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진짜나무, 헛개나무= 허깨비 같은 나무, 소나무=소처럼 우직한 나무,
오리나무= 잎이 날아가는 오리 같은 나무, 아카시아=까시가 많은 나무,
등등^^^ (물론 저의 개인 생각입니당~)
지금도 시골 야산에 가면 젤루 많은 게 바로 저 참나무입니다.
키가 큰 것부터 나지막한 것까지 새파란 초록빛을 띄우고 윤이 반짝반짝 나는 게
여간 친근한 게 아니지요. 봄이면 긴~술을 강아지 혀처럼 늘어뜨리고 수염을 달고
있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그게 가을이면 도토리를 선사하기 위함인 줄을 저도
요 근래야 겨우 생각해 봤습니다.
저건 한 겨울에도 불이 잘 붙고 또 도끼로 패면 쪽쪽 결대로 잘도 잘라집니다.
한 60 센티 정도로 잘라 도끼질을 하면 마치 자장면 면발 갈라지듯 갈라지지요.
영어로는 oak 라 하는데 아무래도 참나무 숲에서 새들이 ' 오~ㄱ , 오~ㄱ ' 하고
울어서 그리 이름 붙인듯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위스키를 오래 숙성시키는데도 참나무는 필수적이니 특별한 나무라
할 수 있겠지요.
ㅎㅎ 그뿐이 아닙니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숯이란 거는 참나무에서만 만들어
지지요. 그 숯을 집에 모셔놓으면 나쁜 기운을 없앤다, 공기를 정화한다.. 해서
너도나도 한 묶음씩 안방에 들여놓습니다. 또 참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목초액
은 무좀등 소독에 씁니다.
그러니 뭐든 다 소용이 많으니 참나무란 말이 맞는 게지요?
이름만큼 참나무는 참 합니다. 향도 담백할 뿐 아니라 모습도 쪽쪽 적당합니다.
느티나무처럼 수백 년씩 똬리를 틀듯 배배 꼬면서까지 살지 않습니다.
많아야 백 년으로 추정합지요.
아무리 빽빽한 숲이라 해도 시커멓게 보이는 소나무 숲처럼 무섭지도 않습니다.
오늘도 출근길에 야산의 참나무를 한동안 바라보다 왔습니다. 7-80 년은 됨직한
듬직한 참나무를 보노라니 왠지 한번 말을 걸고 싶어 집니다.
" 이보게 참나무! 이곳에 참 오래 있었군그래! 한자리에서 참 지겹지도 않았나?
이 봄에 저리 반짝이는 잎을 어디 하나 상처받지 않고 쭉쭉 뻗어내니
얼마나 대견한가?
오늘 난 자네를 보니 너무 기쁘네 그려!
그래^^ 내일도 또 시간 있으면 들르지..
고맙네!! "
그런데 말이지요~
나무가 꼭 어디에 쓸모가 있어야 좋은 나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동네 입구에 매년 저렇게 예쁘게 단풍이 들어 세상살이에 지친 인생들
에게 위로와 쉼을 주는 저 떡갈나무는 어찌 보면 참나무의 압권이라 생각이
듭니다.
나무 한 그루의 단풍이 과연 그럴까요?
어릴 때 겨울 땔감이 부족한 시절 저는 참나무에게 잘못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옆집 형하고 겨울밤이 깊어지면 뒷동네 깊은
산으로 나무를 베러 갔습니다.
그때도 멀쩡한 나무를 베는 건 금지되었었고 또 산 주인한테 들키면 이만저만
혼이 나는 게 아니었지요.
으스름달밤에 깊은 산속 여기저기서 참나무 베는 소리가 슥삭 슥삭 들려왔습니다.
무거운 나무 밑동은 옆집 형이, 가벼운 가지는 제가 지게에 꾸려서
가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게 해서 추운 겨울을 겨우 지냈었지요^^
초등학교 5~6학년 때입니다.
소나무는 송진 때문에 가까이 안아 주기가 좀 어렵습니다. 참나무는 그렇게 해도
깔끔합니다. 단단한 밑동을 토닥토닥 만져주면 따스한 기운이 전해져 옵니다.
참나무, 진짜나무!!
분당 시범단지의 가로수를 참나무로 한걸 보고 참 기뻤습니다.
물론 다른 나무들도 저는 좋아합니다.
그러면 당신 식물학자가 되지~
아닙니다.
저는 나무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문에는 도통 취미가 없습니다.
그저 나무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게 좋을 뿐입니다.
* * *
그런데 오늘 동네 앞 예의 그 떡갈나무를 출근하며 유심히 보니
예전의 아름답던 단풍에 훨 못미치면서 부석부석 시들어 가고 있네요^
어쩌면 금년 단풍을 말해주는 듯해서 조금은 서운합니다.
담주에 멀리 선운사로 다시 한번 단풍을 보고 사진도 찍으러 갈 예약을
마쳤는데~ 에혀!!
^ ^
나무의 꿈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 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유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자리
나무 끝에 쉬어 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오래 안갯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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