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우리약국

 

 

약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업이다. 그러니 아무 곳이나 어떤 방법이든 개업에 제약 조건은 없었다. 

단지 면적 규정만 있다가 그것도 의약분업이 되면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주유소의 거리 제한

규정이 지켜지다가 주유소 개방에 대비하여 그 규정을 철폐하고 철저히 자리를 선점한 결과 외국

자본의 주유소가 설 자리를 잃어 주유소 개방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자유업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거리 제한을 두어 업권을 보호해주는 사례는 더러 있는 편이다.

아무리 시장경제 자유 경쟁이라지만 수많은 업종들이 서로 중복되면 결국 너도 나도 다 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분업 전까진 의원은 어느 정도 상권을 지킬줄 알았고 지금도 먼저 선점한 의원 옆에는 좀체로

동일 의원이 들어가지는 않는 편이다.


허나 약국은 그렇질 못하다. 당시 수원의 동신 아파트 상가에 처음 개업을 했는데 좀 큰 상가이다 보니

약국이 두개가 지정 점포로 되었고 그 중의 하나를 나는 월세로 입점하였다. 헌데 코너에 제과점으로

분양된 점포가 입주를 안 하고 부동 산으로 임대를 주더니 1년이 지나자 갑자기 약국으로 임대가 되었단

소문이 돌았다. 깜짝 놀란 나는 수원시청으로 도청으로 다니며 지정외 점포에 약국이 들어오는 걸 막아

달라고 전체 상인들 명의로 진정서도 넣고 별 수단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70%의 주민 동의를 받아낸

후발 제3의 약국은 결국 우리 약국과 벽을 하나 두고 코너에 들어 오고야 말았다.

 


이렇게 약국이 들어와도 되는지,나는 약사회의 무능력함에 원망도 해보고 뭐 그리 잘되는 상황도 아닌

상가에 약국이 3개나 있는 것이 우스꽝스럽기도하고 또 조제시 유발에 약을 가는 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이런 약국을 계속해야 하는지도 의문 이었고 참으로 김이 새는 상황의 연속에서 약국을 괜히 했나 하는

자괴감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 약국을 열어 참으로 호된 시련을 맞게된 것이다.

 

급기야 아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장에 탈이 나서 큰 고생을 하게되었다. 그러다 약국을 동일상가 내에서

중간지점으로 이동을하고 약간의 호전을 보다가 결국 지금의 약국으로 완전 이전을 하게 되었다. 그 일이

없었으면 나는 계속 그 곳에서 머물러 있을 것이었으나 그 혹독한 일이 전화 위복이 되어 훨씬 진일보한

약국 경영을 할 수 있게된 셈이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새옹지마 격이 된 셈이다.

 

지금은 그보다 훨신 더 참혹한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처방이 많이 나온다하여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약국을 이전하였으나 졸지에 의원이 다른곳으 로 가버려

오도가도 못하는 약국이 있는가 하면, 1층에서 윗층의 처방전을 잘 받아 오던 곳에 갑자기 윗층 의원 가운데로

다른 약국이 날라 들어와 소송을 하고 신경 전을 벌이며 원수처럼 되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모두 의역분업이란 이름 하에 일어나는 약국가의 슬픈 현실인 것이다. 또는 메디칼 센타가 들어선다며 거액의

권리금을 요구받고 기존의 약국도 정리한 상태에서 의원이 안 들어와서 오 갈데가 없어진 약국도 있다.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제3자의 입장에선 별거 아니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정말 죽을 맛일 것이다.

 

이것이 2010년 대한민국의 약국가의 현 주소요 단면이다.
아무런 규제도 없는 자유업종, 약국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자영업은 벌판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이다.

 

유독 약국만 저런 현상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은 교양을 높인 다고,시민 의식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근래 인문학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는 있지만, 文科 理科 로 양분된 이분법적 방식으로 교육을

받아온 우리들 세대, 또 지금도 그렇게 학제를 운용하는 한 이 문제가 해결될 가망은 없을듯하다.

 

文은 理를 흡수해야하고, 理는 文을 멀리 하고서는 균형된 사고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인생의 멋과 행복을

오롯이 추구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필수 과정인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문과 이를 적절히 통합한다해서 모두

해결될 수는 당연 없는거지만, 적어도 균형잡힌 사고를 할 수 있는 시민들을 많이 생산해 낸다면 그나마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있는 것이니까~ 

 

허나, 돈이 최고 가치를 발휘하는 현실에서 그 어떤 수단을 써도 저런 혼란을 잠재울 수는 없을것이다.

분업 후의 말도 안되는 이런 현상들은 실은 제도의 불비에서 온 측면이 강하다 할것이다. 의약분업이란 게

원래 서양의 제도인데,이것이 동양의 여러 나라도 맞을것으로 생각 하고 세계화의 일환인거 처럼 도입되었지만

실은 많은 문제점과 모순점이 공존하는 제도인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약국뿐 아니라 병의원도 상당부분 제도적 모순점을 안고 있는 의약분업~

 

과연 좀더 나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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