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성 골롬바 성당/김웅렬신부님 작품
이제 전철 출퇴근 3일째이다. 작년 겨울 버스로 일부 구간을 타고 가서 다시
전철로 갈아타는 방법을 써 본건 순전히 눈 때문이었다. 근데 망포역 종점
에서 약국까지 약 2키로 정도가 문제였다. 버스로 10여 분 거리이긴 한데
기다리고 어쩌고 하면 20여 분이 훌쩍 가고 또 지하철과 연계하려면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헌데 이제 이 문제가 해결되었고 나는 기쁜 마음으로 무슨 책을 읽으며 다닐까
생각했다. 우선 집히는게 황창연 신부님의 '사는맛 사는멋' 이란 책이다. 황신부
님의 강의는 이미 CD 를 통해 거의 대부분 다 들었지만, 한두번 들어서 그게
어디 머리에 남아 있든가? 또 머리에 일부 남아 있어도 별 소용이 없다. 가슴으로
내려와서 일상화가 되지 않으면 별무 소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갑자기 고령화가 되면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노인의
시대를 잘 대비하는건데 이 부분을 황 신부님은 명쾌하게 정말 잘 집어 주시는
분이다. 지금 70-80 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부닥치는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닌데, 특히 자녀에게 다 쏱아 부은뒤 무일푼이되어 겪는 서러움이다. 누가
진즉에 이런 문제를 알려주었으면 좋으련만 아무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도
부각시키지도 않은채 갑자기 닥친것이다.
CD 로 이미 들은 내용까지도 다시 책으로 읽으며 내용을 새기기에 바쁘다.
우리 약국에도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손님이 오신다. 그중 한 할머니도
비슷한 문제로 고생을 하고 계신다.
할머니 명의로 되어있던 동네 아파트를 팔아 조금 큰 인근의 새로 지은
아파트로 합치자고 하는 아들의 말을 따라 그렇게 했는데, 허긴 그당시
약국에 오셔서, 그 얘기를 들었을때 적극 만류를 하긴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허나 할머니는 아들이 그러는데 어쩌냐 하면서 합치고 말았
다.
몇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역전이 되었고 할머니는 며느리와 손자
에게까지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며느리가 밥도 잘 안해주는 건 물론
할머니가 유학비의 일부까지 대어준 손자는 돌아와서 취직도 안하고
이젠 폭언에 일부 손찌검까지 한다고 울상이다.
이제 어쩌란 말이냐.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할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들의 자녀를 향한 외줄
타기 같은 사랑을 이젠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끝까지 자녀에게
모든 돈을 다 투자하고 물려주려는 생각만큼은 얼릉 접어야 한다는거,
그리고 능력이 되면 자신의 노후를 위한 대비를 철저히 해 나가야 한다
는거^
전철 타면서 최근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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