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속으로 걸어 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걸까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그렇읍니다. 겨울 바람속으로 걸어 갔습니다
산 모서리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추운겨울 별다른 장식도 없이 그저 창가에는
마른꽃이 한줌 걸려 있을뿐이었습니다

차를 한잔 주문합니다
아무도 없는 찻집! 텅빈 의자에 홀로 앉아
외로움을 가득 한모금 마셔 봅니다

아!
지난 한해 참, 구름처럼 지났네~
돌이켜 보니 그닥 잘한것도 없고 뭐 특별하게
이루어 놓은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살았네

그래도 뭐 어디 아픈데 없이 이만큼 살았으면
됬지, 인생 별거 있나?

차 한잔을 다 마시고 창 건너 먼 하늘과 꼬불꼬불
이어져 사라지는 시골 논둑길을 응시해본다. 참 별일도
많았던 한해! 구부러진 논둑길만큼이나 이런저런 사연도
많았지!


북해도 니세코 스키장에서~





웃어! 웃으라구^ 세상사 모두 그렇지 뭐! 그저 웃고
살자구^ 웃으면 복이 온다구 했잖여~ 아니 웃을수록
젊어 진대며!! 헌데, 아무리 웃으려해두 왜 눈물부터
나는 거야? 허참!



* * *


그 겨울의 찻집!

김희갑 양인자 부부의 역작^ 우리 가요에 뛰어난 곡들이 많지만
이 곡만큼 멋진, 한 겨울 우리의 가슴을 녹여주는 명곡도 드물듯
하다!

노랫말을 만든 양인자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환경에서 저렇게
멋진 노랫말을 만들었을까?

노래를 해설하는 형식으로 글을 시작했지만, 이 노래엔 눈은
등장하지 않는다. 겨울에만 내리는 하이얀 눈! 세상의 온갖 죄를
다 덮어버릴것 같은 그 눈을 왜 집어 넣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노래
를 부르다 보면 왠지 하얀 눈이 그 찻집을 뒤덮고 있는듯한 환상에
빠지고 만다.


키로로

쓸슬해 보이는 겨울을 역으로 환하게 빛내는건 눈이다^ 눈은 본질적
으로 비와 같지만, 전혀 다른 형상으로 나타난다. 땅에 와서는 그저
며칠을 지내다 홀연히 사라진다. 너무 오래 뒤덮고 있으면 자연의
이치에 반할뿐 아니라 원본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만년설이라 해서
산꼭대기에 몇만년을 쌓여 버티고 있는 것들이 있긴하지만, 적어도
지상 낮은 곳에선 통하지 않는 법칙이다.


일견 쓸쓸해 보이는 겨울을 쓸쓸치 않게 오히려 화려하게 마치
동화속 주인공처럼 살수 있는 방법은 눈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옛 말에 풍부한 눈은 다음해 풍년을 보장한다고 했다. 마찬 가지로
이 겨울 풍성한 눈과 함께 한다면 다가올 한해 풍성한 삶의 수확을
거들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이다.

*

눈이 날리는 바람속으로 걸어간다
흰눈이 자욱히 쌓인 찻집에서 차 한잔을 마신다
어둑한 하늘에선 여전히 눈이 가루처럼 날린다
산새들이 간간이 날아다니며 낮선 이방인을
반긴다

그렇게 어둠이 찾아들고 산속의 찻집도
가마득하게 눈속에 묻힌다!


삿포로 나까지마(中島)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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