 과거 어떻게 살았는지를 얘기할 시간이나 기회가

있던가? 아마도 거의 없을것이다.

그런거 말할 시간도 없거니와 들으려고도 않을 것이다.

각자의 삶이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한택 식물원 2016.6.5

 

그렇다고 이 정도의 블러그를 통한 오픈이 정말 나란 사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진짜 나의 내면이 이 정도
로 보여질리가 있겠는가? 마는, 적어도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살고
어떤 철학을 가졌으며 어떻게 자란 사람인가는 알수 있을테니 그정
도면 족하지 않을까?

 

그 정도도 아니어서 도무지 이 사람이 누군지, 뭘 생각하는지,무슨
신념이 있는 사람인지를 전혀 짐작도 못하는게 비일비재하지 않는
가 말이다. 그 사람의 이력서,경력이 사람을 다 말해줄 수는 없다.

 

나에 있어서 블로그란 일종의 일기장 같은 것이다. 일기장은 남에게
내 보이려 쓰지 않지만 블로그는 남에게 내 보여야한다. 그니깐 완전
일기장처럼은 쓸 수가 없을것이다. 부득이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이 최선이다. 따로 일기 같은걸 비밀하게 작성하지는 않
는다. 블러그에 올린 글이 전부다.
자, 이러면 내가 블러그를 만들어 가는 이유와 방법,그리고 왜?
그것이 나만의 블러그인지를 설명했다고 본다. 세상의 수많은 블
러그가 나같은 형식을 취해 달라고 바랄 필요는 없다. 난, 그냥
나의 방법을 따를 뿐이다. 허나 이땅엔 이와 비슷한 블러그가 좀
많아졌으면 한다. 그래야 단순 명함 한장보다는 훨 나은 자신의
소개서를 내 놓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한택 6.5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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