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느즈막히 일어난다.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동네 앞 보라산을 가 보기로 한다.
아내는 가까운 영통에 홀로 사시는 친정 엄마를 모시러 가고
나는 산을 간다고 나섰다.
그래도 오늘이 새해 첫날인데, 야트막한 산 이지만 가서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아침 해도 새롭게 보고 그래야지~
영하 7도, 땅은 굳어 있고 길가에 떨어진 낙엽들은 사람들
발걸음에 밟혀 거의 가루가 되어 있다.
보라산 못 미처 저 건너 산이 보이는 언덕까지 간다. 그래도
2,700보쯤 된다. 능선을 올라 새해 소망을 생각해 본다.
그래도 대여섯 가지는 떠 오른다.
지곡리 쪽으로 보이는 풍경
그래 이런 소망을 새해 첫날이 아니고 언제 빌어 본단 말인가?
그런 소망이야 일년 내내 가슴에 스며 있지만, 그래도 첫날이
가장 적절하고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산을 내려온다. 중간에 보니 밤나무 옆으로 신발 한켤레가 벗
어져 있다. 양말도 같이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 이 산길을 맨발로
걷고 있는 모양이다. 글쎄, 영하 7도의 날씨에 뭔가 굳은 맹세를
하는 중일까? ㅎㅎ
중간에 나무 의자에 앉아 잠시 침묵 속에 빠져본다.
까마귀가 저멀리 까까까깍~ 소리를 지르며 사라진다. 어떤 때는 깍깍
또 어떤 때는 그냥 깍 ~ 이렇게 다양한 소리를 낸다. 작은 박새도 요리조
리 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새해 첫날이라 그런가 오 가는 사람이 제법 된다. 허긴 봄철부터
가을까지 또 겨울에도 이곳을 오 가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인근
주민들에게 좋은 산책로이자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야산답지 않게
나무는 곧게 높이 그리고 빽빽이 자라는 곳이며 공해가 거의 느껴
지지 않는 꽤나 청정한 곳이다.
사실 용인의 야산자락은 마치 곰팡이가 먹어가듯 곳곳이 잠식되어
수많은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 원형 보존이 안 되어 매우 아쉽지만,
쉬운 문제는 아닌듯하다. 숲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많을 테니까~
천천히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봄 여름 상추며 오이 토마토를
제공해 주었고 작년 가을에는 김장 배추까지 구입해 먹었던 주말농장을
겸한 4천 평의 밭이 쓸쓸히 이 겨울 방치되어 있다. 그 옛날 시골
우리 밭도 3천 평, 겨울엔 저랬었다.
새해라 해서 일출 사진을 찍겠다고 따라 나선 적도 있었다. 그 추운
바람을 맞으며 새벽 내내 떨었던 그날 찍은 사진은 그러나 그닥 쓸모가
없었다. 그저 잊지못할 추억으로만 남았다. 나는 새해 첫날을
유별나게 기리는 편은 아니다.
2022년 오늘도 그렇다. 그저 평범하게 아주 보통으로 집에서 휴일을
즐기는 중이다. 사실 1.1일을 쉬게 된 것도 아주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간 줄곳 새해 첫날도 약국을 열었으니까~
집에 돌아와 옥상에 설치된 어프로치 연습망에서 몇십 개의 공을 쳐 본다.
햇살이 아주 따스하게 느껴진다. 한 겨울 골프장에 갈 것도 아니면서
뭐할라 그런 연습을? ㅎㅎ 그냥 심심풀이로, 또 집중력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지 뭐 별거 아니다.
코로나로 단지 내 조그만 연습장이 2년 문을 닫아서 자구책으로 마련한 옥상
연습 기구이다.
그러나 새해에는 비용이 턱없이 올라간 이거 골프는 이제 거의
끊는게 답일듯 하다. 수입도 줄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렇게 새해 오전이 흘러가는 중이다.
오후엔 시집간 딸,사위와, 연로하신 장모님을 모셔와 만두를 빚어
모처럼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다.
2일차 일요일 오후 들어 무료함이 느껴져 만만한 미리내 성지를 가
보기로 한다. 아침에 살짝 쌓인 눈이 아마도 성지 앞 호수엔 얼음위로
하얗게 빛날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내도 초라도 봉헌하겠노라고 따라
나선다. 기대 만큼은 아니었지만 하얀 눈이 호수엔 일부 보였고 아내는
성물가게에서 양초 몇 개를 사서 쌀쌀해진 바람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미산리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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