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를 비롯한 너무나 훌륭한 팀들이 즐비한 이번 풍류 대장을 띄엄 띄엄

어떤 週는 보다가 또 어떤 週는 빼먹기도 하며 그럭저럭 시청을 이어 갔는데,

드디어 어젯밤(12.21)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국악의 크로스오버, 순수 국악만이 아닌 팝과 블루스 재즈 발라드 등이

함께 결합된 어쩌면 세계 시장을 넘보기 위한 시도라 보이는 풍류 대장~

 

사실 그동안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캐치프레이즈로만 끝난 감이 있는 이 우리 것~  좋으면 뭐하나? 즐기지를

않고 찾지도 않고 은연중  무시하고 그저 흘러간 옛 시절의 유물 정도로만

여기던 창, 판소리 등등! 아닌가? 

 

 

그런데 사실은 그것들이 별 재미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춘향가,

심청가, 등 몇 가지로 소재가 한정되어 늘상 그것만 우려먹는 느낌이었다.

대중의 취향은 날로 새로움을 찾아 다양화 해 가는데, 재료는 100년 200년

전의 것 그대로를 테이블에 늘 올렸던 것은 아닐지~(국악 장르에 얼마나

많은 영역이 있는지 저 자신도 잘 모름)

 

그것을 탈피하고자 함이랄까? 그렇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송가인 조차 

저들이 그냥 국악 세계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이런 자리로 불러내게 된

그 자체에 미안함을 표하고 있었다. 저 수많은 국악 후예들이 그 본래 자리를

지킬 수 없음은 변해가는 시대의 외면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음이리라. 

 

국악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몸부림을 쳐 왔는지는 그저 말끝마다

 

"이제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

 

로 표현된다. 얼마나 엉성한 공연 수준이면 그들이 탈의실 하나 없는 공연장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까? 그동안 우리 국악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하겠다. 

 

우리 것이 좋다는 것은 태어난 이 땅과, 물과, 하늘과, 곡식과, 그 모든 것이

애당초 우리 몸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출발한 노래, 글, 그림,

기타 그 모든 것이 당연 몸과 마음과 영혼에 잘 맞을 것이란 건 당연지사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남의 것이 더 좋게 보이는 세월을 살아왔을까? 

 

국악이든 크로스오버 국악이든 그 외면의 본질은 이 문제를 떠나서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 以下의 글은 저 자신의 판단입니다. 우리 것이 외면당한 이유가 이것만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

 

그건 조선 500년의 모화(慕華) 사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 우리보다 

큰 대국, 중국의 것은 뭐든 좋다는 생각~ 그저 왕을 포함 고위 대신들이 자나깨나

중국을 칭송하는데 백성인들 별 수 있었을까? (그중에 몇몇은 반대의 생각을 했다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제 36년간 저들의 조선인 비하 정책이 또 한 번 큰 역할을 했다. 일본

제국보다 뭐든 열등한 조선~ 그저 엽전들은 해봤자 벼룩이지~ 거 뭐 니들이 

잘하는 게 뭐야? 이름하여 식민사관~

앞다퉈 일제에 빌붙기 바빴던 좀 배웠단 식자층들! 그중엔 역사학자도 많다.

조선 500년도 모자라 다시 한번 자기 비하의 수난을 겹쳐 받아야 했다. 

 

그리고 해방 후 이젠 그 대상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으로 범위가 넓혀졌다. 

 

"뭐든 미국 것은 좋은 것이여~ 유럽? 그야 하나마나한 얘기지~ 우린 죽었다

깨어나도 저들을 따라잡을 수 없어~ 쟤들 것은 뭐든 우리보다 훌륭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 모든 것이~ "

 

이름하여 모양(慕洋) 주의다. 대상이 예전 중국에서 미국을 위시한 서양 제국으로

바뀐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이 서구 문물에 흠뻑 빠져 그들을

칭송하기 바쁘다는 걸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실은 나 자신도 이 慕洋주의란 얘기는 김갑수(꽁지머리 그분 아님) 선생으로부터

불과 1-2년 전 처음 들었으니 말이다. 당연 慕美 주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을 말하면

서양 유럽 제국들의 수려한 자연환경, 유수한 건축물, 문화 예술, 거기에 더해 앞선

복지정책 등을 보면 분명 우리와 다른 탁월한 면이 있고 도저히 우리가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엄연히 있는 게 사실이다.

 

자연환경이나 수백 년 걸려 지어진 건축물들은 우리가 노력한다고 갑자기 그들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남의 것이 더 좋게 보이거나 생각되는 건 우리에게만 있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중국도 미국도 서양 여러 나라에도 일정 부분  당연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 본다.

그들이라해서 한국의 어떤 부분에 빠져들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땅에 상당 세월을 약소국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그 비율이 좀 더

높지 않을까 가정을 해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서양 숭배는 과연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충분한 이유가 있는 존중은 마땅히 표해야겠지만~ 

 

그저 그리스 로마 하면 껌뻑 죽고, 스위스의 자연환경에 기가 팍 죽어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그동안 뭐 한 거야?  독일의 철학자, 클래식 음악 얘기만 나오면

그냥 꼬랑지가 척 내려갔던 건 아닐지! 만에 하나 그런 이유로 그들의 문학, 예술,

기타 문물에 애써 잘 맞는 척, 아는 척, 즐기는 척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물론 척 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들이 우월하다는 전제하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닌지 한번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테스 형을 목청 빠지게 부르짖던 이 노래! 도 그렇다. 왜? 하필 소크라테스인가?

세상이 왜 이런지~ 사랑이 왜 이런지~를 구태어 아테네에 물어봐야 하나?  

 

가까운 우리 나라에 원효~ 성철을 비롯해서 혹 발음이 시원찮으면 퇴계~ 퇴계 형!

발음도 비슷하네!  원효 형~ 성철 형~ 이렇게 물으면 안 되나? 뭐 이 정도를 모양주

의의 발로라 하기엔 좀 그렇지만, 우리의 인식이 하여간 이쯤 어디엔가 있다는

의미다! 

 

"거참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오!  ㅎㅎ "

 

그렇다고 아무런 실력이나 근거도 없이 우리가 최고라는 똥 배짱만 부린다고 될 일

은 물론 아닐 것이다. 

 

'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이 따로 있구나~' 란 박일남의 노래가 있다. 어쨌든

모양 주의자는 그 길을 갈 것이고 그건 아니지! 하면 가던 길을 멈추기도 할 것이다.

 

 

 

 

국악이 좋은지 어떤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건 차치하고라도 그것이 실제

대중 속으로 파고들 만큼 매력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 것을 소홀히 했다고

책망하기 전에 그것이 대접받을 만큼 우수해야 함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풍류 대장을 본 소감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 퍼커션으로 이루어진 구성에 거문고, 꽹과리, 대금 등이

함께하는 악기의 조합~  그러나 단순히 악기를 조합만 한다고 기대하는 작품이

될 수는 없다. 서도의 탁월한 보컬은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보여줄까?  

대체로 이번 풍류 대장 출연진을 보면 그 탁월한 목소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판소리의 성악이라는 '정가'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마치 피리를 불때 나오는

소리와 같은 정가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어떤 이는 국악 그 특유의 목소리 패턴을 약간은 식상한 듯 얘기하는데, 다른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에 비해 그 두터움, 미묘한 연결음, 탁월한 고음, 등등은 과연 이들이

어떻게 훈련을 했기에 저런 소리를 낼까? 흥미롭기만 하다 

 

우리 것이 좋아지기 위한 몸부림도 날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지만, 그에 발맞춰 우리의

의식도 차츰 예전의 그 열등감과 자기 비하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의 접점이 교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듯한 일련의 현상을 점차 감지하게 된다 

 

아직 부족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부지기수지만, 이제 우리는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한류 열풍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한류가 실제 어느 정도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

겠다 

 

다수의 심사위원이 한 목소리로 칭찬을 했지만 박정현은 하루빨리 이들을 세계

무대로 내보내야 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TS 가 세계 무대를 주름잡지만 사실 그들의 음악이 진정 한국의 어느 부분을

보여주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국악의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는 서도밴드의

그것은 분명 한국적인 독보적 그 무엇이 있다.

 

꼭 우리 것이 들어가야 세계적인 것이 될 이유는 없지만, K-pop을 위시한

K-culture의 주축으로 국악의 크로스오버가 일정 부분을 담당할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p.s

그리고 심사위원인 김종진, 이적, 박정현, 성시경, 송가인, 우영, 솔라, 박칼린은

하나같이 그 심성이 착해 보이고 감동을 숨기지 않고 온몸으로 표현했다. 

어찌 보면 이들의 뭔가 가족적이고 풋풋한 인간 냄새에 풍류 대장을 자주

보게 된 건 아닌지 생각되기도 한다. 특히 솔라의 얼굴 표정을 보는 건 참 재미

를 배가하는 요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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