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에 15년 이상을 살았던 분당을 떠나

용인으로 왔습니다. 당시 느낌을 적어둔게 있어

3년이 흘렀지만 다시블로그에 올려볼 합니다^

 

 

 
 

 

15년전 분당 첨 이사와서 보았던 청매화는 이제 너무
키가 커졌다.
꽃은 하늘 높이 매달려 있다. 땅으로 내려온 가지중에
하나를 찍어 본다.
약수물도 거의 한두방울씩 떨어 진다. 허긴 15년이
흘렀으니 많이 크기도 했지.

 

청매화의 상콤한 향이 주변을 맴돈다. 어.. 상쾌 유쾌 통쾌다.
그 말은 이럴때 쓰는 거다.

 

 

 

 

그리고 그 옆에 이제 막 피어나는 진달래,역광에 빛나는 청초한
저 자태,

 

아효,, 오늘 어쩜 이리도 때를 잘 맞춰 왔을까??
봄의 신령한 기운을 유감없이 맞닥뜨릴 수 있었다.
지난 15년간 단 한번도 이렇게 봄의 문턱을 만나지 못했다.
대개 봄이 지나 가거나 꽃이 다 피어 버리거나 그런후 여기를
찾았었다.

 

헌데, 이걸 보고 나니 비로서 난 분당을 떠나는구나^
이 동네 와서 최고의 자연과 풍경과 꽃과 낙엽을 선물 받았던 분당^
그래서 사는데에 한톨의 부족함도 아쉬움도 없었던 동네^
천당 아래 분당을 정말 누구보다 깊이 느끼던 동네,
이제 이곳을 나는 얼마 안 있으면 떠나게 될듯하다.

 

아마도 그리웁겠지. 벚꽃 흐드러진 탄천 변과 중앙공원 앞을
다시 찾아오게 될까?
연분홍 산철쭉이 쭉쭉 피어나는 중앙공원 숲을 다시 보러 오게 될까?
가을 단풍의 매력을 생애 처음으로 가르쳐준 열병합 발전소,
느티 마을을 다시 찾으러 오게 될까?

 

  그래 내가 분당 정자동 최고 중심가에 살면서 늘상 그리워 하던곳이
바로 그런곳 아니었을까?
그래,이제 좀 힐링이 필요한 그곳으로 가는거야^
분당의 초 봄을 이렇게 처음으로 푹~느끼니 이제 떠날때가
오고 말았다.

 

인생이란 늘상 그런거 뭔가를 알면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거.
그러나 별로 아쉽지는 않다. 왜냐면 난 이동네서 느낄 수 있는거
해볼 수 있는거 거의 다 해봤으니까.
사실은 진작에 떠났어야 한다. 그럴 향편이 못되어 눌러 있었을 뿐이다.
이제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자연을 만나고 새로운 느낌으로 살 것이다.
이제껏 분당을 찬양했던 것처럼그 동네를 찬양하고 즐겁게 살 것이다^

 

 *       *
(윗글은 지난 2015. 3월 말에 집 계약을 하고 당시의 소감을
적어뒀던 일부입니다. 아랫글은 이사 와서 작성한 글이고요) 
  

 

그러나 시골태생인 나는 언제나 자연을 그리워하는 본성이 있었다.
십 수년 전에도 전원주택의 꿈을 안고 수도권 인근을 기웃 거렸다.
사실그 당시는 여건이 맞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결국 그 꿈은 접고
말았지만 자동차 소리 소음이 주류를 이루는 다운타운에서의 삶이
많이 피곤하고 지친건 사실이다.
성냥갑같은 고층 아파트에서 벗어 난다기보다 아주 조금은 해방된
공간에서 살고 싶었다. 너무나 익숙한 자동차 소음소리 마치
소음이 반주곡인양 그것이 습관이 되어 사실 별 거부감도
없게된 게 아닐까? 

 

 

이사 온 단지 앞쪽으로 본 전경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않는 집,
내가 1982년 9월 잠실 주공 5단지 고층 아파트에 방 하나를
얻어서 독신으로 시작한 첫 아파트 생활 이후 33년이
흘렀지만 언제나 자동차 소음은 내 친구였다. 창문을 닫으면 그런대로
버티지만 열면 들리는 우렁찬 소음^ 결국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는 첫
째 요인은 바로 이 자동차 소음인 것이다. 전혀 자연과는 거리가 먼 인간
이 만든 소리이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지금 이사온 이곳은 과연 어떤가? 우선 층고가 저층이기
도 하지만 자동차 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문을 열면 오직 새소리와
어린이들이 뛰노는 재잘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뿐이다. 뻐꾸기,비둘기,
까치,직박구리,소쩍새,등이 돌아가며 울어 댄다. 워낙 밖이 조용하다 보니
실내의 냉장고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렇다! 소음은 오직 그 소리 뿐이다.
그렇다고 저곳이 무슨 고급 단독 전원주택 같은 곳은 전혀 아니다~ 그저
수수한 단촐한 타운하우스 이다^

 

 
"새 소리가 밥 맥여 줍니까? 쳇^ 까짓 소음이 뭐 그리 대수라고^ 우린 그런
거 전혀 개의치 않읍니다. 누구 약올리기요? " 이러실 분도 물론 없으면
이상한게 이 나라다. 그래~ 새소리의 가치를 그 누가 얼마로 매길 것인가?
 
아침 5시에 눈을 떠 창문을 여니 역시 새소리 부터 반긴다.
온갖 숲의 내음이 코를 찌르는 아침에 새소리를 고요히 듣고
있자니 과연 이 숲과 고요와 새소리와 맑고 깨끗한 이 공기의 값을
얼마를 매기면 될까? 생각을 하게된다. 아니 값을 매긴다기 보다 숲과 새
의 가치는 무한대라해도 부족함이 없을 지경이다. 난, 대체 이 나이 먹도
록 무슨 삶을 살았단 말인가? 내가 추구한것이 고작 정자동의 이름난 주상
복합이란 말인가?
 

 

거기 살땐 그 아랫지역 같은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강남
보다도 훨 좋다고 생각했다. 강남은 탁한 공기가 가슴을 짓누르는데 반해
신분당선을 타고 정자역에 내리면 공기 자체가 완전 달랐기 때문이다.지하
주차장엔 수입 차가 반 이상을 차지하던 그런곳이다. 그러나,

 

 
내가 정자동에 사는것과 이 동네에 사는것의 비교를 할 필요는 전혀 없
을것이다. 거기는 거기대로 여기는 여기대로 다 존재 이유가 있으니까.
다만, 33년만에 느끼는 이 고요와 해방감과 편안함과 충만함은 지금껏
살아오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숲으로 가라는 쏘로우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그것이 가끔이 아니고 일상이 되었을때의 그 의미를
앞으로는 조금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인생은 결국 선택이라 말할 수 있겠지. 어디에 사는것도 결국은 선택
이다. 어떻게 사는가는 더더욱 나의 선택인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건 개인의 자유다. 나처럼 시골 태생은 이곳을 택한것 뿐이다. 그것도
완전 자유 의사가 아닌 어쩌면 약간은 반 강제적인 경로로 말이다. 그러나
그 반 강제적이었던 그 이유가 이렇게 나를 자유롭게 하다니^
 

 

 

아침에 일어난 아들이 말했다.

 

"지금까지 이사해 본 집 중에 제일 좋은곳
같아요^ "
 

 

그래? 그러면 됐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집에만 오면 습관적으로 틀던 TV
를 켜고 싶지 않다. 그냥 조용히 새 소리에 집중하고 싶다. 그동안 멀리하던
책도 좀 볼 수 있을까? 음악도 조금 더 듣게 되지 않을까? 나는 살면서
거의 한번도 닦지 않던 가구들을 수건으로 열심히 먼지를 닦고 있었다.
 

 

웬지 짓눌려지지 않는곳, 사람과 학생과 어린이가 많이 돌아 다니는곳!
정자동에 비해 웬지 삶의 활력이 느껴지는 수수한 동네~ 아들,딸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대나무 돗자리를 깔려고 했으나 너무도 시원해서 실크양
탄자를 다시 거실에 깔았다.분당 밑으로는 절대 내려갈 수 없다고 버티던
집사람도 언제 그랬냐는듯 완전 만족한 표정이다.
 
이사에 지친 몸이 좀 풀리면 아침에 저 옆으로 산을 함 올라봐야지^
오늘 일찍 일어나 보니 산기슭으로 뿌연 안개가 자욱히 끼어 있었다.

 

이쯤되면 크게 후회할 선택을 한건 아니겠지?
 
 

 

2015,6.18 아침 둘러본 인근 경작지의 도라지,오이  

 
 
아! 자연이여^ 숲이여^ 바람이여^ 새소리여^
향긋한 땅의
냄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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