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느즈막이 집을 나섰다.
미꾸라지밥을 사기 위해서는 낚시 체인점을 찾아가야 했다.
동탄과 송전 사이에 있는 정확히는 동탄 남부 끝 프라자 cc 초입쯤에 있는
낚시 체인점은 그 규모가 엄청 컸다. 말하자면 유통점의 코스트코 정도라 할까?
이제 세상 상당수의 업종이 이렇게 큰 규모로 변모하는 중인가 보다.
예전의 자그마한 낚시 가게는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아는 분이 알려준 대로 미꾸라지밥 한 봉지와 새우가 혼합된 미끼 역시 한 봉지
그리고 미꾸라지를 잡을 때 쓰는 어망 하나를 구입했다.
송전을 지나 천리를 돌아 문수산 아래 개울에 도착하니 어스름 저녁이
지나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둘러 큰 어망 하나, 작은 어망 3개를
개울에 설치했다. 이렇게 밤이 새도록 놔둔 후 내일 일찍 와서 망을 확인하는
순서가 남아있다.
이 시대에 아니 이 나이에 아직도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철렵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그런 일은 까맣게 잊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는 것에 훨 더 익숙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물고기를 잡는 것은 과거를 추억함인가?
그 어떤 원시적인 그 옛날의 행위에 빠져들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렵 본능을
일깨우는 그런 것일까?
사실은 지독히도 무덥던 올여름 두세 차례 이미 물고기를 잡으러 갔었다.
수렵기술이 부족해 아주 적은 성과에 불과했지만 나름 재미는 있었다.
이튿날 일요일 새벽 일찍 일어나 그곳으로 달렸다. 혹시나 누가 어망을 먼저
발견하고 걷어 갔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없을 거란 확신은 있었다.
가득은 아니지만 상당량의 버들치가 들어 있었다.
이곳은 워낙 물이 맑고 깨끗하여 1 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버들치가 거의 대부분으로
2,3 급수에 사는 피라미 종류는 아예 한 마리도 없는 게 특징이다.
작은 고기 대부분은 물에 놓아주고 비교적 큰 것만 골랐다. 개중에 몇 마리는 재빨리
손을 빠져나가 도망갔다. 사실은 버들치를 손질하면서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소량의 버들치를 튀김 가루에 반죽을 하여 튀김을 만들었다.
추어탕집에 가면 두어 마리 추어 튀김을 서비스로 내오는데 그것과 버들치는 아주
맛이 다르다.
뭐랄까 고오급 튀김이라고 할까?
뭐든 양이 너무 많으면 맛이 떨어진다.
조금 있을 때가 귀하고 맛이 더한 건 자연의 이치~
그렇긴 하지만 버들치 튀김은 꽤나 맛이 독특했다.
이런 골짜기였다.
약국에서 멀지않은곳에 이런 자연이 살아 있다는 건 큰 위안이자 자랑이자
행복이다.
버들치를 깨긋히 손질한 후 골짜기의 끝을 올라갔다. 마을 입구쯤에 위치한 이 집을
보니 너무 한가롭고 깔끔해 보였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집에서 함 살아보고 싶다.
이런 전원주택에 살아가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하던데,
과연 얼마나 힘이 들까? 생활 편의시설과 동떨어져 있고 너무 적적해서 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사람끼리 어울려 사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골짜기의 맨 끝까지 올라가니 유기견 보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은 개들이 모여
있었고 이들이 짓는 소리가 귀청을 아프게한다. 이런 산속에 생각지도 않은 시설이
있었던 거다.
뭐든 끝을 추구하면 마냥좋을수만은 없다는 것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약국 바로 뒤에는 이렇게 가을이 노랗게 익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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