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은 부른다  북악산도 부른다

 찾아가자 대장군 봉우리

 산울림도 즐거웁고나

 부르자 하늘 높이 희망의 노래

 단둘이 걸어가는 하이킹 코스에는

 아지랑이 아롱아롱 아롱아롱

 그대여 내 사랑이여 젊은 날의 로맨스

 

 

하이킹의 노래 2절 부분이지요^ 

제가 어릴적 서울과는 인연이 없는 시골에 살았으면서도

이 노래는 기억을 합니다.  

 

그만큼 도봉산이 서울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산 이란 뜻이겠지요!

 

 

그런데 도봉산 주변은 두어번 얼쩡거린 적이 있지만, 아직 한번도 

도봉산 꼭대기 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답니다. 의정부 쪽으로 혹은 

포천쪽으로 가면서 좌측으로 보이는 수려한 봉우리를 여러번 보았

건만 어째서 거길 한번 올라 볼 생각을 못했는지 참 의문입니다 

 

그런데 올 가을은 첫판부터 설악산 단풍이 불발로 끝났고 단풍 자체가

전국적으로 시원찮은데 어쩌다 도봉산 단풍 얘기를 지난 주말쯤 유튜브

에서 본게 발동을 걸었습니다.  올해 도봉산 단풍은 10월 26~ 30 정도

로 추정됩니다만, 그 며칠후 달려가 보니~ 

 

며칠 늦은걸 알았지만 한번 가서 상황을 좀 보고 내년 가을에라도 가 볼만한

곳인지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도봉산 공영 주차장이 8시부터라 쓰여있어 그 시간에

대략 맞춰 도착해 보니 주차장은 그 시각 이전부터 열려 있더군요! 알았으면

더 일찍 오는건데,  뭐 이런 기초 정보도 별로 올려져 있는것이 없다보니~ 

 

해서 7시 40분에 주차를 하고 배낭에 카메라와 물 한병, 그리고 빵 몇 조각만

넣고 출발합니다.  실은 작년 청량산부터 이번 설악산까지 하산시에 우측 무릎

의 통증이 있는지라 무척 조심조심하며 올라갑니다. 과연 도봉산 꼭대기 까지 

무사히 잘 갔다 올 수 있을까? 가 신경이 무척 쓰였습니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김수영 시비가 이렇게 있더군요!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저도 이제야 찾아서 읽어 봅니다만, 김수영 시인의 고향이 이곳

도봉산 부근이라는군요! 

 

암튼 초행길이니 조심해서 오릅니다. 

 

 

 

조금 오르자 바로 이런 포인트가 나타납니다 

저 아래 주차장에서도 보이긴 했지만, 정말 수려한 봉우리입니다 

 

 

제가 이런거 생각도 안 해보고 멀리 설악산까지 봉우리와 단풍의 콜라보

레이션을 한번 보겠다고 간게 그리 잘한 일은 아니란 걸 느낍니다 

 

그러나 단풍은 예상대로 별로 입니다. 벌써 하산하는 분에게 

물어 보니 단풍이 다 말라 떨어지고 있다고~ 

 

 

 

조금 더 올라가자 마침내 수려한 봉우리가 아침 햇살에 번쩍 하고

나타납니다. 어떻게 저런 기막힌 암봉이 여기 있단 말인가? 

 

 만월암 인근의 단풍!

 

 

자 ~ 이만하면 금강산의 어느 봉, 김홍도의 산수화에 비견할 만한

멋진 풍광이 아니겠습니까?  비록 단풍이 좀 덜 받쳐주지만 바위는 

주인이요 단풍은 객 이란게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 풍광도 기가 막히게 좋읍니다. 올 가을 제가 찾고자 했던 그림이

바로 이런거 였는데, 가까이 두고도 못 알아 본 셈입니다

 

 

도봉 삼봉의 위용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깎아지른 이란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그런 풍광입니다 

 

등산 도중에 마침 저와 연배가 비슷한 사진가 한 분을 만나서 쉬엄쉬엄

올랐지요! 그분은 16-28mm 광각렌즈 하나만 들고 오셨더군요! 저는 17~35로,

거기다 스틱까지~ 저는 스틱이 등산에 유용하다는 건 알지만 사진 촬영에 너무 걸림돌이

되어 그냥 왔습니다. 

 

 

 

드디어 포대능선 정상 부근까지 다 올랐습니다. 도봉산 이거 별거 아니네?

ㅎㅎ  정상 부위에서 아랫동네를 보니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북쪽

으로 망월사가 뚜렷이 잘 보입니다. 

 

 

 

Y  계곡 Y 계곡 하는 게 바로 저 우측의 암벽 옆으로 오르는 거 더군요! 

몇몇 여성분들이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갑니다. 이른 아침에 이 분들 참

대단들 하십니다.  저는 저쪽으로 우회하는 것도, 넘어서 신선봉으로 돌아

 내려가는 것도 다 뒤로한 채 올랐던 그 길로 다시 하산을 합니다. 될수록 빨리

하산해야 하니까요!  이날 햇빛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고 있었지요! 

 

 

 

비록 단풍이 전성기를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붉은 빛이 돕니다 

실제 여러 야산을 지나 보면 이런 붉은 빛이 돈다는 게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보통 산에는 저것이 그냥 누리끼리 하거나 갈색으로 

칙칙하게 물들어 갑니다 . 그러니까 저런 칼라를 내는 것만도 매우 특별

하다는것 입니다

 

 

내려오며 다시 찬찬히 봅니다

 

 

 

아주 단풍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좀 더 일찍 왔다면 나름 근사한 단풍을 

만났을 겁니다 

 

단풍 보러 오시는 분들이 상당수 있었고 중간에 사진 찍어 달라는 분들도

3팀이나 있었지요! 

 

그런데 다시 공영주차장으로 내려와 보니 식사를 할 곳이 마당치 않았습니다

계곡 상점들은 이곳도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 올라가는 길에 주욱 늘어선 상점

대부분은 등산용품, 혹은 옷가게 들이었고 그 흔하던 식당은 간신히 한 두 군데

밖에 없더군요! 

 

 

겨우 메밀 칼국수 집에 들어가 옹심이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켜 먹는데 주인 아주

머니 혼자 일을 하고 있네요! 한 사람이 어딜 잠시 외출했다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혼자 하시는 거 같았습니다. 빨리 먹고 나와야 하기도 했지만(주차비 계속

카운트되는 중) 손님 대부분이 가만히 앉아 가져다 주기만 바라더군요! ~ 

 

국수 뽑으랴,반찬 소분하랴, 조리해서 날라 주랴, 음식값 계산하랴,주문 받으랴,

저러다 병 나지~  에혀!

 

시험 삼아 가 본 도봉산은 대략 600여 미터~ 가능할까 걱정도 했지만 그래도

무릎 통증 없이 무난하게 등산을 마쳤습니다. 

 

설악산은 넘 일찍 가서, 도봉산은 며칠 늦어서 둘 다 100%의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만일 올해 가을과 같다면 내년 도봉산은 10월 26~28일 정도가 절정일

거라 예측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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