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미련

 

 

금년 가을 단풍은 애당초 글러 먹었다고 다들 얘기했고 나 자신 설악산

단풍을 아주 일찍 10월 중순에 헛발질을 하고 나서 마음을 추스르기로 했다.

 

단풍 같은 거 이제 너무 기대하지 말자고~ 

 

그러나 혹시나~ 역시나~ 에이 아니야! 그래도 뭔가 어딘가는 단풍이 있지

않을까?  해서 도봉산도 철 지나 달려가 보고 멀리 구인사, 부석사 축서사 까지

달려가 봤으나 역시나 단풍으로는 실망이었다. 

 

미워도 다시 한번~ 그 예전에 나온 영화가 참 명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자연이 우리를 배신한다 해도 역시 마음 한 구석에는 미련이 남는다. 

허기사 자연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 모든 책임은 우리 인간에게 있지~

 

" 보이는 것은 초라한 모습~ 보고 싶은 얼굴~ " 

 

온통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초라한 단풍의 잔해 들이었다. 보잘것없이 

거무퉤퉤하게 말라 버린 나뭇잎들!  그러나 진정한 단풍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셈이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일찍 분당으로 한번 더 가려던 발길을 참고 동네 주변을 한 번만

더 돌아보기로 했다. 그것은 새벽까지 아무리 포탈을 뒤져도 올해 분당지역 단풍을

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겨우 검색되는 건 몇 년 전 나 자신이 올렸던 사

진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저 말없이 사진만 올리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긴 설명이 필요한 이유는

올해 단풍이 그만큼 기대 이하였고 그랬기 때문이다 

 

 

 

2017년 가을 가지치기를 해서 단풍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우리 동네의 단풍이다. 한두 군데 겨우 이 정도 보여 주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아침 햇살에 비치는 몇 그루 단풍을 유심히 관찰한다. 가지치기 전에는 

정말 풍성한 아름다움을 뽐내던 나무들인데~ 

 

 

2020년 즉 작년 가을에 그토록 빛나던 이웃동네 ss y 아파트로 

넘어가니 그나마 단풍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러나 

정말 멋지게 빛나던 단풍나무는 여기 역시 가지치기를 해서 너무도

형편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파트 공동주택과 나무 관리~ 이것이 과연 풀 수 없는 문제인가? 

주민들은 왜? 아름다운 단풍을 볼 권리를 지키지 못할까?  아무 관심

이 없이 그저 낙엽 등, 관리 편의를 위해 나무는 거추장스런 존재로만 

남게 되는 걸까?

 

그럴바엔 처음부터 나무는 뭐하러 심는단 말인가?

 

 

 

단풍나무가 이런 모양으로 잘려 나가면 영영 본래의 모습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조경 관리랍시고 이런 식으로 아름다운 단풍나무를 자르는 것이

용기인가? 아니면 무식의 소치인가? 

 

 

 

2020.11.4 촬영 당시의 아름다웠던 단풍(같은 장소)

 

2020년 11월 내가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그 동네의 단풍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왜? 주민들은 이런 단풍을 지켜내지

못할까? 

 

 

발걸음을 돌려 한참 떨어진 다른 동네 4단지로 나와 보니~

 

 

 

 

 

 

 

노란 느티나무 잎 혹은 청단풍과 알맞게 혼합된 이 조합은 언제 봐도 멋지다

 

 

 

 

저쯤에 단풍나무가 유난히 눈을 끌어 나도 모르게 접근해 보니~

 

이게 웬일? 어떻게 이런 단풍나무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우리 동네와

같은 4층짜리 주거 단지인 이곳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주변에는 10여 년 이상 묵은 매화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었으니 내년 봄 3월

말쯤에 오면 멋진 매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는 몇그루 매화 나무를

다 잘라 버렸다 

 

 

이 나무를 쉽게 떠날 수가 없어 이리 보고 저리보고 찍고 또 찍고~

허긴 구례 화엄사 흑매  한 그루를 500장이나 찍은 적도 있었으니~

뭐 이쯤이야! ㅎㅎ 

 

 

 

 

 

 

 

 

 

이 풍진 가을 단풍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시기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찾고 또 찾은 진정한 단풍은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거~ 

 

만일 이걸 놓치고 가을을 지나쳤다면 그 미진함에 몹시도 아쉬울 뻔했으나

이렇게 라도 위로를 받게 되어 진정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 동네로 이사온지 7년째~ 이 형편없는 단풍 시절에 아주 새로운 보석을

찾은 느낌이다. 

 

 

*

 

봄을 봄 답지 않게, 여름을 여름답지 않게 

가을 또한 가을답지 못하게 ~

겨울을 겨울스럽지 못하게 지나게 된다면 

우리네 인생 자체가 만족 스럽지 못하게 갈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그 까짓 계절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나는 바쁘고 일에 치어서 또는 돈 버느라 

그런거 느낄 겨를이 없소! 

 

글쎄~ 

이건 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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