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호텔 예약 불발로 곤욕을 치른 바 있어 오늘은 확실하게
예약에 신경을 쓰기로했다.
또 여행 마지막 날이니 조금 괜찮은 료칸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보자~ 뭐 그런 의미도 좀 있고 해서,
산수 좋은 아소산 기슭 정도인즐 알았더니 어랍쇼~
점심을 먹고 천천히 가다 보니 들판을 가로질러 산 고개를
꼬불꼬불 넘고 넘어 고원지대를 지나 꽤나 멀리 간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아들이 예약해 놓은것이니 그저 따라만 가 보는데 답답하기 이를 데없다.
거기다 운전도 좀 교대로 해 보고 싶어도 어쩐지 이 동네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 북해도 같은데서는 원체 한적해서 그게 쉬웠는데,
오쿠아소노야도 야마나미 ~
말하자면 아소의 깊은곳에 자리한 숙박지란 의미다.
아소산 자락 근처에서 한적하게 쉴 줄 알았는데, 수십 킬로는 족히
달려오다니 이거 참~
헌데, 김수현이가 이곳에 와서 묵은 적이 있었던 듯,
영화 촬영차 들렀다가 숙박을 한 모양인데,
그러면 웬만큼은 되는 곳인가 보다^ 흠
료칸은 소박한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고~
마침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렸는데, 저 위 이케야마(池山)
수원지에서 쭈욱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이 솨아~ 소리를 내고 방 옆을
흐르고 있어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음식은 정갈했고 매우 성의가 깃들어 있었다.
아소산에서도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숙박 손님이 많았다.
"이제야 좀 조용히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 볼수 있게 되는군~"
료칸의 비용 중 식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거로 생각
되지만, 해서 여행 일정을 전부 료칸으로 할 수도 없는 일^
1인당 최하 2-30 만원 어떤 곳은 7-80 만원씩 하기도
하는 료칸인지라 그저 하루 정도 맛만 보면 족하다 생각한다.
그나마 한여름은 조금 싸고 가을이 되면 훌쩍 가격이 오르는듯
하다.
근데 일본의 생맥주는 정말 맛이 우리랑 너무 다르다.
술을 잘 못하는 내가 이번 여행 중 매일 한 번은 빼놓지 않고
생맥주를 1잔씩 마셨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맥주 회사들~ 분발 좀 하시요^
좔좔좔 흐르는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긴 밤 푹 숙면을 취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찍 미련 없이 야마나미 료칸을 나섰다.
한적한 이곳에 좀더 머물다 떠나고 싶었지만, 빨리 나서는게
상책이다.
사실은 여기 온천물이 가장 유황냄새가 많이 났었다. 대체 이 온천은
어디서 끌어오는 걸까?
료칸 주변은 이렇듯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심지어는 료칸 바로 앞 작은 개울건너엔 소를 키우는 작은
목장도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디서 냄새나는 목장이냐고
난리도 아니었을 테지만,
이 동네는 외양간 냄새도 없고 고급료칸을 잘도 운영 중이
었다.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을 받고 있으니 참~ 대단한 곳이다.
이케야마 수원지가 쭈욱 윗동네로 올라가면 나타난다.
이른 아침의 산골 농촌의 풍광은 참으로 평화 그 자체였다.
전국 100대 좋은 물에 선정되었다는 표지판~
우리는 100대 명산을 말하는데 일본은 좋은 물을 중시하는 듯
했다. 물론 일본도 100대 명산이 당연 선정되어 있을것이다.
용천수 부근에 다다르자 삼나무가 우람하다.
바로 이곳이 이케야마(池山) 수원지다.
어제 본 그곳과 유사하다.
이 물을 동네사람들이 와서 떠갈까?
아마도 그럴거같다.
좋은 물이 있으니 좋은 료칸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일본의 삼나무가 알레르기를 일으켜 별로라
하기도 하는데, 나무의 경계가 뚜렷하고 울창할 뿐 아니라
곧게 자라 오르는 것이 나는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또 이렇듯 농촌의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는것이 참 부럽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우리의 농촌은 정말 너무도
많이 무너져 내려 도저히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농촌 정책이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우리는 편백나무가 있지만 아무 데나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숲 조성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서 일본의 삼나무와는 많이 다르다.
내친김에 한 군데 더 수원지를 가 보기로 했다. 딱히 공항으로
가는 거 외에 오늘 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는 야마부키(山吹水源)라는 곳인데, 꽤나 오지에 속한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물에 감사한다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수원지 가까이 가서는 맨발로 걸었다.
거 참 무슨 수원지만 그리 찾아 댕기고 그러십네까?
글쎄 말입니다. 찌는듯한 여름이다 보니 자연 물이 그립고 그중에서도
지하에서 용솟음치는 맑고 찬 정갈한 물이 좋았나 봅니다.
저 산이 아소산 바로 옆에 붙어있는 네코다케(根子岳)라는 것인데
처음부터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었다. 될수록 가까이서 한번 촬영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야마부키 수원지에서 나오면서 카메라에 잡혔다.
우리가 묵었던 야마나미 료칸 뒤편은 다시 되돌아 오면서 보니 이처럼 대나무가
울창했다.
자! 이제 이곳을 지나 사가공항으로 가야 한다.
아소산 북쪽 고원지대를 달린다.
이쪽 고원 길엔 곳곳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참으로 시원하고 장쾌한 풍광이었다.
그래~ 아소산이 이런데였군!!
와 본 적도 없이 그저 황량할 거로만 상상하던 나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산 좋지~ 물 좋지~ 평야 좋지~ 초원 좋지~ 음식 좋지~
공기 좋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 보고 싶다.
유명한 기구치 계곡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계곡 주차장에는 너무
차량이 많아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해서 그냥 패스할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계곡이 좋길래 그럴까?
비록 날씨는 찌는 듯 더웠으나 마음속은 시원했다.
이렇게 멋진 초원을 품고 있는 아소산!
이번 여행은 이것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가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유니클로에 들러 반바지 2개를
구입했다.
여행 다 끝나고 반바지를 사다니! 에혀~
'여행 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소산(1) (6) | 2024.09.03 |
---|---|
운젠(雲仙) (2) | 2024.08.27 |
나가사키 (0) | 2024.08.27 |
사가현 우레시노 여행 (0) | 2024.01.17 |
불볕 여름휴가 2 (불영사,무섬,소수서원) (2) | 2023.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