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제천 지방에 단풍이 아주 절정이야~"

 

지난 주중 아내의 친구가 제천 지방을 여행하면서 보내온 짤막한

카톡을 열어 보며 우리도 이참에 제천 쪽으로 가을 단풍을 보러 가면

어떨까?  아내가 제안을 한다.  

 

" 그래? 까짓 거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안 될 것도 없지~ "  해서 새벽 6시에

출발을 했다. 나는 내심 구인사 ,시원찮으면 부석사, 거기도 시원찮으면 축서사

까지 쭈욱 함 일주를 해 볼 참이었다.  산을 오르는 게 아니니 시간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안개가 자욱했다. 겨우 100여 미터 앞만 보일 뿐이었다.  단양 톨게이트를

빠져 도담 삼봉을 지날때도 역시 안개다~ 

 

요즘 유튜브에 핫하게 등장하는 보발재가 바로 구인사 가는 길에 있다. 보발이라는 뜻은

보물이 발원한다는 의미다. 

 

 

 

 

안개라는 것도 만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보발 마을을 지나면서

이때를 놓치면 끝이다 싶어 차를 세우고 잠시 촬영을 해 본다. 밭에 

추수를 기다리는 콩이 도열해 있다 

 

드디어 보발재 전망대에 이르러 보니 앞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곳이 보발재이다

 

 

저 아래 굽이굽이 고개에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 아쉽다.

그러나 천천히 내려가면 관찰한즉 역시 올해 단풍은 볼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구인사에 도착해서도 역시 안개는 여전했다 

 

우선 차를 주차시키고 아침 식사부터 하러 식당에 들어갔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에 인근 폐 건물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살핀다. 

 

 

 

 

청국장으로 뜨듯하게 아침을 먹었다. 마침 이 집 주인이 청국장

 

명인이라 그런지 정말 맛이 있었다

 

자! 그런데 구인사 입구로 올라가며 예전에 기가 막힌 맛을 보여주던

산채전을 지금도 하냐고 대충 그 집을 예상해 아주머님께 여쭤보니 

지금도 한다고 ~  그런데 나중에 아내는 그 집이 아니고 한집 아랫집

이라고 귀띰을 한다.  어차피 아침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산채전은 오늘

먹기가 어렵게 됐지만~ 

 

그저 웬만큼은 단풍이 들었지만, 그다지 찍을만한 풍광엔 미치지

못한다. 날이 갑자기 추웠는지 푸른기가 남아있는 은행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저 위로 돌아 올라가면 구인사 시작인데, 조금 전 위에서 내려오는

어느 여행객(엄마와 딸 ) 에게 물어보니 저 위보다 여기 올라오는 길이

더 낫다 라는 말에 이쯤에서 내려가기로~ 결정 

 

 

여기 구인사는 몇년전에 와서 사찰 끝까지 올라가 본 적이 있기에

저 위의 풍광이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멀리 구인사 까지 와서 단풍사진 한 장도 못 남긴단 말이냐?

얼핏 보면 그럴싸 하지만, 사실 나의 기대치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단풍

이긴 하다 

 

그래 뭐 이쯤에서 소백산 넘어 부석사로 넘어가자! 소백산 자락으로 돌아

가는 길이 뭔가 운치가 있을 것 같으니~ 

 

그래서 난생 처음 구인사 즉 봉화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서는데~

 

 

 

여기가 영월 동강 래프팅 장소라 한다. 아침 안개가 낀 풍광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저 아래쪽으로 한참을 가서 강을 건너 우측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참을 달리자 김삿갓 마을이라는 곳이 나타났다. 이름하여 김삿갓면이었다.

차를 세우고 안내 표시판을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김삿갓 유적지도 

있다고 하는데 어디쯤인지 감이 안 잡혀서 그냥 봉화 쪽으로 어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이 장날이라고 첩첩 계곡을 돌아 들어가니 그쪽이 바로 김삿갓

유적지로 가는 길이었다. 

 

 

 

우선 삿갓 어른이 따라주는 약수

한 잔을 마신다 

 

 

삿갓 선생의 묘는 아주 한적하고 그의 행적 만큼이나

여유롭고 운치 있는 곳에 모셔져 있었다. 이곳엔 아주머니 두 분이 

관리를 하고 계셨다. 

 

 

 

영월 동헌에서 개최된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던 실력이니 그의

글 솜씨는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김삿갓의 수많은 시는

이미 연재 글로 카톡에서도 많이 보셨을 줄로 생각된다. 실존 인물로

전국 곳곳에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생각지도 않게 그의 유적지를 들르게 되었다. 그가 살았던 집은 여기

에서 산속으로 몇 키로는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정말 생각지도 않게 김삿갓의 유적지를 둘러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상당한 글재주와 통찰력을 가져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도 손색이 없었을 김삿갓이 세상 방랑의 길로 접어든 것도 다 팔자

소관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탁월한 선택이랄까? 만일 그가 시류에 따라

어디 벼슬이나 한 자리 했다면 오늘날 누가 그를 기억이나 해줄까? 

 

김삿갓을 서민문학의 창시자라 부른다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감히 양반

문학이라 해서 쉬이 능가할 그런 것은 아니다 

 

 

 

 

솔직히 조선 어느 왕의 묘소보다 더 한가롭고 자유로와

보이는 그의 묘소였다.  나는 입구에 익어가는 산수유를 몇 개

따서 입에 넣어 보았다

 

국토가 좁네 마네 하지만 죽어 어느 납골당에 안치되어 있는 거

보다야 백번 더 좋아 보이지 않는가? 

 

SUV  차량 한 대가 휙 들어왔다 내리지도 않고 다시 휙 돌려 나간다

그리고 우리 앞서서 봉화 쪽으로 달린다. 아니 내려서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고 도로 갈게 뭐 있나? 

 

한참을 더 달려가다가 앞 차는 슬며시 자리를 비킨다. 나는 의기양양

하게 앞서서 길을 달렸다. 그러나~ 이 길이 어떤 길인지를 알았더라면

나는 절대 이 길로 부석사 쪽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소형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산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옆에 아내는

이런 산길을 평생 처음 차로 와 본다며 ~ 

 

절대 반대편에서 차는 오지 말아라~ 기도하며 고갯길을 올랐다. 그런데

3대의 차량을 만났다. 그들도 멋도 모르고 이 길을 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천만다행으로 차가 비킬만한 위치에서 만났으니 망정이지! 

 

부석사를 가며 지나온 산 길을 보니 소백산의 중간 정도 되는 해발 850m

마구령이란 고갯길을 넘어오는 어마 무시한 산 길이었다. 

 

 

 

 

 

부석사는 들어갈 생각도 않고 아내는 연신 사과 파는 노점을

기웃거리며 상황을 파악 중이다. 직접 따고 키로에 5,000원

이라는 사과농장도 보고, 2만 원에 여남은 개의 비교적 큰 사과

를 파는 가게도 보고~ 

 

결국 부석사 들어가는 제일 안쪽 하나 못 미처 농장에서 흥정을

끝냈다. 서리를 두세 번 이상 맞아야 맛이 좋다는 부사 품종이다

 

 

 

집에 와서 풀어놓은 사과~ 이것이 큰 박스에 들어 있던 5만원 어치다 

 

 

 

그런대로 근사해 보이지만 사실 단풍으로는 영 시원찮은

풍광이다. 그것은 단풍잎의 상태를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는데, 

칼라며 느낌이 영 예년의 그것이 아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노랗게 소담스럽게 익어가는 모과가

눈길을 끈다. 

 

 

 

부석사는 이번까지 총 4번째 방문이다. 작년에는 해 질 녘 석양에

겨우 당도하여 간신히 볼 수 있었다. 부석사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일망무제의 탁 트인 풍광은 정말 압권인데~  이번은 역시이고 작년

의 석양 풍광을 하나 올려 드릴까 한다! 

 

 

2020.11.4 촬영

 

 

 

부석사는 역시 이 무량수전이다. 목조 건물로 워낙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연유를 제공한다. 

 

앞서 김삿갓이 이곳 안양루에 와서 지은 시가 하나 있다. 안양루 내부로

들어가면 볼 수가 있는데,  여기서 김삿갓이 자란 동네와는 산 하나 넘으면

되는 곳이다. 

 

 

 

물론 그 옛날에는 산 넘어 영월 산골에서 이곳 부석사는 쉽게

오고 갈 그런 곳은 아닐 터이지만, 금강산부터 함경도 전라도 경상

각지 까지 천지를 유람했던 김삿갓이 부석사에 당도하여 이런 시를

남겼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그렇게 산천 주유를 하고도 평생에 여가가 없었다니~ 

세월은 무정하고 나는 이미 늙었다는 구절이 가슴에 깊이 박히는

그런 싯구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단풍을 겨우 한 장씩 담아 본다

 

사람들은 바위가 떠 있는 듯 보이는 그 바위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위가 어찌 공중에 그냥 뜰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마케팅에 부석사는 유명해졌고 인근에 있는 

축서사는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사찰이 되고 말았다. 실상 부석사가

위치한 봉황산은 산세도 미약하고 웅장한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250여 키로를 달려갔는데 억울하지도 않소? 뭐라도 좀

보고 오셔야지!  억지로 몇 장 찍어 본 것들이다 

 

 

그렇긴 하지만 이제 단풍은 앞으로도 기대해선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동안 수년간 너무 좋은 단풍을 많이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지구 기후 변화가 오기 전에 그나마 볼 수 있었으니!! 

 

그러면 이제 가을은 뭘 기대해야 한단 말인가? 낙엽?을 기다리면 될까? 

그러나 단풍이 시원찮은데 그 결과물인 낙엽이 좋을 리가 없다 

 

아까 구입한 사과를 소형차에 우리와 함께 태워 주차장까지 배달해 주었다

꽤나 근사한 식당에서 능이버섯 전골을 주문했지만 오늘은 이미 메뉴가 품절

이란다. 할 수 없이 청국장 정식을 주문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청국장만 먹

는다. 그런데 청국장이 맛이 일품이었다. 이쪽 지방은 청국장이 매우 훌륭하다. 

 

서둘러 축서사를 향하는데, 앗! 티맵이 말썽이다. 이쪽 지방이 원체 산간 내륙이다 보니

전파가 잘 안 잡힌다. 축서사로 진입하는 길을 잘 못 찾는다. 축서사는 해발 1200m

에 달하는 문수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백산 주봉인 국망봉이 1420m 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높이인 걸 알 수 있다 

 

가는 길에 물야란 동네를 지나는데 그곳은 대학 동기 하나가 일찍이 핵전쟁에서도

무난히 대피가 가능하다고 이곳에 들어와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살기도 했던 곳

이다. 

 

범상치 않은 문수산!

 

 

축서사에서~

 

 

 

축서란 뜻은 독수리가 서식하는 곳 이란 의미라 한다. 대개의 사찰이 

살짝 산중에 돌아서 위치하는데 이곳은 정 남서향을 바라보고 산 중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사찰 뒤의 문수산이 워낙 높고 송림이 울창하여 시간이 되면 한번 올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단풍이 물들긴 했지만 역시 청명한 맛이 없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3개 사찰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고도 오후 3시 정도에 마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통상 편도 250여 km 정도의 거리는 당일치기 여행으로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새벽 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비록 단풍 자체에서는 큰 수확이 없었으나 풍기, 봉화 지역의 사과를 

사 올 수 있었으니 그리 서운할것도 없었다. 좋기로는 능이버섯까지

구입해 볼 것을 고려했으나 그건 가능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는 봉화에서

송이버섯도 구입한 적이 있었고 멋도 모르고 시골 친구와 봉화로 송이

버섯을 따 본다고 가 본 적도 있었다. 

 

암튼 이래저래 봉화 지역은 나와 친숙한 그런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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