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
약국에는 하루에도 꽤 여러명의 어린이들이 온다. 엄마 가슴에 안겨 오는
젖먹이부터 겨우 걸음을 걷는 아기,그리고 4-5세 어린이에 유치원을 다닐
6세 이상까지 다양하다. 하나같이 귀엽고 하는 짓들이 예쁘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인물이 좋은것 같다. 모두가 미래에 어엿한 인물로 성장
할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어린이들 중에는 눈에 띄는 캐릭터를 가진 비타민 종류부터 입에
바르는 립크린, 칫솔, 젓가락 교정기, 마스크 등등 뭐든 보이는 건 무조건
사 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엄마는 아기들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는가 하면 어떤 엄마는 단호히 거절을
하기도하고 어떤이는 질질 끌려가다 결국엔 사 주기도한다.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함께 온 경우는 거의가 안 사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할머니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5세 정도의 여자 어린이가 약을 짓고 캐릭터가 달린 맆크린을 사달라고
할머니에게 조르다 안 된다고 하니 엉엉 울고 땅에 주저앉아 안 나갈려고 하다
결국 끌려 나다시피 약국문을 나서고 말았다.
물론 사달라는 거 다 사주면 버릇 나빠질지도 모른다. 뭐든 사다가 잘 쓰지도
않고 쳐박아 두기도 할것이다. 그런데,여기서 내가 아동심리학자는 아니지만
몇가지 생각을 하게된다.
첫째, 그런 걸 안 사주는 이유가 필요 없어서라고 판단해서인가? 아이의 무조건적인
욕심을 제어하기 위함인가?
둘째, 혹시 몇푼 안 되지만 돈이 들어가는게 아깝고 낭비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셋째, 뭐든 요구를 들어주면 애들 버릇이 나빠질까? 이담에 커서 낭비벽만 늘어나고
정말로 못된 인간이 될까 두려운건가?
아이들이 뭘 사달라고 하는 건 단연 그것에 대한 호기심 이리라. 갖고 싶고 가지고
놀고 싶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에 각종
사물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호기심이 뭔가? 세상에 대한 관심 아닌가?
아이가 아무것도 사 달라고도 않고 흥미도 없고 그저 엄마 말만 잘들으면 그게 잘
하는 일인가? 눈에 띄는 물건을 봐도, 꽃을 봐도, 곤충을 봐도,하늘을 봐도 나무를
봐도 아무 호기심이 안 난다면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사주자. 비록 그걸 사서 하루만에 내동댕이 친다해도 일단은 사 주고 볼일이다.
아이의 무한 호기심에 불을 지피려면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가는 돈이래봐야 몇푼 코흘리게 수준이다. 물론 좀더 커서 비싼 장난감을
구입하려면 꽤 돈이 들겠지만, 아주 어린 아이때는 그 정도는 아닐것이다.
내가 어릴때는 어땟나? 시골이라 눈에 띄는 장난감도 없었고 사 달라고 조를
만한 물건도 별반 없었지만,썰매며 새 잡는 도구며 매미 잡는 거미 찐득이 등
뭐든 해줄 수 있는건 아버지가 다 해주셨다.
한번도 "그런건 하면 안돼" 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그때 어린시절의
그 기억과 느낌이 지금도 쭈욱 이어져 옴을 느낀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은 세살때의 나쁜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것 뿐 아니라 그 어린때의 감정이
여든 까지도 간다는 무서운 말인 것이다.
뭘 하고 싶을때 저지를 받는 그 욕구 불만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될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뭐 하나 사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를 무참히 묵살해선 안될듯하다.
요구를 들어주고 너무 지나칠땐 단서 조항를 달아 절제하도록 깨우쳐주면 될것
이다. 요구를 들어주어 무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세상과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갖도록 하는 건 어릴적부터 싹트도록 하는게 맞질 않겠는가?
그래야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는 인간,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하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 약국에 온 어린이를 보며 든 생각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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