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무료 셔틀버스를 탓다^
버스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내려 주었는데, 그곳부터 온통
시장통을 방불케했다^ 개울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가게들^
식당, 토산품점, 소머리 국밥,노래공연,등등 시끌벅쩍했다^
매표소를 지나 다시 순환버스를 탓다^ 여긴 1인당 1000원씩 이었다.
해도 기울고 시간도 부족해 버스를 탓는데, 그렇게 하길 잘했다^
내장사 까지는 꽤 먼거리여서 만일 단풍 전성기에 왔다면 쉬엄쉬엄
보고 걸으면 되겠지만, 단풍도 거의 졌는데,, 굳이 걸을 이유가
없었다
내장산의 단풍이 유독 붉다고 들었는데, 맞는가 보다
내장사 일주문부터 내장사까지 이르는 단풍숲 터널은
워낙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철지난 단풍을 아쉬워 했다^
선운사는 선운사만의 그리고 내장사는 내장사만의
단풍이 있었다^
내장사 주변의 산세는 매우 준수한 암석들이 산 정상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웅전 앞 마당에 오래된 단풍나무 3 그루가
있는데, 그 전성기에 온다면 아마도 천하 절경을 보게될 것임이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남도의 단풍으로 내장산을 꼽는데는 이유가
분명 있을것이다^ 왜? 그럴까? 단지 붉은 색감이 강해서 일까?
그 모양이 준수해서일까? 이번 여행에선 나는 그 답을 충분히
찾지 못했다^
^ ^ ^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와 아랫 동네 미리 봐둔 소머리 국밥집을
찾았다^ 가게 입구에 걸어둔 솥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나게 뽀얀
뼈 국물을 고아내고 있었는데, 막상 소머리 국밥을 주문해서 먹어
보니 수육이 부드럽지 못하고 맛도 별로였다^ 역시나 인가?
곤지암의 그 푸짐한 소머리 국밥이 생각이 났다^
^ ^ ^
이제 해도 뉘엇뉘엇 지고 숙소인 축령산 아리솔 펜션으로 가야한다
국도와 도시고속화 도로를 번갈아 타고 달려가니 갑자기 빽빽한 나무
숲이 어스름하니 보인다^ 축령산 자락에 들어온 것이다
이제껏 기대 이하의 단풍에 약간 실망해있던 나는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 저 정도의 숲이면 뭔가 볼만 하겠군"
게다가 짙푸른 편백숲 사이사이엔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영화 마을로 가다가 갑자기 좌측 산으로 들어가니 차가 한대 겨우
지날만큼 비좁은 산길이 나타났다^ 겨우 찾은 아리솔 펜션은 아침에
보니 이런 모습이었다^
독립 펜션에 황토와 편백나무로 마감을한 괜찮은
집이다^ 그러나 거실이 좁고 침대는 없었다^ 그래도
한 가족이 머무르기에는 불편함은 없었다^ 옥탑방까지
있으니까~
이른 새벽에 눈을 떠 윗산을 올라봤다^
도무지 지도상으로는 어디가 어딘지 문수사와 어떻게
근접하여 숙소를 잡을지 애매했던 곳이다^ 축령산 어디서부터
어떻게 올라야 효율적인지 별로 알려주는 곳도 없었다^
아침식사 전 아내를 펜션에 놔 둔채 혼자 이 깊은 산을
오르려니 혹시나 곰이라도 나타날까,, 해서 조금 오르다
내려왔다^
물론 축령산에 곰이 있다는 얘긴 없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친절한 펜션 아주머니에게 조언을 들어 문수사를
가기 전에 먼저 축령산 편백숲을 보기로했다^
축령산 편백림엔 편백 나무만 자라는게 아니다
삼나무 반 퍈백 나무 반 정도였다^ 얼핏보면 비슷한 나무지만
두 나무는 차이가 난다^
일본 큐슈의 우레시노 온천 뒷산을 올랐을때 그 울창한 삼나무 숲에
말을 잊었던 기억이 있다^ 전봇대를 꼿꼿이 세워놓은것 같은 직립성!
촘촘히 박힌 그 빽빽함~ 그것에 환호했던 내가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무시무시한 편백나무 숲이 있다는 걸 처음알았으니^ 강원도의 소나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삼림의 극치!!
캐나다 록키산 투어를 갔을때 보았던 그 무시한 나무와 거의 비슷한,
비록 키는 조금 작지만 이런 나무를 본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허겁지겁 가파른 산길을 한참을 오르니 드뎌 평지가 나타나고
이렇게 쉽터도 있었다^ 펜션 아주머니가 쭈욱 올라가면 아름드리
편백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장대한 굵기의 편백이 저렇게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과 달리 사진으로 찍히는 숲은
규모가 작게 보인다^ 실제로는 이것의 1.5배 이상이다^
오늘날 숲을 이토록 장대하게 만든 바로 그분! 춘원
임종국 선생의 묘이다^ 울창한 숲속이 아닌 이처럼 아담한
양지바른 느티나무 한그루 밑에 영면하고 계신다^
세상의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왕릉보다 숲을 만들고 숲에
잠드신 임종국 선생의 묘가 훨 더 아름답고 멋져 보였다!
바로 옆에는 사모님의 묘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위에는 헬기착륙장이 있었는데, 그 용도가 뭘까를
생각중이다^
숙연한 마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아리숲 펜션쪽으로 내려간다
중간에 의자가 놓여있던 휴식처에서 산림 안내를 하는분의 얘기를 들으니
우리가 올라온 영화마을 쪽에서가 가장 힘든 코스란다^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숙소를 정한 셈인데,
뭐 그래도 괜찮다^ 이만하면 편백의 정기는 충분히 섭취한 셈이니까!
^ ^ ^
영화마을쪽을 돌아 문수사로 향하는 길은 외길이었다^
중간에 차가 나타나면 어쩌지? 불안해하며 4키로 정도를 돌아가니
문수사 주차장이 나온다. 이쪽은 축령산의 서쪽인 셈인데 편백은
없고 오래된 소나무가 울창하다^
300-400년 묵은 단풍 나무라더니 과연 나무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문수사의 차별점은 오래된 이런
단풍나무에 있지 않을까?
문수사 역시 너무 늦게 찾았다^
1주일만 먼저 갔더라면 그 화려한 단풍의 멋을 유감없이
만끽했을 것이다^
아쉬움은 크고 반면에 만족감 또한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원래 단풍이 아니었더라도 늦가을 여행이라는게 즐겁지 아니하랴!
코스모스 핀 길도, 누렇게 벼가 익은 들판도 충분히 올해는 보았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배도, 선홍색으로 반짝이는 감도, 산수유도,
모두모두 가을이 던져주는 선물이다^
이 모든것의 종착역은 역시 단풍이다^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 많다!
언젠가는 정비석 선생이 예찬했던 금강산 단풍도 볼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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