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맛은 언제가 좋을까?
9월 이른 추석에 나오는 배는 아직 맛이 덜들어 밍밍하다
10월 늦추석이 걸리면 그나마 좀 맛이 든 배를 먹어볼 수 있다.
그리고 한겨울 설날이 되면 차례 지낸후 또 배를 먹게된다.
보통 배를 명절이 아닌 시기에 사서 먹기는 좀 쉽지 않다.
사과와 달리배는 아침에 까서 먹기도 좀 그렇고 어찌보면
생산량에 비해 그닥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과일이 아닌듯하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나의 관심은 봄철에 피는 배꽃이었다.
우연찮게 안성에서 행한 조카 결혼식을 가다가 거기 눈부시게
피어난 배밭을 보게 되었고 그후 쭈욱 봄만 되면 안성의 배꽃을
잘 찍어보겠다고 다짐을 하게되었다.
그러다 아! 가을이면 맛있는 배를 거기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을에 가 보니 배를 아무 과수원에서나 살 수 있는게 아니었다.
팔지도 않았다. 이미 수확하기 몇달 전부터 밭 전체로 도매업자에게
넘겨 버린다는 거였다.
또 배밭을 가지고 있는 농가가 모두 저온 창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해서 알게된 배 농장이 있었다. 저온 창고도 잘 갖추어 놓았고^
그런데 그 배맛이 참 기가 막혔다. 이제껏 마트나 추석 명절에 먹던 배 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집에서 멀지도 않아 수시로 배가 떨어지면 차 몰고가서
한박스 또는 두박스씩 구입해왔다. 너무 많이 가져와도 보관이 어렵고 마지막
즈음에는 맛이 떨어졌다.
안성 고삼면 지나 대덕면 즉 안성 시내에서가까운 동네의 '누렁이 과수원' 이란 곳이다.
인터넷 치면 금세 나온다.
그렇게 몇년째, 올해도 벌써 두번이나 다녀왔다. 일요일 오후쯤 안성 가는 길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잘 뚫린 도로 주변으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보는것 또한
너무 좋다.
배 맛을 정말 잘보고 즐기는 건 이렇게 하는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과수원이 멀면 택배로 주문해 먹으면 되지만,
웬지 직접 가서 사느니만 못할거 같아서다.
추운 한 겨울에 아주 시원하게 보관된 배를 까 먹는 맛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누구나 배를 좋아하는것은 아닐것이다. 배의 흰 과육이 말해주듯 웬지 배는 해독에
좋을거 같고, 알려진 바와같이 기침에도 쓰이고 그렇다.
내 경우는약국마치고 밤 늦게 집에가서 반쪽 정도 까먹는 배 맛이 너무도 좋다.
특히 밤에 먹는 배 맛이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배맛은 겨울이 제격이다. 흰눈이 펄펄내리는 밤에 따스한 이불에 발을 묻고
이가 시릴정도로 찬 배를 한입 베어무는 그맛^
상상만해도 몸이 오삭해지는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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