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 하다 보니 3월이 다 된 2월 말에 스키여행을 하게
되었다. 북해도에 2번 스키여행을 간 적이 있으나 모두 1월 말~
2월초 정도였었다. 5월까지 스키가 가능하다는 일본 이지만 산중
이 아닌 지상의 기온이 영상 5-6도 이상인데,, 과연 괜찮을까?

 

새로 사서 한번도 신어보지 않은 부츠에 스키플레이트까지 챙겨서
가다보니 렌트카는 필수이고 사실 짐은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이동이
불편해 차를 빌려야만했다. 일본 본토 스키의 성지라는 여러곳을 두루
검색해 보니 비행기가 취항을 안 하거나 마일리지로는 갈수 없는곳 등 쉽
게 접근을 할수가 없는곳이 태반이었다. 기후 지역의 시가고원,노자와 온천,
하쿠바,,도호쿠 지역의 앗피,자오,아오모리의 핫코다산등도 어마무시하게
좋은곳 들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서 가깝다는게 마음에 걸렸고 니가타 에서
나가노에 이르는 나에바, 유자와,묘코고원, 롯데 아라이 중에서 묘코고원으로
최종 목적지를 정하였다

 

 

홋카이도도 물론 대상에 넣고 검색을 했지만, 금년 겨울 적설량이 좀 적은
듯하여 이번에는 빼기로 하였다. 그러나 묘코고원으로의 접근은 니가타 공항
에서 170키로를 가야하는 것이라서 이게 또한 복병이었다. 만일 1월 극 성수기에
간다면 아마도 어마한 눈 때문에 공항에서 스키장까지 가는데만 하루 종일이
걸릴수도 있는 그런곳이다.

 

소형차를 렌트하다 보니 이게 스키가 충분히 실리는지도 문제였다. 해서 집에서
작은 차에 사전에 스키를 넣어 보는 점검도 해 보았다. 스키와 부츠외에
짐은 비교적 간단했다. 아들과 둘이 달랑 트렁크 하나면 충분했으니까~

 

출발일,, 니가타의 기온은 영상 6도 정도였다. 이게, 스키가 되긴 할까?
하지만 니가타 상공에서 착륙전에 비행기에서 본 산중의 눈은 그런 걱정을
싸그리 날려 버리고도 남았다.

 

 

 

 

니가타 근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산맥에 쌓인 눈

 

 

니가타 공항에 도착하여 렌트카 접수를 하려니 이것저것 보험을 들으라고
안내원이 주문을 한다. 펑크에 대비한 보험, 뭐에 대비한 보험,,등등 흠,
일본에서 렌트 한 두번 해보나~ 다 무시하고 기본만 살짝 든 상태로 차를
인수받았다.
총 5일에 18만원 정도! 사실 렌트비는 싼 편이다. 차도 괜찮고 스키도
무리없이 쑥 들어간다. 이 부분이 젤 걱정이어서 사전에 수 없이 검색해
보았지만 이런걸 올려놓은 스키어는 거의 없었다. 소형차 렌트로 가시는 분들
걱정하지 마시라! 스키플레이트는 문제없이 잘 들어가니까!

 

 

!

 

 

혼다의 하이브리드 소형차, 연비가 20키로/L 정도 나오는 준수한

차다. 이런 차종은 왜 한국에 수입이 안 되는 걸까?

 

 

일본의 고속도로 통행료가 비싼거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오후 1시 쯤

키를 받고 네비를 눌러 보니 고속도로는 2시간 40분, 국도는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시간도 널널한데 천천히 국도로 가 볼까도 잠시 생각했으나,초행길에

어떤 복병을 만날지 가늠이 안되고 어두운 밤에 들어 간다는게 좀 그래서 고속

도로를 택했다. 사실 어느 나라도 고속도로는 풍광이 별로다. 국도로 가야

쏠쏠하게 자연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데 말이다!

 

 

니가타에서 차를 달려 보니 이 동네 참으로 넓은 곡창지대다. 좌측 본토 쪽엔

2,000미터 이상의 고산준령이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이고 있고 일망 무제의 평야는

끝도없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정미소가 눈에 띈다. 여기가 그 유명한 고시히까리

쌀이 나오는 지역이다. 해서 그 쌀로 셀수없이 많은 종류의 술을 빗어내는 동네가

바로 니가타 지역인 것이다.

 

 

 

 

그러나 평지의 니가타는 눈이 하나도 없었다^ 멀리 보이는 산 봉우리에만

하얗게 눈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한참을 달려 좌측으로 꺽어 지니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눈이 나타난다^

 

 

 

멀리 보이는 산이 묘코산인가? 드디어 평지와는 확연히 다른

산악지대의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매우

좋은 날이다^ 국도로 나와 한참을 더 가니 고원지대로 접어들었고

인적이 거의 없는 동네로 들어가게 되었다

 

길 양 옆으로 눈이 높다랗게 쌓인 고원지대^

 

이런 길을 접어드니 스키에 대한 기대가 불쑥 일어남을 느낀다

스키장 슬로프엔 어느정도 눈이 쌓여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조금씩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3층짜리 아담한 다케다 호텔에 도착을 하니 생각보다 피로가 엄습

한다^ 지구 중력을 이기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자체가 피로의

누적인듯하다. 거기다 조심조심하며 고속도로를 달려왔으니~

 

 

다케다 호텔은 작고 아담했다. 아침,저녁식사를 모두 제공했고

방값은 말도 안되게 저렴했다. 우리 나라의 어느 펜션을 가도 이런

가격엔 도저히 묵을 수 없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조그마한 산중

고원 동네, 오직 스키 관광객이 전부인 아주 작은 마을^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 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

 

라고 시작되는 소설 설국의 첫 장면 처럼

 

 

' 고원에 다다르자 설국이 펼쳐졌다. 니가타의 평야 지대와는 완전히

다른 눈의 나라가 된 것이다^ '

 

체크인을 하고 조금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편의점에서 산토리의

금맥(金麥)大짜 캔을 하나 사 가지고 돌아와 지하에 있는 온천탕으로 내려가 

목욕부터 했다. 맥주값 참 싸네! 1,800원 정도였다. 내가 술을 잘 마신다면

아마도 서너 캔은 사서 들고 들어오지 않았을까?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조그만 베란다에는 두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창문을 통해 눈 덮힌 동네를 바라보며 아들과 맥주 한잔을 기울인다^

 

'자! 묘코 고원에 온 기념이다' 쨘!!

 

허나 아들은 피곤에 지쳐 곧바로 잠에 골아 떨어졌다.

왜냐면 여기까지 렌트카 운전은 오로지 아들 혼자서 하고

왔으니까~

 

 

호텔 베란다에 앉아 맥주 한 잔을 기울인다. 앞 마당에 쌓인

눈은 사람 키 만큼이나 깊다

 

 

 

비록 화려한 성찬은 아니지만 충분히 맛난 식사를 각 호실별로 셋팅해

주었다. 소위 가이세키 정식인데, 조촐하지만 음식은 정갈했다. 도합

15-6 명 정도의 투숙객은 3일 내내 유지가 되었다.

 

혹시나 저녁 식사후 야간 스키를 타볼까,,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너무 피곤하여 곧바로 취침에 들어가고 말았다. 평소 약국을 마치기도 전

이른 시간이었다. 고원의 하얀 밤은 그렇게 속절없이 깊어만 가는데,, 너무

일찍 잠을 자려니 숙면이 되지 않는다. 자다가 깨고 또 자다가 깨고~

이러기를 여러차례, 다다미 방 귀퉁이에 설치된 난방기에선 밤새 '웅~'

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계속)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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