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겨울이다^ 춥다^ 눈이 온다! 

올 겨울은 초창기에 두어 차례 조금 눈이 내린후  아직 소식이 없다

 

아주 오래전 근 5-60년 전 얘기를 하나 꺼내  본다^

거 뭐 그딴 옛날 얘긴 뭐할라 꺼내시요?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 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전인권은 노래했다

지나간것도 나름이지 뭐든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 무슨 의미가

있길래 그걸 꺼낸단 말이요? 

 

 

^

 

아침이 밝아오면 어젯밤에 땐 군불의 기운이 다 되고 웃목 아랫목 할것

없이 방바닥은 식어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해가

뜨기 이전에 눈을 부비고 일어난다^ 간밤에 하얀 눈이 내려 안방 봉창

으로 내다보이는 저 건너 들판엔 뽀오얀 눈빛이 어슴프레 파고들기 시작

한다. 곧이어 맑은 하늘 동쪽에선 해가 떠오를 태세다. 

 

촉새를 잡는데 유용하게 쓰일 덮치기를 이미 몇개 만들어 둔 터라 지체없이

덮치기 4개를 양손에 두개씩 끌어안고 꽁꽁 언 밭고랑을 가로질러 200여 미터

앞 뽕나무 밭으로 내 달린다^ 발 아래 밟히는 눈의 감촉이 포삭하게 전해온다

이미 촉새들은 뽕나무 밭 주변에 어지러이 흩어져 모이를 찾고있다. 덮치기를

잘 셋팅해놓고 오던  길로 돌아 눈 발자국을 밟으며 집으로 간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조금 뜸을 들인 다음 뽕밭으로 다시 간다 

 

덮치기에 촉새가 한  마리,두 마리 잡혀있다^ 조심스레 새를 빼내어 새끼줄에

꿴후 다시 덮치기를 셋팅한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적당한

시간에 잡은 촉새를 소금을 조금 뿌려 불에 구워 먹는다^

 

12월 말부터 다음해 1월 말까지 방학기간중 대체로 눈은 4-5 차례 내린다

한번 눈이 오면 대략 2-3일은 눈이 유지되니 근 보름 가까이 즉 겨울방학의

1/2 정도는 새를 잡는데 소요된 셈이다^  보통 눈이 내린 당일엔 5-6 마리

그 다음날엔 잘해야 1-2 마리 잡는데 그쳤다. 내가 기억하는 하루 최고

포획량은 8마리였다^ 그것도 오후 해가 뉘엇해질때까지 하루종일 들판을 

쏘다닌 결과였다^ 당시 최고 기록이 몇마리를 달성할까 하고 이를 악물고

버틴 결과였다^ 

 

그니깐 방학동안 보통 한 명이 촉새를 30 마리에서 40 마리정도 잡은 셈이다

동네에 새잡던 애들이 수십명이었으니 그것도 다 합치면 꽤나 많은 숫자

였다^ 

 

해서 당시 내가 그 추운 겨울에 일찍 일어날 수 있던 원인은 누가 뭐래도 촉새

를 잡기위함 이었는데, 그것은 지금 말하는 겨울의 낭만이니 일찍 일어나 무슨

좋은 기를 마시기 위함이니 하는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오직 목표는 새~

군것질 대용으로 새를 잡아 먹기 위함이었다^ 

 

 

요 며칠 사이 옛날 생각이 나서 대체 당시 내가 얼마나 빨리 겨울에 잠을

깬 것인가를 유추해 보았다^ 헌데 당시엔 시계가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잠을 잤고 날이 새면 일어났다^ 아침 8시는 되어야 12월말 1월초는 해가

떠 오른다. 정확히는 7시 40여분 경에 일출이 되는데, 앞산에 막히고

어쩌고 하다보면 8시가 되어야 해가 얼굴을 비치는 것^ 따라서 나는 당시

8시경에 일어나 새를 잡기 시작한것이다^ 별로 빠른 시간도 아닌데, 허나

지금껏 나는 겨울에 무척 부지런했다고 나름 생각했었다. 해가 뜰때 일어났

으니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눈덮힌 들판을 걷고 또 걷고 바람을 맞으며 코를 흘리며

 언 손을 호호 불며 새를 잡으러 걸어다니던 그 힘으로 오늘날까지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작자 미상)

 

 

그 뿐이 아니다^ 어릴적 교육의 최고 성과는 바로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라

했다^ 최근들어 놀이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상상력도,

추리력도,창의력도,협동심도,문제 해결력도 모두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그 겨울 촉새 잡이가 얼만큼 나의 인성에

영향을 미쳤을까? 새잡는 것만이 전부였던게 아니다. 딱지치기,구슬치기,

연 날리기, 자치기,썰매타기,새알찾기,미역감기,나무하기,밭매기,고기잡기

메뚜기 잡기,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놀이를 거의 매일 빠지

지 않고 하며 지냈으니 나와 동 시대의 친구들은 놀이가 곧 일상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 모두 집에는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집 안에서는 할게 없

었기 때문이다. 요즘과는 너무도 사정이 달랐다. 

 

그때 밭고랑을 걸으며 발아래 느껴지던 언 흙의 촉감, 눈의 포삭함,매서운

겨울바람의 따가움, 하늘의 청량함, 나무를 훓고 스쳐가는 겨울 바람소리, 

얼음판의 갈라짐 소리,낫으로 한번 치면 쫘악하며 잘라지던 소나무 가지 소리,

솔잎이 불에 타닥거리며 타던 소리,쥐의 울음 소리,참새의 포드득 소리,무엇

보다 밤새 내리던 눈 쌓이던 소리, 눈내린 밤 늦게 청명히 빛나던 달빛,

그 밤의 고요함, 이런것들이 내 마음과 기억속에 쌓여있는 부피는 그 

깊이가 얼마인줄을 모르게 육중하고도 조밀하다.

 

도회의 아이들이 저런류의 체험을 얼마나 했을지는 모른다. 아마도 많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내 생각에 유년시절의 1년은 장년기 이후의 5년에 

버금간다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 난 도대체 어린시절에 뭘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말을 한다면

그는 필경 유년의 추억이 부족하거나 없는것이리라.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별 볼일 없던 시절의 기억은 어느정도 한둘씩 가지고 있다. 같은 시기라도

어느쪽의 기억은 선명한데 학교 생활의 기억은 거의 없거나 이런 식이다. 

뭐가 됬건 기억이 사라진쪽은 별 볼일 없던 시기가 분명하다^ 어떤 이는 

유년시절이 그렇고 어떤 이는 청장년 시절이 그렇고 어떤 이는 40대가 그렇고

등등이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전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순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중요함에는 틀림이 없을것이다. 자라나는 우리의 자녀,손자,손녀에게는

놀이를 통해 자아를 완성해가는 단초를 많이 제공해보자^ ㄱ,ㄴ,ㄷ, 

A,B,C 등 글자를 가르치려고 애를 쓸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후는 어떨까? 그때도 놀이가 그만큼 유효할까?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어릴적 놀이로 날을 새운 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놀이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일을 해도 노는것처럼, 공부를 해도

노는것처럼, 그리고 실제 놀이방법도 다양하게 개발해서 활용할것이

맞는다 할것이다^ 

 

' 난 도대체 취미가 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어릴적 다양한 놀이를 해보지 않았다고 볼 수가

있을것이다^ 취미도 없고 이렇다할 재미도 없고 따라서 사는 재미도

뭣도 없게 사는 이들이 생각보다 주위엔 많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해서 난, 이 겨울 어릴적 촉새잡이에 나섰던 추억을 다시 꺼내어 음미

하는 중이다. 눈 쌓인 밭 고랑을 달려간다. 맑은 하늘에 해가 떠 오른다

바람이 분다. 걷고 또 걷는다. 발이 시리다. 몸이 차다. 손이 시리다.

그래도 다시 덮치기를 걷어 다른곳으로 옮긴다. 그리고 잡은 촉새를

만져본다. 그리고 불에 구워 먹는다~~~

 

오후가 되면 새 잡는 건 끝이다. 새들은 오후에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

대신 겨울바람이 분다. 집더미가 쌓인 곳을 찾아 연을 날린다

파란 하늘에 높이 떠서 날으는 연을 본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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