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여기엔 촉새,할미새,종달새,꿩, 물오리 등등이 포함된다.


능국리 시골 동네엔 주변에 야트막한 야산이 많았다. 동네 바로 뒷산도
있었지만 거기엔 새들이 잘 집을 안 지었다. 한 동네에 총 7명의
동갑나기가 있었는데,한결같이 학교를 댕겨오면 약속이라도
한듯 책가방을 팽개치고 동네 서쪽으로 약 1키로 정도 떨어진
'새댕이 뒷산'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봄철 4월에서
6월,혹은 7월 까지였다.

 

큰 나무가 없고 키 작은 소나무, 참나무, 철쭉 등이 빼곡한 이곳은
새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천국같은 곳이었다. 더구나 산 지표면 땅으로
풀들이 잘 자라는 이 곳 어디나 새 집이 많았다. 우리는 떼를 지어 산을
헤집고 다녔고 누구라도 먼저 새 둥지를 찾는 사람이 그 새 집의 임자가
되었다.


소나무 가지 사이 혹은 풀잎 속에 예쁘게 마련해 놓은 둥지는
보는 자체가 신비였고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수확물 이었다.

새 둥지를 찾으면 다음 단계는 비료 푸대 실로 고리를 만들어
둥지 가장자리로 늘어 놓아 알을 품는 어미새를 포획하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잡은 어미새는 집으로 가져가서
새 집을 만들고 그곳에 넣어서 길렀다. 수 없이
새를 잡아 벌레등을 잡아 먹이며 길러 보았으나 대개
1주일이면 새는 죽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거지만,
당시는 그렇게 하는게 매우 즐거웠고 뭔가 심심하고 특별한 놀이도
없어 그렇게 한게 아닐까,생각이 든다.집에는 강아지도 길렀고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한 뭔가가 있었나 보다. 꿩 알을 발견하고 즐거웠던 일
또 꿩이 새끼를 길러 졸졸 데리고 도망치는 걸 보던 일, 물오리 집을
찾아 20여개에 이르는 푸르스름한 커다란 알을 포획했으나 그것이
이미 부화를 앞둔 알이어서 크게 실망하던 일,, 등등

사실 당시에 그런 일은 하면 안 되는거야,,라고 누군가가 잘
말해 주었다면 아마도 그 일은 중지를 했을지도 모른다.
새가 되었든 뭐가 됫든 생명은 중하니 절대 함부로 대하면
안 되고 그런걸 잡아서 죽게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면 어릴
적부터 조심하고 아끼는 마음이 좀더 생기지 않았을까?

 

그후 6학년 때인가? 산밑 동네에 사는 친구가 자기 집에 까치가
새끼를 기르고 있다고 가보자 하여 호기심에 따라가 보니
커다란 은행나무 위에 까치 집이 있었고 새끼도 있어서
한 마리를 얻어 와서 정성껏 키웠지만 그것도 결국 얼마 못가
죽고 말았다.

20여년 전에 시골 가서 그 집이 생각나서 들러 보니 그 친구는
온데 간데없고 은행나무도 너무 커져서 거기가 맞는지도
모르겠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 시골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 당시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친구들도 그런 기억을 지금껏 하고 있어 새집 얘길하며
한참을 웃었었다. 허나,

 

이것은 국민소양 부족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마치 그런 책임이 국가에 있는거 아니냐고 떠 넘기는거 같지만,
철부지 어린 아이들에게 제대로 자연 보호 교육을 시키는 건 당연
국가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다시 반복하지만 비록 어릴 때라도 생명의 둥지를 무너뜨리는
일은 절대 해서 안 되는 것으로 배웠어야 하고 또 그런 생명존중
사상을 일찌기 일깨워 주는것은 국가의 의무라 생각해 본다.
요즘의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그런 교육이 되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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