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원!!
거긴 고향 일죽에서 삼십리 떨어진 동네~ 옛 시골 옆집에
살던 동네 누님이 시집 가서 사는 곳이다. 수십년 동안 소식도 모르다가
한 10여년 전에 어지어찌 연락이 닿아 가끔씩 내려가 보게 되었다.
동네 인심도 남다르게 좋고 마을 공동체 생활이 아주 잘 이루어져
온 동네가 품앗이로 농사일을 하고 마을회관에 수시로 모여
함께 밥을 해 먹고 이웃간에 정이 돈독한 참 요즘 보기 힘든
그런 동네이다.

 

오늘 갑자기 작은 누님이 그곳에 엘바도 라는 황도 복숭아를 사러 옛 시골 동네  언니랑 

오빠와 함께 가는데 함께 가볼텐가? 하길래~ 숙고 끝에 가기로 했다.
점심 시간에 후다닥 댕겨올 참이었다.
해서 낮에 홀연히 혼자 차를 몰고 우선 일죽쪽으로  달렸다.
백암을 지나 농로길로 포장된 능국리 가는 길로 일부러 들어서 본다.
 그곳엔 오염되지않은 논 벌판이 있을거 같았다

 

 

저 들판은 내가 어릴적 들판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학교를 다니던 곳이다.

저 중앙에 나무 다섯 그루 심어져 있는 우측으로 해서 쭈욱 가면 우리 밭 3000 평이

있던 곳이다.

 벼가 없는 겨울부터 봄을 거쳐 여름을 지나 가을 누런 벼가 익어갈때 까지 늘..저

논둑길로 해서 나는 다녔다. 아주 어릴땐 저 길을 가고 오며 발목이 아프다고 엄마한데

업어 달라 떼를 쓰기도 했던 그런 길이다.

 

집에서 키우던 검둥이 녀석이 돌아댕기다 농약을 먹고 죽어 있던 곳도 저기 어디쯤 논

속이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길가에 댄 후 이렇게 상념에 젖어

카메라에 추억의 현장을 담아 본다.

 
 
 
    

장호원 방추리 집에 도착하니 시골 반찬이라며 이렇게 잔뜩 차린 상을 내온다. 일행 5명은

좀 이른듯한 점심을 먹는다. 고추 버무림과 깻잎,,그리고 왼쪽의 얼갈이 김치가

특히 맛이 있다. 아무리 도회지에서 만들어도 저런 맛이 안 나는 그런 반찬이다.

식사하면서 부터 그 옛날 얘기가 시작된다.

 

 

누군 어떻게 돈만 벌어서 쓸줄을 모른다거나, 누가 어떻게 죽었다느니, 그 마누라가

그러고도 바람이 나서 남자를 동네에 끌어 들여 산다느니, 누구 아들이 목사가 되었고,

 아래 윗동네 결혼했던 누구가 자살을 했다는둥,,

 

아! 그리고 걘 어찌 사는지 보고 싶다는둥,,,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 동네 얘기를 들어본다.

 
   나보다 4년 많게는 8년 연배인 누나 형님들 얘기에 나도 더러 끼어든다.
예전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가지고 서울서 내려와 썰매 타는 우리들의 부러움을
한껏 삿던 누님의 사촌 동생의 사위가 나와 같은 성(姓) 이라는둥,
나는 나중에 서울로 고등학교 가서 젤 먼저 산게 전승현 스케이트라 하니
형수님이 맞아..전승현,, 세이버란 스케이트도 있었지..
하며 맞장구를 친다
   
 
    점심후 엘바도 황도를 잔뜩먹고 옆집 담에 핀 백일홍을 찍으러 나갔다.
언제 봐도 늠름하고 기품이 있는 백일홍!!
 
 
 
    참 멋있다. 저 황금 목걸이 같은 꽃술!!
  엘바도를 두 상자씩 사서 차에 넣고 다시 아쉬운 작별을 한다.
수년전만 해도 가끔씩은 찾아 오던 곳인데,,,뭐 그리 바쁜지
  요즘엔 통 오질 못했다. 언제와도 평화와 안식이 감도는곳..
참 좋은 그런 동네이다.  
 
 
      떠나기 전 역시 옆집 마당가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대추를 본다.
한개씩 따서 맛을 본다.
 
 
    대추는 저 갈색이 표면을 다 덮으면 모두 익은 것이다.
물론 저 상태에서도 맛은 달다.
 
   일행중 형님의 일정상 빨리 나오긴 했지만,,조금은 아쉽다.
대소국민학교 앞으로 나오는데
코스모스가 곱게 피어있다.
   벌써 상당 부분 지고 있는 코스모스,,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 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 하여라~~
단풍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
찬바람 미워서 꽃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 있는길~
 향기 로운 가을길을 걸어 갑니다~
 
    이렇게 해서 아주 짧은 옛 시골 고향 형님 누님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뉘엇뉘엇 지는 해를 가슴에 안고 돌아오게 되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maroni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