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윈체스트 cc

 

 

서양에서 출발한 골프가 철저히 추구하는 정신중의 하나가 자연스러운것,

내추럴한것이라 하겠다. 어찌 보면 이것은 동양사상과 더 부합되는 면이

강한데 말이다.

 

그것은 곧 '있는 그대로' 플레이 한다는 것이다.인공 장애물이 아닌 나무 돌 새

물 같은것이 그런 취지이고 반대로 자신의 카트나 소속 캐디에게 공이라도 맞으면

어김없는 벌타가 부여된다.인위적으로 공의 방향을 변경시킨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참 전의 일이다. 태광cc 에서 약국하는 동네 친구들과 라운딩을 할 때였다.南코스

2번 홀은 약간 포대 그린처럼 생긴 곳이다. 드라이버를 페어웨이 正 중앙에 잘 갖다

놓았고 세컨샷 7번으로 그린 좌측 약 3-4미터 정도에 안착시켰다.

친구도 그 비슷한 지점에 on 그린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그린에 올리지 못한

걸로 기억한다.

 

그때였다. 그린 너머에서 흰 복실 강아지 두 마리가 그린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내심 불안했으나 설마 공을 물고야 가겠는가 싶어 지켜만 볼 뿐이었다.

골프장 주변에 동네 강아지가 몇 마리 돌아다니기로서니 공 줏어 오라고 훈련시킨건

아닐테니 말이다^

 

조바심을 애써 감추며 부지런히 그린을 향해 다가 가는데 웬걸 두 마리의 개는 정확히

온 그린된 볼 두개를 하나씩 물고는 도로 그린 너머로 달아 나는게 아닌가?

소리도 쳐보고 고함도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친구의 볼은 약간 묵은 공이고

내 것은 몇홀 돌지않은 하얀 새 공이었다. 그런데 좀 헌 공은 몇 발자국 도망가다 그린

주변에 떨어뜨리고 새 공은 그냥 물고 가 버리는게 아닌가.

 

까마귀나 독수리가 골프공을 물어 갔다는 얘긴 들은거 같은데 난데 없는 강아지가

공을 물고 간 것은 들어본 적도 없고 처음이었다. 그것도 공을 물어다 홀에 집어 넣은것도

아니고 ~

 

결국 나는 OB 처리되고 말았다. 버디 찬스에서 날벼락같은 오비로 겨우 더블 보기를

하고 말았다. 공 물고 도망간 개를 탓할 수도 없고 쓰린 가슴을 달래야만 했다. 다음에

한번만 더 그러면 이 녀석들 단단히 혼내켜 줘야지^^^뭐 그 정도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태국의 어느 골프장인가에서는 세컨샷이 페어웨이 중앙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 몸통

어디엔가로 들어가 로스트볼 처리되고 말았다. 아무리 나무를 두들겨 보고 헤집어 봐도

도통 사라진 공을 찾을 길이 없었다.

 

또 리베라 동코스IN 3번홀에서는 티샷한 볼이 그린 주변 솔잎 사이에 끼인 적이 있었다.

가까스로 드라이버로 쳐 내서 겨우 보기 로 막았다.

 

흔치는 않지만 워터 해저드에 공이 맞고 마치 물수제비 뜨듯 튀어나와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다. 사실 골프를 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별별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그 어느것도

자연스러움 자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골프가 마냥 자연스런것만은 아니다.

페어웨이 경계선을 마치 등산코스에 밧줄 매어놓듯 친절하게구분해 놓은 OB 말뚝이

즐비하지 않나, 앞 팀이 안 보인다고 제대로 공을 치기도 전에 나귀몰듯 플레이어를

이끌고 가지 않나 여러 제약이 따라다니는게 골프이기도하다.

 

흔히 황제 골프니 뭐니해서 여유만만한 골프가 당장 실현되기는 힘들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그런 편안한 골프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연스러움과 그 정신에 충실한 골프장 골퍼 그리고 운영체계가 서서히 정착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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