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부터 오늘 아침까지 영하 7-8 도의 추운 날에 구청 직원 줄 잡아
10여 명이 우리 동네 입구 조그만 녹지대에 지난 가을부터 쌓인 낙엽을 걷어 낸다고
난리도 아니다.
아무래도 무슨 연유가 있겠지~ 하고 어제는 그냥 넘어갔다. 혹 시간 되면
구청 녹지과에 함 물어볼까? 했지만, 그냥 하루가 지났다.
무슨 화재 위험 때문일까?
지나는 행인이 휙하고 담뱃불을 잘못 던지면 불이 날 수도 있지.
불 나서 몇그루 수목 홀라당 태우는 것 보다야 낙엽을 싹 치우는 게 낫겠지~
그런데 오늘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작업 중인 분에게 물어봤다.
" 이거 낙엽을 이 추운데 왜 쓸어 담는 겁니까? "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 민원이 들어와서 그래요~ 지저분하다고~ "
나는 되 물었다. 아 그래요? 혹시 뭐 화재의 위험도 있을까요?
" 뭐 그렇기도 하고~" 작업 중인 분은 말끝을 흐렸다.
아하 그러니까 인근 주민 누군가가 구청에 민원을 넣은 거구나~
낙엽 좀 치워 말끔히 하지 뭐 하는 거냐고~
그런데 떨어진 낙엽이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반대로 정취를 돋운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방치함이 좋겠다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낙엽이 쌓여 이듬해 자체 거름이 되면 나무가 더 잘 자랄텐데~
왜 나무에게 제 스스로 생산한 나뭇잎을 자기가 활용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저렇게 싹 쓸어 낸단 말인가?
이럴 경우 어떻게 결정을 함이 좋을까?
나는 아래와 같은 절차를 생각해 본다.
1, 일단 해당 구청에서 인근 동네에 공문을 보낸다.
'여러분이 사는 인근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지저분하다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주민 의견을 좀 수렴해서 몇 날까지 회신해 주시오~'
그러면 인근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동별 엘리베이터 내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주민 각자의 찬반 의견을 표시하도록 해서 이를 규합해서 구청에 보내면 이를
종합 판단해서 낙엽을 치울지 말지를 결정하면 된다.
" 거 복잡하게 무슨 일을 그리한단 말입니까?
아 그냥 민원 들어왔으면 그대로 처리하면 되지~ 구청 직원들이 그리 할 일이
없답니까?"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과거엔 그랬는지 몰라도 요즘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게
맞는 걸까?
민주적 절차~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것은 이런데서 출발하는게 아닐까? 생각보다 우리는
민주적 절차 이런 것에 너무 서투르다. 뭔가 복잡하고 시간이 드는 이런 류의 일은
낭비라 생각한다. 그저 단칼에 해 치우는 걸 좋다고 생각한다. 당연 이런 일에 훈련이
덜 되어 있기도 하다.
2,몇 명 더 우세한 쪽으로 처리한다.
3, 엇비슷하게 의견이 나왔을때 어느 쪽으로 결정할거냐는 전적으로 공무원의
판단에 달렸다.
아마도 담당 공무원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소소한 얘기지만 이것이 곧 국가의 결정권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중차대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는데 생각이 도달하게 된다.
다수결이 만능이고 해결책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만일 모든 구성원 100%가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면 그게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 결정에 참여한 수 보다 침묵과 방관
으로 남아 있는 수가 월등히 많을 때 과연 다수결이 얼마나 의미를 가질까?
이럴 경우 정책 결정권자의 소양과 판단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할 것이다.
지난 가을 늦게 찍어 본 동네 입구의 낙엽~
(구청에서는 저 부근에 돌로 인도와 구분 작업을 마쳤고 작은 관목을 추가로 식재해서
낙엽이 인도나 도로로 날아오지 않도록 조치를 한 상태였다. 따라서 낙엽은 겨우내
두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아래 사진~
(떨어진 낙엽을 몽땅 쓸어 담은 포대와 휑 해진 동네 입구~)
이것이 단지 민원 한통으로 이렇게 처리할 사안일까?
과연 실제 민원이 들어온게 맞긴하나?
여러분들은 자신의 동네 입구라면 어느 쪽을 선호하실지요?
그런데 공무의 자세~ 시민을 위한 봉사심~ 국가 미래를 위한 판단력~
이런 것들은 대체 어떻게 갖출 수 있단 말인가?
"무슨 소리요?
당신들 국민들은 아직 멀었어~ 잠자코 우리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나 해~
먹고 살만 하니까 별 헛소리야 참~ "
"그보다 뭘 그런데 신경을 쓰고 그러슈?
아 그거 구청에서 하는대로 놔두면 되지! 할 일이 그리 없소?"
하여튼 올해는 이미 끝났으니 할 수 없고 내년 가을~ 겨울을 대비해서
구청에 민원을 넣을 예정이다.
" 쌓인 낙엽이 잘 보존되는 상태라면 굳이 쓸어 내지 말고 그냥 좀
두시면 좋겠다! 만일 보기 싫다고 민원이 또 들어오면 인근 주민들 의견을
듣고 판단해 주시라~ "
2022.1. 14일 작성
P.S ;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수목 및 환경에 대한 견해를
나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나라는 수목의 생장 발육이 매우 늦다. 따라서 가능한 수목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일은 하지 말자
2, 개인이 거주하는 주거지는 최대한 녹지가 보존되는 게 맞고 또 인간은 그렇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수목 또한 동일한 권리가 있다.
3, 콘크리트 벽돌만 빼곡한 주변 환경에서는 인간의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렵다. 가능한
자연 속에 혹은 그와 유사한 환경 속에 살때 정서적 심미안적 안정감과 행복감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4,너무 쉽게 나무를 자른다. 한번 자른 나무는 다시는 볼 수가 없으니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다.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
자연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존되는게 맞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이 손을 대지
않는게 순리라 생각한다.
'포토 에세이, 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이 겨울을 이기는가? (0) | 2022.03.08 |
---|---|
매화에 대한 나의 생각 (0) | 2022.02.24 |
걷는건 하늘의 일, 타는건 사람의 일 (0) | 2022.01.14 |
2022 새해 첫날 (0) | 2022.01.14 |
딸 시집가기 전날 밤에~ (0) | 2022.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