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약사회 활동중(2004~2006) 회관 기공식

 

 

 

약국은 반(班) 이란 조직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약국을 하니 수원의 파장동 반이란 데 일원이 되었다. 당시 인근에 일찍부터

약국을 시작해 정착한 한 친구는 수원시 약사회 부회장을 한다하여 엄청 높은 위치에

올라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매탄동 현재의 약국으로 옮긴후 골프를 시작하여 한참 재미를 붙여 가는데

느닷없이 서울대 동문중에 市藥 부회장을 한 명 선임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우리 동문들은 서로 사양을하여 결국 72학번 중에 제비를 뽑아 맡기로했다.

 

당시 운이 없게도 내가 뽑히고 말았다. 그래서 1992년도 부터 수원시 약사회에

부회장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 당시 부회장이 5명이었는데 약회에 아무 경험이 없던 나는

역대 임원들이 모두 기피하던 약국위원회 담당 부회장이 되고 말았다.

 

그곳은 표준소매가란 골치아픈 업무를 해야하는 곳이었다. 뿌리깊은 수원 남문의 대형

난매 약국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인데 툭하면 시매 (試賣)라 해서 약을 시험적으로 사고

터무니없이 싸게 판 약국의 自認을 받아 처벌을 해야하는 일이었다.

이 일이 얼마나 힘들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피곤한 일인지는 안 해보면 절대 모르는 일이다.

 

암튼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는 약사회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았다. 당시 함께했던

부회장들이 주거니 받거니하며 수원시약 회장을 해도 난 전혀 그것에 뜻이 없었다.

그러다 1999년 가을에 용인 경찰대 앞으로 대형 약국을 열고 수원을 떠났다.

1년간 고생만 하고 결국 대형 약국은 접고 말았다.

 

다시 수원으로 돌아온 나는 2004년 부터 경기도 약사회의 부회장을 자진해서 들어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약사회인데 친구의 경기道 약사회장 선거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약사회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당시 생각은 서울대를 대표해서 좀더 폭넓게 운신의 폭을 키우고

경기도의 여러 약사들과 교류도 하며 회무 전반을 맡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약사회의 속성은 분회 단위란걸 난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군대로 치면 중대 소대가 직속

부하를 거느린 야전이지 군단이나 사단은 벌써 한층 걸러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약사회의 꽃은

분회라는 걸 뒤늦게 안 것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경기도 부회장을 하면서 키오스크 지문인식  시스템에 관한 문제에 부닥쳤고 부산시약과

자매결연을 맺어 부산을 오 가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도 약사회 일로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내가 경영하던 약국은 분업 후 처방이 별로 없어 침체 일로를 걷고 있었다.

 


약사회 일에 뛰어들어 겪어본 나의 소감은 이렇다.

 

약사의 조직체인 약사회는 개업 약사라면 한번쯤 참여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약국장들은 졸업후 이렇다할 조직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이 곧바로 개업을 한

경우이다.그러다 보니 세상의 돌아가는 이치나 조직을 제대로 체험할 기회가 없다.

물론 나의 경우는 10년의 제약회사 생활을 거친후 였다.

 

결국 나와 내 약국만 아는 편협한 골짜기를 헤매게 된다.

오늘날 나타나는 약국의 많은 문제점은 여기서 비롯되는것도 상당 수 있을 듯하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의미에서 약사회의 활동은 매우 유익하리라 판단되는 것이다.


한편 약사회 활동 그거 아무리 해봐야 말짱 도루묵이야. 무슨 소용이 있다구? 이렇게 말하는

약사도 상당수 있긴하다. 또 한번 약사회에 들어오면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약사회

주변을 맴도는 사람도 엄청 많은게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개 말년에 해놓은 거 없이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회장님! 회장님 !

하고 불리우는것에 취한 나머지 마치 뭐라도 된듯 취해 인생을 살기 십상이다.

이것 또한 경계해야할 크나큰 복병인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한발 더 나아가서 세상의 다른 전문 직능들도 거의 비슷한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약사회도 너무 정치 지향적이 되어 버렸다. 약사회 활동을 통해 나중에 정치적 입신을

노리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실제 약사회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다거나 장관이 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걸 꿈 꾸는게

자연스런 현상이 된것이다.

 

그러나 전문직능 단체의 정치화는 결코 바람직스러운게 아닐 것이다. 왜냐면 그렇치 않아도

세상이 모두 정치 일색으로 돌아가는데 전문 직능마저 정치에 물들면 모든 것이 정치적 득실로

연결되기 때문에 정말 세상이 필요로 하는 전문 영역이 빛을 발하기는 점점 어려워 질 공산이

큰것이다.

 

' 뭐 그런걸 걱정하십니까? 당신이 정치의 맛을 알기나 해요?

거 함부로 정치가 어떻고 말하지 마슈. 능력 있으면 다 하게 되는게 정치지요~ '


이런 말이 들려올 듯도 하지만, 정치 약사,정치 의사,정치 검사, 정치 군인,정치 공무원,정치 농민,

정치 어민, 정치 가수,정치 배우가 만연하는 사회가 어찌 바람직스럽다 할 것인가?

세상 모든 가치의 종착역이 정치로 귀결 된다는 것은 이만 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어찌 모든 가치가 정치의 그늘에 가릴 수 있단 말인가? 정치가 매우 필요한 영역이기는 하지만

모든 가치를 우선할 수는 없다는 말인 것이다.

작금의 약사회는 바로 이 정치의 그늘에 주눅이 들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제발 약사의 궁극적 목표가 정치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진정한 약사회의 리더를 갈망해 본다.

 

( 2012.5.24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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