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강마로니에
2016. 8. 18. 17:49
2016. 8. 18. 17:49
요즘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화두의 하나에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묻지마 폭력, 묻지마 살인, 다중을 향한 이유없는 폭력행사등사실 이건 한국사회만의 현상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 아닌가생각이 든다.
우리민족이 평화를 사랑하고 가무를 즐기고 전쟁을 스스로 일으킨적이 없는 평화민족이란 얘기는 다 옛날 얘기다. 지금 과연 한국인들이 그러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가?
어제 약국에 한 아주머니와 고등학생 딸이 왔다. 모 의원에서영양주사를 맞다가 잘못되어 혈관외 피하로 주사액이 넘쳐 팔뚝이약간 부은 상태에서 중단하고 애초 주사를 맞게된 원인이었던 구토 소화불량으로인한 무기력을 호소하고 있었다. 물론 그 학생은 전부터 그 문제로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고등학생중 상당수가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로 밥을 잘 못먹고 먹으면 토하고 잠도 잘 못자는 등의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게 지금의 이 나라이다. 대학을 가거나 하면언제 그랬냐는듯 씻은듯 병이 나아버리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그래서 그 자초지종을 20-30 분 넘도록 들어주고 난후 도무지 얘기를 그칠기미가 없길래 내가 한마디 했다.
" 아니 종로에서 뺨 맏고 한강에 와서 화풀이 하는 격이지 여기서계속 이러시면 뭐합니까? 그리고 우리 약국은 의원과의 환자 트러블을 해결할능력도 없고 할 의사도 없어요,화가 나시면 해당 의원에서 해결해야지 약국에내려와서 이러면 뭔 소용이 있나요?
우리 지금 점심 먹어야 해요~ "
그러자 그 학생의 엄마는 갑자기 있는 없는 화를 내며 분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이런 말 잘도 받아주더니 왜 지금 이러냐, 내가 당신한데 언제 말했냐?당신은 내 대화의 파트너가 아니다, 그런데 왜 내가 말하는 걸 짜르고 지랄이냐?등등 점점 더 말의 강도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말의 앞뒤 순서도 없고 그냥화가 넘쳐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고 있었다.아마도 그 아짐마는 종로에서 뺨 맞고 이 한마디에 비수가 꼿힌듯했다.
문제의 핵심은 주사 맞다가 잘못된 의원에서의 참았던 화를 약국에 와서터뜨리는 꼴인데, 약국에서도 의원과의 환자 트러블을 미주알 고주알 다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그러긴 피곤할 뿐더러 솔직히 웬만큼 얘기를 들어주면족하지 끝도없이 한 말 또하고 그런건 받아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대개의 환자들이의원에서의 불만을 약국에 와서 털어내기 일쑤인데 왜 당사자에게 하지 못하고제 3자인 약국에서 그러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암튼, 의원으로 향할 분노의 화살이 갑자기 약국으로 바뀌면서 끝도없는 증오의 말을 쏱아내게 된것이다. 황당해도 참, 이런 황당이,약국이 뭐 잘못해서 언쟁이 된거라면 모를까, 이건 약국과는 전혀아무 상관도 없는건데,뭐야? 이건!
굳이 이런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그 일이 너무 황당하기도하거니와 요즘 세상이 너무 황량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물론내 자신이 좀더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1시간이 되더라도 참고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위로의 말을 계속해서 건넸다면 이런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탓이요~ 제탓이요를 되 뇌이지만, 나 역시 인간인지라^ 모든 불합리와 터무니 없음을 참고 또 참고,그럴수도없지만 한없이 참음의 결과가 과연 무엇일까?
화병 이지 뭐 별수있을까?
(가은성당의 백일홍)
그래서 분노 조절 장애란 현상을 관심을 갖고 찾아 보았는데!세상을 살다보면 화가 날때도 있는 법이다. 화가 안나게 생겼는가?이 나라에 산다는게, 헌데, 화가 난다해서 그렇게 길길이 날뛰고있는말 없는말 쌍욕을 해대고 인격적 모독을 서슴치 않는다면 이건좀 아니지 않는가?주제나 문제의 본질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것에 엉뚱한 분노를 폭발시키고 그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해 씩씩거리고 앞뒤 못가리고 달려든다는게 바로 분노 조절장애를 앓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사람에게는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조용히 경우를 따져 시비를 가릴 여유가없다. 듣지도 않고 무조건적 자기의 분노만 폭발시키니 말이다. 사실답이 없다.
나도 표현을 좀더 완곡하게 햇으면 문제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그 사람이 그 정도 인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불찰이 있지만, 자주오던 손님이니 그렇게 말로 하면 보통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 아, 허긴 그래요,내가 약국에 와서 이게 먼 소리지?쓸데없는 말을 했나보군요. 다음부턴 이런 얘긴 안하지요.하지만 좀 섭해요, 내가 너무 말을 오래하긴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말을 어디가서 하겠어요? "
많이 봐줘서 이런 정도가 정상 아닐까?
분노조절 장애인지 조절 불구자인지 그 용어는 그렇다 치고 무슨 일에하늘이 떠나갈듯 화를 내는건 정말 삼가야할 일이다. 나를 무시해?내가 누군지 함 본때를 보여주마,,식의 이런 거친 행동은 정말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고 자신의 영혼만 갉아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를 크게 냈다고 내가 무서운 사람이 되는것도 아니요, 내가 엄청난사람이 되는건 물론 아니요, 내 본질이 높아지는것도,아무것도 아니다.밑바닥까지 내려간 언어를 내뱉는 순간 그 욕에 비례해 인생 밑바닥으로떨어지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설령 상대가 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햇더라도 한 박자 여유를 두고 대처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남의 일에 괜히 끼어들거나 불필요한 화살을 맞을 필요는 없을것이다. 제 3자에게 향할 분노를내가 엉뚱하게 맞을 필요가 무어란 말인가? 나도 예전에는 분조 조절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사안에 따라 굉장한 강도의 분노를 가진적이 있었으나 지금은아니다. 하루만 지나면 아무리 화가 나도 거의 잊어 버린다.
그게 좋지 않은가?
화 낸다고 세상일이 다 풀린다면 누군들 화를 안낼까 마는, 세상이 어디그런가? 화를 낼수록 일은 꼬이고 행복은 저 멀리 사라지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