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직장- 집을 다람쥐 쳇바퀴 이상으로 반복하는 시절에 국민가수와

풍류 대장을 보는 건 큰 재미이자 위안이다. 

 

한류 열풍이 세계의 중심에 선 건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어떻게 경연을

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출중한 신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지도 신기할 따름이다

 

각설하고 어젯밤(12.16) 생 중계로 진행된 국민가수 탑 7 선발전은 흥미도 만발

이지만 2가지 점에서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음악 프로그램이야 각 개인의

취향 나름이니 이것은 어디까지나 순전히 나의 관점이며 어쭙잖은 평가 같은 걸

하려는 의도는 당연 아니고 그저 소박한  개인적 느낌을 한 줄 적어보는 것 임을

말씀 드린다

 

 

1, 기상 천외한 박창근

 

그의 나이는 대략 50으로 알고 있다. 평균 수명 85세 시대에  50이 무슨 대수냐?

할 수 도 있지만, 가수 나이가 50을 바라본다는 건 양궁이나 축구 선수가 30-40대를

넘어간 것과 다를 바 없다 할 것이다. 운동선수도 그 전성기가 짧지만 특히 우리나라

에서는 가수의 전성기도 그에 못지않게 짧기 때문이다. 

 

20대 어린 후배들 속에서 그러나 박창근은 단연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고음은 물론 깊은 감성적 보컬은 그 나이가 아니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깊은 심연

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많으면 음성이 따라주지 않고 나이가 적으면 감성이 뒷받침

되기 힘드니 이 둘을 동시에 다 가지고 있기는 사실 거의 불가한 영역이다. 

 

나이 80이 훨씬 넘어 복면가왕에서 가왕을 한 전설적인 가수 쟈니리가 있기도 하지만

과연 조용필, 나훈아 등이 80이 넘어 쟁쟁한 후배들과 겨뤄 복면 가왕을 할 수 있을지는 

전혀 예단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나이 들어서 성대를 잘 유지해 갈 수 있다는 건

매우 대단한 일로 칭송해 마땅할 것이다 

 

경연 초기 '미련'을 열창할 때 이미 그의 탁월함을 감지하긴 했지만, 어제 열창한

' 다시 사랑한다면' 은 원 작곡자인 김태원도 최상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를 폴 메카트니에 비견하였으니 말이다. 한류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 이젠 그런

비교도 충분히 수긍이 가기 때문이다. 원창자인 도원경부터 부활의 멤버들이 부른

걸 쭈욱 찾아봐도 박창근의 이번 열창은 역시 압도적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그저 입으로만 외치고 있지만

박창근은 그걸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할 것이다. 과연 나이가 숫자에 불과

하다는 걸 우리 자신들은 무얼로 어떻게 증명하고 있는가? 

 

박창근은 국민 문자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했다. 전체 145만 표 중 35만 표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전체 투표의 1/4을 차지한 것이다. 사실 중계를 보고

있던 우리 부부도 창근의 노래가 끝났을 때 서둘러 핸드폰을 찾았고 #4560,6을

눌렀다.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은 비슷한 것일까? 

 

평가 마스터와 참여 관객들의 점수보다 압도적으로 52%의 비중을 국민참여에

둔 것은 잘한 일일까? 그것은 매우 시의 적절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2, 박장현의 구제 

 

경연에서 가사를 잘못 부르거나 얼핏 스타트를 잘못하면 여지없이 탈락이다. 그것은

경연의 심사 룰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불문율과 같다. 왜냐면 피를 말리는 경연에서

우열을 가릴 때 그것은 어마한 큰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헌데 박장현은 그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말하자면 동점 타수로 나가던 골프선수가

18번 마지막 홀에서 OB를 낸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러나 박장현은 최대한

전력을 다했고 아마도 그는 탈락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청자인 국민들이 그를 구제한 것이다. 비록 전문가들이 채점을 하는 방식

은 그들만의 리그라 할지라도 청중인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

이다. 내 기억으로는 이것은 한국의 경연프로에서 발생한 최초의 사례라 생각된다.

그만큼 이제 우리 국민들은 내용이 좋으면 다소의 형식적 흠에는 관대해진 안목을 

갖춘 것이라 판단해 본다. 실질 내용이 형식에 앞선다는 이 주창은 實事求是 정신의

구현이요 한 발짝 더 나간다면 허례허식의 탈피에 진일보 해 가는 게 아닐까,, 라는 

섣부른 예단도 해 보는 중이다

 

무엇보다 동종 전문가 집단의 영역에 머물던 경연이 이제는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느낌이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우리가 예측한

몇몇 선수는 역시 탈락의 고배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52%의 절대적 판정에 참여한

국민들의 안목이 별 이변 없이 대체적으로 적중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국민가수란 게 뭔가? 

 

국민 대다수가 들으면 좋고 가슴에 절대적으로 큰 감동을 주는 가수가 아닌가?

물론 노래란 부르는 이의 그날의 컨디션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지만, 이미 박창근은

국민들 가슴속에 들어와 준 그런 가수이다. 

 

다음 주 결승전에 관계없이 그는 국민가수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다시 사랑한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나~  ~  ~ ~ ~
꼭 나보다 더 행복해져야만 해


많은 시간이 흘러 서로 잊고 지내도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때도 이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이젠 알아요 영원할 줄 알았던
그대와의 사랑마저 날 속였다는 게
그보다 슬픈 건 나 없이 그대가
행복하게 지낼 먼 훗날의 모습
나 ~  ~  ~  ~  ~
내 마음을 하늘만은 알기를

 

 

*    * 

 

그런데 이 가사는 어디서 먼저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아래 詩이다.  물론 노래 가사와 '공존의 이유'는 느낌상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 인간관계에서도 한번 숙고할 숙제를 주었고 

노래에서 한번 더 감동을 주었으니 그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덕분에 詩도 한번 더 음미해 볼 수 있었고!! 

 

 

 *  *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 들 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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