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설악산은 대략 25번 정도 찾았었다. 특별한 단풍에 대한 생각도 없이
친구 부부와 내설악을 찾은 건 1997년 이니 이 또한 약 25년 전이다. 그때
본 백담사 수렴동 계곡의 단풍이 워낙 찬란해서 그 이후 다시는 설악을 찾지
않게 된 연유가 되기도 했다.
그 이후 사진에 눈이 좀 틔이고 단풍에 대한 생각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마곡사, 현충사, 선운사, 내장산, 백양사, 일본의 교또 까지 단풍을 보러 다녔
다. 참으로 수려한 단풍들이었다.
그런데 단풍 자체만 보다 보니 단풍 + 암석 , 혹은 단풍 + 청정 계곡수 등의
설악이 문득 떠 올랐다. 깍아 지른 기암 고봉 밑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단풍
을 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금년 가을 칠순 여행을 겸해 설악산 단풍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예상과
는 달리 날짜를 전혀 못 맞추고 말았다. 단풍은 커녕 푸른 잎만 아직 청청 했다.
계획은 수렴동 계곡, 주전골, 천불동 계곡 그리고 인제의 자작 나무 숲 까지 한
번에 설악 계곡의 단풍을 모두 보고 오는것 이었다. 그렇지만 날씨가 안 좋았고
시기가 맞질 않은 탓에 절반의 성공도 거두지 못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용케도 단풍철을 잘 맞추고 다닌 셈인데 이번은 아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항상 다 좋을 수 만은 없지! 뭐~
아침 9시 용대리에 도착하여 황태 해장국을 먹은 후 백담사
쪽을 바라 보니 가슴이 뛸 만큼 날씨가 좋다
버스를 타고 백담 계곡을 거쳐 하차 후 다리를 건너며~
산행에 별 자신이 없는 아내도 호기롭게 따라 나섰다
백담사를 둘러봤으나 마음이 바빠 만해 기념관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서둘러 빠져 나왔다
봉정암부터 100개의 연못이 있다하여 붙여진 백담사 ~
너무도 맑은 계곡물이 마치 수정처럼 빛나고 있다
사실 아직 단풍이 거의 안 든 상태이나 군데군데 약간의 단풍이,
특히 노란 단풍이 물들고 있었다. 노란 단풍은 청단풍이라 하여
귀히 보여지는데 일찍 물드는 녀석이다
얼핏 보면 단풍이 꽤나 진행된듯 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내 생각은
1주일 후 아니 열흘 후에도 단풍은 절정에 이르기 어려울듯한데, 이 글을
작성하는 최근에 기온이 급강하하여 시기를 좀 앞당길 수 있을지는 모르
겠다 . 사진 촬영 시기는 10월 14일이다
때로는 이처럼 한 떨기 단풍잎이 더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한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서 겨우 봉우리를 만났다. 암봉과
그 주변의 멋진 단풍의 조화를 기대했는데, 전혀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여기서 계속 봉정암 쪽으로 오르면 점점 더 멋진 장관을 볼 수 있을 터이지만
이쯤에서 내려 가기로 했다. 단풍이 더 이상 들지도 않은게 원인이었다
간간이 이런 단풍도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
감아 돌아가는 계곡의 맛이 일품이다. 수렴동 계곡의 바위는
하얀 빛을 띈다. 이것이 여타 설악의 다른 계곡과는 차이가 나는
점이 아닐까!
여전히 내 눈은 이런 단풍에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매우
아쉽다
다시 영시암으로 내려오다 한장 남긴다. 영시 ~ 영원히 본다는
의미 같다
마침 하늘에는 기막힌 구름이 떠 있었다. 이곳 영시암에는 약수물이
졸졸 흘러 내렸다. 여기까지 거의 평지성 길 이지만 금세 올라올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여전히 조금 물든 단풍에 눈이 머문다
간혹 이런 나무잎도 눈길을 끈다!
이때 부터 슬슬 우측 무릎 옆 인대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특별히
다친적도 없는데, 긴 산행을 하면 이것이 갈 길을 막는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겨우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내려 속초 숙소로 향했다
아내가 적극 추천한 '이모네집'은 예약도 힘들만큼 성업중이다.
우리는 모듬 찜을 택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여기 뿐만 아니고 속초 시내 곳곳이
아무도 밤에는 다니지 않는다. 밤 8시가 예전 밤 12시 수준이다.
코로나가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숙소 현관에서~
밤 바다에서 파도 소리가 멀리서도 들려왔다.
다음 날은 예보 대로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어제 그렇게나
청명했던 날씨가 어떻게 하루만에 이리 돌변할 수 있단 말인가?
우중에 설악동을 향해 출발하기 전에 속초 지인이 추천해준 아침
식사를 위해 순두부 집을 찾았다. 인근 다른 식당은 조용한데, 이 집만
바글바글, 차를 댈 데가 없다. 그러나 두부 요리는 내 취향과는 조금 덜
맞는듯했다
어차피 비도 많이 내리고 비선대 쪽으로 가 봐야 뭘 보겠냐 싶어
권금성 케이블카를 탓다. 예전에 케이블카를 타 봤는지 기억이 없다.
허나 권금성에 내려 위쪽으로 끝까지 올라 봤지만 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단풍 때문일 것이다~
예전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때는 오색에서 1박을 하고 새벽 4시 반에 대청으로
출발하여 화채봉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권금성 쪽으로 하산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화채봉 정상에서 쌓인 눈을 녹여 끓여 먹던 된장라면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권금성인데,~ 지금 보이는 경관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 아마도 이쪽에서
오르는데 한계가 있어서 그럴것이다
다행히 토왕성 폭포로 추정되는 폭포가 멀리서 관측되었다
주변 단풍이 아직 들기 전 이어서 그닥 경관이 볼만하진 않았지만,
케이블카를 내려온 후 우리는 신흥사로 향했다.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린다. 댓돌 마루에 걸터 앉아 고즈넉히 내리는 비를 감상
한다. 그래~ 이렇게 비 내리는 걸 본 적도 오랜만이지!!
대웅전 뒤 추녀 밑으로 비가 쉴새 없이 내린다.
빗소리~ 물 소리~ 그리고 간간이 까마귀 소리까지~
점심은 설악동 아래 어느 집에서 산채 비빔밥을 먹었다. 그런데 역시나
산체도 초 봄의 일이지 이 가을에 먹을 음식은 아니었다. 겨우 겨우
먹은 산채밥은 결국 저녁에 회를 거나하게 먹은 후 일을 내고야 말았다~
속초 동명항의 횟집에서
평소 우리 약국에서 레시틴을 비롯한 건강 보조제를 오랜동안
구입해 드시는 잘 아는 지인 부부가 동명항의 자연산 활어회 집으로
안내를 해서 몇가지 활어를 정말 거나하게 잘 먹고, 대접을 해 드렸
는데, 이날 못 먹는 맥주를 많이 마신게 화근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밤에 무려 설사를 15번이나 하고 토 하기를 두 차례~
내 평생 이런 일은 처음 겪었다. 맥박은 밤새 120여 회를 넘나 들었고
한 숨도 못잤을 뿐 아니라 온 몸이 매우 쑤시고 견디기 힘 들었으니 말이다.
결국 우리는 다음날 일정을 깨끗이 포기하고 겨우 체크아웃을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함께 회를 드신 지인 부부는 아무 탈이 없었
음은 물론이다.
그러게 외지에 가서 회를 먹는 일은 앞으로 극히 조심하여야 함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했다. 그 뿐인가? 집에 돌아 와서도 2-3일 이상 설사에 시달렸고
며칠째 죽만 먹으며 장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이번 주 말이나 다음 주 초 정도면 백담사 수렴동 계곡엔 단풍이 절정을
이룰게다. 생각 같아선 한번 더 가고 싶지만, 글쎄!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다음
을 기약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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