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잠깐 며칠 왔다 가는 목련!
올 봄도 이미 목련은 갔습니다^ 저 멀리 가고 아니면 인간을
향해 굳빠이~ 이렇게 손을 흔들듯 그렇게 바람에 흔들리며 저만치
가고 있는 중입니다
푸른 풀이 돋아나는 길쭉한 밭 모서리에 한가로이 피어오르는 목련을
상상해 본건 꽤 오래전 일입니다. 명동 카톨릭 회관에서 장자 철학
강의를 함석헌 선생님으로 부터 들을때 그때 작은 팜플렛 같은데에
그런 목련인지 벛나무인지가 서있는 풍광을 본적이 있읍니다
팜플렛은 팜플렛일뿐 ! 세상에서 그런 풍광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와는 정 반대로 하얀 목련의 우아함을 본 건 동네 근처였습니다^ 마치
강아지가 인간과 집 근처에서 잘 살듯 목련 또한 그러해 보였습니다
수년간 목련을 보면 정신없이 찍어 두었으나, 더 깨끗한, 더 하얀, 더
우아한 목련은 점점 더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올 같은 코로나
사태임에랴!
혹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 그거 목련 말이야요~ 질때 보면 너무 지저분하단 말이에요~
난 그런 꽃 그래서 싫어요~~ "
그러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에 질 때도 아름다운 꽃 있을까? 아름다움이 있으면 지저분함도
함께 있을터! 질때 설혹 좀 필때만은 못하더라도 그것까지도 사랑하는
맘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네에 그래서 목련이 질때 갈색 종이가 구겨져 떨어진거 같아도 동백이
질때 그저 후두둑 아무렇게나 떨어져 나뒹굴어도 다 괜찮읍니다^
또 지는 꽃 다음엔 잎새 입니다^ 꽃보다 잎이 먼저 나건 잎이 꽃보다
나중에 나건 중요하지 않아요! 꽃도 멋지고 잎도 예쁩니다^ 자연은
그 어느것도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과연 목련이 진짜 우아한 건 맞나요?
뭐 목련이 그렇게 핀 걸 조용히 한참이라도 응시해본 적이 있어야 그게
우아한지 탐스러운지, 그냥 별거 아닌지 알 수 있을거 아니에요?
제가 목련을 보러 찍으러 수년을 다녀봐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시는 커녕 조용히 목련을 구경하는 사람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읍니다
목련은 이 봄에 그토록 흰 빛을 발하며 피어나는데, 아무도 봐 주는 이 없이
혼자 핀다면 목련이 섭하지 않을까요?
목련의 꽃잎의 향내를 맡아본 적 있으세요? 그 여린 냄새! 살짝 향기가
스며드는 냄새,시원한 청량감! 목련은 본성이 시원합니다. 어떻게 우리
조상들은 그걸 알고 아직 피지 않은 목련의 꽃송이를 말려서 코가 막히는데
일찌기 사용을 했었지요! 신이 라고 해요 그걸!
제가 위에서 말씀드렸든 목련은 내가 사는 동네외에
어디 더 멋지게 핀거 찾기가 힘들다~ 야생의 목련은 꽃 송이가
작고 색상도 그닥 하얗지가 않읍니다^ 탐스럽고 우아한 자태는 역시
동네 근처의 것들입니다^
또 목련은 꽃이 진 후 과실을 남기지 않읍니다^ 꽃이 너무 크다보니 과실이
없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작은 꽃을 피우는 나무가 큰 과일을 맺습니다
사과가 그렇고 배가 그렇읍니다^ 그러니까 과실도 못 맺는 목련은 그닥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꽃으로만 말하는 목련! 목련의 가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아까 말씀드린 피기 전의 목련꽃 말린것 외에 말입니다^
이렇게 멋진 목련이 피어나는 아파트 라면 의자 가져다 놓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좋을거 같읍니다. 조경 한답시고 중간을 싹뚝 자르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저런 목련이 있는 동네는 뭔가 시원함이 있지 않을까요?
시원한 동네! 반대로 답답한 동네!
그저 동네에서 피고 지는 목련이 좀더 사람들의 사랑과 주목을 더 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거 이제 목련 다 졌는데 그런 얘길 하면 뭐합니까? 진즉
좀 올려 주시지~ 네에 뭐 그럴수도 있지만, 올해 못 봤으면 내년에 보면 되
잖읍니까? 꽃이건 잎이건 단풍이건 사실은 1년 전에 미리 봐 둬야 합니다^
" 아! 내년 봄엔 이런 꽃이 여기에 피겠네! 금년 가을 단풍은 저기가 멋지겠네"
이런 걸 여기 저기 돌아다닐때 미리 눈여겨 봐둬야 하는 거지요!
목련의 아름다움을 필설로 해 보려니 참 힘이 드는군요! 이건 아름답다
저건 아니다! 이렇게 말할순 있지만, 모든 꽃이 다 아름답다고 말할순 없지
않을까요? 아무 벛꽃이나 아무 목련이나, 아무 감 나무나 다 이쁘진 않지요!
목련이 지면 그뿐 !
그저 한 며칠 섭섭해 뒤를 돌아볼뿐!
그렇게 올 봄도 지나 갑니다^
괜찮은 목련 몇장 올려보려 했는데, 그닥 여의치가 않군요!
사실 이젠 목련을 봐도 달려 가지를 않게 됩니다^ 너무 많이 봐서 그런게
아니라 열정이 식었기 때문같읍니다^
약국앞 바로 건너편에 피어나던 목련입니다. 야외 음악당에
어디선가 가져다 심었던 목련입니다^ 올핸 이미 다 져서 흔적도
없읍니다^
비록 그렇다해도 역시 아직 하얀 목련을 보면 연분홍 진달래를 보는것
만큼이나 뒤를 돌아봅니다^
하얗고 크고 탐스럽고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목련!
올 봄은 그닥 가슴에 와 닿는 녀석을 보진 못했지만, 내년 봄을 다시
기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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