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바람에 봄치마 휘날리더라

저 고개 넘어간 사랑마차 소식을 싣고서 언제오나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느니

노래를 불러 앉아도 새가 울고 서도 새 울어

맹세를 두고간 봄날의 길은 멀다 

 

 

 

 이 산 저 산 다 흟어보고 이 동네 저 동네 다 돌아다녀 봐도

봄에 진달래 만큼 가슴을 물들이는 게 없네요!

그 연분홍! 그 붉음! 그 하늘거림^ 그 화사함!

 

거기다 어릴적 추억까지! 소월의 진달래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웬지 내가 느끼는 진달래의 맛은 안 나는듯허고

마야의 진달래 노래를 들어도

역시 그런 맛은 느껴지지 않네요!

 

그럼 봄의 진달래는 과연 뭐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

'

 

강산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진달래를 이렇게 시작하는게

과연 우리 정서에 맞을까? 뭐 자꾸 소월의 진달래를 언급하는 건

그나마 진달래를 노래한 분이 소월밖에 생각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진달래는 사실 봄에 맨 먼저 피는꽃도

아닙니다. 먼저 피어서 반갑고 그리운 꽃이 아닌 셈이지요!

맨 먼저 피는 꽃은 복수초 라는게 있고 산수유도 매화도 모두 진달래

보다는 먼저 핍니다^

 

 

그런데 왜 유독 진달래에 정이 갈까? 그 모양이 이쁘든 안 이쁘든

상관없이 진달래 핀것만 보면 눈이 그 쪽으로 돌아가는건 왜일까?

이건 분명 소월의 시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만일 산수유가

분홍으로 피고 매화도 연분홍으로 핀다면 달라질지 모릅니다. 말하자면

연분홍이 주는 느낌이 유독 다른 무엇이 있는건 아닐지 모르겠읍니다

 

동네 앞산에서

 

물론 진달래가 나에게만 어떤 의미가 클수도 있읍니다^ 목련이

더 느낌이 좋은 분도, 매화가 더 좋은 분도, 개나리가 유독 매력이

있는 분도 계실겁니다. 단지 이제 거의 현대인들의 머리와 가슴속에

잊혀져간듯한 이 진달래를 그냥 건너뛰기엔 너무 아쉬워서 한글자

한사진 남겨보는 중입니다^

 

 

산에 산에 피어 있는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그냥 여리고 호젓한 한송이 꽃입니다^

진달래는 바로 이렇게 호젓히 혼자 피는데 더 정감이 가고 멋이

있는거 같아요!

 

진달래의 이런 모습이 웬지 더 저는 정감이 갑니다^

용인으로 이사 오고 몇년간 3월 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앞산을 올랐읍니다

 

 

 

어릴적 고향에서 이른 봄 진달래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저 아래

큰 동네 그중에도 중간쯤 있는 어떤 집 장독대 위에 무리지어 피어

오르던 진달래였습니다. 진달래가 피면 온 동네가 화안하게 빛이

나는듯했고 내 가슴에도 빛이 밝혀졌으며 웬지 좀 살것같은 기분이

그때부터 들기 시작했지요!

 

 

그쯤이면 멀리 깊은 산중으로 나무하러 갔다 오시던 아버지의 지게

윗 부분에도 진달래가 한묶음 꼿혀져 돌아오시곤 했습니다. 그 진달래는

집에다 두기 보다는 우리들 먹으라고 꺽어 오든거 였습니다.

이른 봄철 아무것도 변변히 먹을게 없던 시골엔 진달래가 피는게

마치 복음과도 같은거였습니다. 진달래도 냉이도 다 먹을거였습니다

들에 올라 오는 삠비기 풀도 마찬가지였지요! 물론 칡도 한몫 했지요.

 

진달래를 먹다 보면 입안이 파래 집니다. 그래서 많이 먹을수는 없읍니다

그저 한 여나믄 잎새 많아야 따 먹을 뿐입니다^ 아버지의 지게에서

손으로 넘어온 진달래는 이손 저손으로 형님과 누나의 손을 거쳐 갔

읍니다. 저녁 햇살이 자욱하게 긴 그림자 꼬리를 내리며 비칠때 멀리서도

쉽게 구분이 갔던 아버지 지게의 연분홍 진달래 묶음을 기억합니다^

 

 

 

진달래는 마치 새색시 같읍니다^ 댕기치마 입에 물고 살짝

대문에 숨어있는 색시 말입니다^

 

세상에 그 어느 꽃이 이런 진달래보다 더 가슴에 스며 있을까요?

 

 

 

좋다는 꽃 다 보아왔지만,아직은 이 진달래를 능가할순 없을듯

합니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몇년전 죽산

에서 아주 오래된듯한 진달래를 봤습니다. 그 옛날 봐오던 그런 진달래가

아니었지요!

 

아주 오래된 진달래!!

 

 

그러나 이런 오래묶은 진달래는 한잎 입에 넣어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뭐랄까! 하여튼 뭐 그런거! 오래 묶은 거북등을

보는 느낌? 같은거!

 

 

 

 

제 고향 뒷동네에서 본 진달래는 이랬었지요!

역시나 연하고 순하고!! 2020.3월 말쯤 이었읍니다

 

 

갈 길도 길건만 봄날도 길고 길더라
돌 집어 풀밭에 던져보면
이렇단 대답이 있을소냐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느니 노래를 불러
산넘어 산 있고 물건너 벌판
기약을 두고 간 봄날의 길은 멀다

 

범나비 바람에 댕기가 풀어지더라
산허리 휘감은 아지랑이
봄날은 소식도 잊었는가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느니 노래를 불러
아가씨 가슴 속에 붉은 정성도
행복을 두고간 마차의 길은 멀다

 

 

이난영의 진달래 시첩을 원곡 대신 장세정이 부른걸로 가져와 봤습니다만,

뭐 가사나 노래가락이나 아주 제가 바라는 환상의 조합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그래도 진달래에 대한 아련한 느낌을 저렇게라도

전해주고 있지 않읍니까?

 

이제 봄 끝나면 진달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터~ 이 땅에 희망과

꿈을 함께 퍼 날라주던 진달래의 추억도 없어질테지요!

 

올 봄은 유달리 더 안타깝고 애수가 밀려오는듯 합니다.

코로나 탓만해야할지! 잘 모르겠군요! 사람들의 손 발을 묶어두고

홀로 오고 가는 이 봄날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2020.4.3 죽산 칠장사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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