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연일 무더위 상종가를 기록하는데, 이 무슨 자꾸 연꽃 얘기요?

 

얼마 전 관곡지를 찾았으나 기대에 너무 못 미치는 연꽃을 본 지라

내심 외암리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외암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면서 겨우 생각이 났다.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집에 그냥 두고 온 것을!

 

아 뿔싸~ 이게 웬 실수?

어차피 이리된 거 머리와 가슴에 연꽃을 꽉꽉 집어넣고 가면 되지!

뭐~

 

선글라스에 팔 토시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쓰고 연못에 이르자 휴일임

에도 별로 사람이 없다. 너무 더워 그런가? 생각보다 연꽃은 많이 피어

있었고 색감도 매우 곱다. 카메라가 있어봐야 무용지물인 게 영 가슴이

쓰리다. 에혀! 폰으로 몇 장 찍고 나니 더 이상 찍고 싶은 마음이 없다.

 

혹시 작년에 왔을 때 못 본 게 있을까 하고 동네를 들어간다. 마을 입구쯤

할머니 한 분이 집 앞 청소를 하시면서

 

" 이따 점심에 밥 먹으러 와요! 오천 원이야! 절대 후회하지 않아~ " 하신다.

 

나는 대충 대답을 하고 재빨리 동네를 둘러보지만 그다지 새로운 건 없다.

저쪽 산 위로 보니 절이 하나 있단다. 음 절이나 한번 올라가 볼까?

 

논둑길을 거쳐 쭈욱 올라가니 아주 단정한 사찰이 나온다. 인기척도 없고

안쪽으로는 무인 카페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들어가니 냉장고 안에

오디 원액, 매실 원액, 등이 병에 들어있고 옆에는 원두커피 제조기와 얼음도

나온다. 일단 오디 한 잔을 만들어 마신다. 매실도 한 잔 마시고 커피도 한잔

내려 먹었다. 사찰 관련 책도 꽤 여러 권 꽂혀 있고 인근 안내서 등도 보인다.

입구에는 알아서 넣으라는 보시함도 있었다. 나는 여러 잔에 걸맞게 몇 장의

지폐를 넣었다.

 

카페 밖 대웅전 쪽에서 독경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아! 이 평화로운 느낌!

사찰 앞쪽으로는 낙엽송이 울울 창창하고 그리 높지 않은 산 위로는 하얀 구름이

예쁘게 떠 있다. 청정한 이 느낌, 이 동네 생각보다 참 좋구나! 풍수지리적으로도

명당이구먼!! 정말이지 깨끗한 느낌이 든다.

 

차를 마시고 천천히 논 길을 내려온다! 그래 범이 내려올 때 이럴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옛날 들었던 노래가 생각난다. 물론 녹음도 해 본 곡이지만

 

" 하얀 원피스 입은 저 여자~ 저기 가는 저 여자~ 야윈 어깨에 뒷모습까지도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 같아 ~ "

 

큰 소리로 벼가 무성히 자라 오르는 논둑 포장도로를 걸으며 불러 본다

물론 불러도 아무도 돌아볼 사람이 없다. 그저 적막만 감돌뿐!

 

동네 어귀에 100년은 넘은 직한 참나무와 소나무 숲 속 벤치에 앉아 목이 터져라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를 듣는다. 한없이 듣는다~ 거의 한 시간은 그렇게 앉아 있

었다. 시원하다! 이렇게 매미소리 듣고 오래 앉아 있기도 처음이다. 앞에는 고구마 밭,

그 앞에는 대나무가 드리운 기와집이 있다. 힐링이 뭐 별건가? 아까 할머니가 말씀하

신 게 생각이 나서 배가 고플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중이다.

 

반찬 10가지에 청국장 한 그릇~ 손님이 직접 셀프로 하면 5천 원, 서빙을 받으면

9천 원 이란다. 할아버지와 두 분이 사시는 한옥 집에서 식당을 하신다. 그니깐 5천

원 짜리 식사가 맞는다

 

마을 입구를 돌아 나오는데 이것저것 가판대에서 농작물 등을 판매하는 할머니 한분이

 

" 새벽 5시에 사진 찍으러 여러 사람이 와~ "

 

나는 귀가 번쩍 띄었다. 그래? 그 이른 시간에 사진을 찍으러 온단 말이야?

 

올라오는 길에 평택 만기사에서 물 한 통을 길었다. 어휴! 이거라도 없었으면 오늘

말짱 꽝인 날인겨!!

 

이렇게 일요일은 끝났다.

 

 

* * *

 

자 월요일이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어제 일요일 메모리카드를 잊고 그냥 간 불찰을 만회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외암리를 가기 위함이다. 

 

외암리를 향해 달리는데 동편에 먼동이 튼다. 나름 괜찮은 황금 구름 색이다.

 

" 그래 이 맛에 새벽을 달리지~ "

 

외암리 연못 앞엔 벌써 여러 진사가 육중한 삼각대를 펼치고 진을 치고 있다.

일행인듯한 그들은 하나같이 카메라 뒤에 검은 천을 두르고 있었다. 마음 약한

사람은 감히 카메라를 내밀기도 좀 어쭙잖아 보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

나는 궁금해서 그들 중 한 명에게 물었다.

 

" 대체 저 검은 천은 무엇에 쓰는 거요? "

 

" 음 우리는 전적으로 수동으로만 사진을 찍습니다. 화이트 밸런스도 맞춰 줘야

하고 에~ 등등 , 그런데 해가 비치면 카메라 계기판이 안 보이므로 저렇게 하는

겁니다"

 

아! 그런가? 나도 시간이 좀 있다면 그 방법을 자세히 배우면 좋긴 하겠는데,

뭐 나는 순수 아마추어, 저들은 프로? 아닌감?

 

그런데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분이 열심히 촬영을 하고 계셨다. 프로 사진사들에

게 잔뜩 주눅이 들어있던 나는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 연꽃이 참 색감이 좋네요! 너무 멋있어요~ " 하니 그분도 "네에,, 그렇지요" 한다.

그러면서 조용히 " 근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연꽃이 여기보다 훨씬 많고 꽃도

좋은 곳이 있어요~ " 하신다.

 

해도 떠서 올라왔고 더 찍을 것도 마땅치 않아 나는 서둘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고

달리아, 능소화 등을 간단히 찍고 가르쳐준 동네로 향했다

 

아침 식사도 건너뛰고 비지땀을 흘리며 연꽃에 열중했다. 상당히 넓은 면적에 연꽃

도 매우 實하게 피어 있었다. 논산의 윤증 고택도 물론 공지가 된 장소이긴 하나 허용

된 관람 시간 외에 찍은 사진을 내려 달라는 후손들의 부탁이 있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아니 다른 나라도 비슷할 걸로 생각은 되지만, 특정 장소가

유명해지면 얼마 안 가서 피폐해지는 나쁜 전례가 있다. 해서 장소는 밝히지 않기로

하니 양해 부탁드린다.

 

아침 9시가 넘어 약국에 도착해서 빵 한 조각과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이 더운데

무슨 난리란 말인가? 누가 시켜한 짓도 아니고 순전히 내 의지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어쩌랴!

 

생각보다 무척이나 몸이 피곤함을 느낀다. 사진 촬영이 이토록 힘이 든단 말 인가?

코로나 2차 접종 때문인가? 아침 식사를 제대로 안 해서 그럴까?

 

암튼 이 한 여름 올해는 연꽃으로 인해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해가 뜨기전부터 기다려 몇 장 건진 외암리의 연꽃~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연꽃의 색감은 정말 신비로울 정도였다

 

 

여기부터는 어느 분이 가르쳐준 외암리에서 가까운 곳이다

이날 아침도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바람에 우연찮게 이런

좋은 곳을 알게 된 셈이다

 

 

 

바삐 촬영하느라 늘 삼각대도 없이 하던 것을 이번엔 꼼꼼하게

삼각대를 써서 촬영에 임했다. 역시 결과는 차이가 좀 나는 것 같다

 

 

 

 

이날 약간 흐린 상태였고 아침이지만 기온은 매우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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