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배추가 소금에 절듯, 붉은 단풍에 사람이
절여진듯했다
 
 

 

 
 
 
황금 도포에 휘감긴듯^
 
 
산속을 봐도 온통 붉고^
 
정비석은 산정무한을 노래했다.
 
 
자! 이제 다시 리턴이다^ 더 올라가고 싶었지만
시간상 다음을 기약하며^
 
다른 길로 내려오며
이 무슨 멋진 조화란 말인가?
 

 

 
 
 
 
이렇게 속세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 이 가을 단풍여행은
끝이났다^
 
 
^^^^^ 
 

천하에 수목이 이렇게도 지천(至賤)으로 많던가! 박달나무, 엄나무, 피나무,

자작나무, 고로쇠나무,나무의 종족은 하늘의 별보다도 많다고 한

어느 시의 구절을 연상하며 고개를 드니,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단풍 뿐, 단풍의 산이요, 단풍의 바다다.

산 전체가 요원(燎原) 같은 화원(花園)이요, 벽공(碧空)에 외연(巍然)히

솟은 봉봉(峯峯)은 그대로가 활짝 피어 오른 한떨기의 꽃송이다

 

백화난만(百花爛漫)한 것일까?

 

아니면, 불의(不意)의 신화(神火)에 이 봉 저 봉이 송두리째 붉게 타고

있는 것일까?

 

진주홍(眞珠紅)을 함빡 빨아들인 해면(海綿)같이, 우러러 볼수록 찬란하다.

 

산은 언제 어디다 이렇게 많은 색소를 간직해 두었다가, 일시에 지천으로

내뿜는 것일까? 단풍이 이렇게 고운 줄은 몰랐다. 김 형(金兄)은 몇번이고

탄복하면서, 흡사히 동양화의 화폭(畵幅)속을 거니는 감흥을 그대로

맛본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줄기요,

팔은 가지인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 짜면, 물에 헹궈 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정비석의 산정무한 에서 발췌)

 

***

 

9월 12일 밤, 나는 다산의 동암에 있었다. 우러러보니
하늘은 적막하고 드넓으며, 조각달이 외롭고
맑았다.
떠 있는 별은 여덟 아홉에 지나지않고 앞뜰엔
나무 그림자가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었다.
옷을 주워입고 일어나 걸으며 동자로 하여금 퉁소를
불게하니 그 음향이 구름 끝까지 뚫고 나갔다.
 
이때 더러운 세상에서 찌든 창자를 말끔히 씻어버리니
이것은 인간 세상의 광경이 아니었다.
 
유홍준저
 
^^^
 
세상과 떨어진 산중의 나무는 크고도 곧아라
나무도 수양을 해서인가 가지와 잎새가
다르네
 
색깔은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고
적당히 담백하여라.
 
바람소리에 잎이 후두둑 떨어져 계곡물
위로 날아가네
 
하늘이 입혀주는 옷이 이토록 아름찬란
할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라
 
(마로니에 씀)
 

autumn slumber

 

 

 

 


 

 

'여행 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토단풍(2) -- 에이칸토(永觀堂)  (0) 2014.11.27
교토단풍(1) -- 난젠지(南禪寺)  (0) 2014.11.26
11월의 선운사 --(2)  (0) 2014.11.11
11월의 선운사 --(1)  (0) 2014.11.10
봉화의 하루(2)   (0) 2014.09.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