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끼를 뒤로하고 부지런히 달리니 저 멀리 삐죽한 산 봉우리가
나타난다.
아~ 저 거이 운젠이란 말인가?
나가사끼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쭈욱 돌면 마치 사람의 콩팥같이
생긴 섬의 종착역이 바로 운젠이다.
작은 반도의 동편 끝은 시마바라라는 도시이고 여기서 바다 건너
쿠마모토로 차를 가지고 건너갈 수가 있는 페리호가 운영 중이다.
운젠은 오바마라는 동네를 거쳐 올라가게 되는데,
운젠으로 접어들자 뻘건 황토밭이 나타난다.
유홍준이 일찍이 예찬했던 우리나라의 남도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뻘건 황토흙이다. 뻘겋다 못해 아주 고동색이다.
아! 이러니 운젠과 같은 화산지역엔 곡식도 비옥하게 자라고 바다의
해산물도 풍부하고 영양가가 많겠구나~
마침 이날은 휴무일이라서 저 긴 족욕탕은 체험해 볼 수가 없었다.
허긴 이 더운 삼복에 족욕은 무슨? 봄가을 겨울이라면 좋겠지~
그런데 이 오바마 마을은 생각보다 매우 깨끗한 모습을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와 무슨 관계라도 있나~ 했지만 아무 관계가 없단다.
이 온천수가 족욕탕으로 연결된다
오바마 마을은 매우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이곳에서도 좀 머물면서 해산물도 즐기고
쉬어보면 좋겠는데~
이제부터 운젠을 향해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은 한적했고 날씨도 화창한 편이었으나
뭔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지만
이렇게나 사람이 없단 말인가?
재일교포 형제가 운영한다는 유카이 리조트 운젠동양관에
일단 짐을 풀었다.
단연코 이 동네에서 호텔로는 탑을 찍고 있어 보였다. 규모도
크고 반면 숙박비는 저렴하며 시설은 준수했다.
전망 또한 좋았다.
일본 여러 곳에 유카이 체인이 있다는데, 일단 저곳에 숙소를
잡으면 실패는 없다고들 한다.
헌데 여기엔 투숙객이 엄청 많았다.
나가사끼에서 한국인 순례객들을 인솔하고 오셨다는 수녀님도
만나고 쿠마모토에서 전지훈련을 하러 온 야구 선수들도 단체로
왁자지껄 몰려 다니고 있었다. 얘들은 뭐야?
지옥훈련이라도 하러 왔나?
호텔 창문에서 내다보이는 온천지 운젠의 전경~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모습이 꽤나 준수해 보인다.
그리고 평화로와 보였다.
저 우측 숲 속 끝집도 온천장일까?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듯한 예쁜 운젠 파출소의 모습~
얘들이 왜 이러지?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가끔 사진에서 보던 운젠의 부글부글
끓는 유황 불구덩이엔 끓는 물은 거의 없었다. 인근 온천에서
파이프로 족족 물을 퍼 가기 때문이다.
이튿날 서둘러 운젠 로프웨이를 오르기 위해 출발한다.
꼬불꼬불 일방 통행 도로를 끝없이 올라간다.
어질仁 자 밭田 자를 쓴 걸로 봐서 아마도 예전 화전민들이 살던
동네가 아닐까? 나름 생각을 해 본다
산철쭉이 빼곡히 자라고 있어 봄철에 오면 아주 멋진 풍광을
보여줄 듯하다.
로프웨이를 타는 비용은 어디나 싸지 않다. 수년 전 북해도의
대설산을 갔을 때도 굳이 그 비용 들이고 올라가야 할까?
해서 그만둔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타지 않은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해서 이번에는 무조건 타고 올랐다.
운젠 골프장, 조금은 평지보다 시원하겠지~
저곳 역시 일본인보다 한국인들이 다수일까?
골프장엔 띄엄띄엄 골퍼들이 보일뿐이었다.
저 멀리 아득한 곳까지 구름은 피어나고~
운젠이 과연 구름이 신선처럼 피어나는 곳임을 실감해 본다
꼬불꼬불의 극치를 이루는 산길을 돌고 돌아 시마바라란
동네로 내려오니 한낮의 열기가 극에 달해있다.
인터넷에는 이 동네에 뭔가 맛있는 게 많다고 소개되어
있었으나 너무 더워 그런 거에 생각이 미치기 어려웠다.
일본에 가면 흔히 보이는 성, 대개 저런 모습이다.
시마바라성에 주차를 하고 무사 저택을 흐르는 수로라고 하는
곳으로 양산을 쓰고 걸어 내려갔다.
잠시 수로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구경도 날씨가 웬만해야지 다 헛거다.
이렇게 찌는 더위에 무슨 볼거리란 말인가?
서둘러 시마바라성에 되돌아가서 점심식사를
위해 장소를 물색했고 그 사이 3 시간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탈 수 있는 쿠마모토행 페리호를 겨우 예약해 두었다.
시마바라에서 충분히 둘러볼 시간이 없었던 게 좀 아쉽다.
아무렴 여행 기간이 넉넉하지도 않은데 여기저기를 모두 잘
볼 수는 없는 거니깐,
불가마 같은 더위를 참아가며 겨우 페리호에 탑승하는데
성공했다. 자동차 에어컨을 켜도,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이리저리
이동을 하다 보니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시마바라는 사실 꽤나 멋진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배는 떠난다.
언제 다시 와서 이 동네만 여유롭게 머물러 볼 수 있을까?
구름 저편이 쿠마모토다.
지진이 수시로 난다는 그곳은 대체 어떤 동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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