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길 글을 쓰다 잠시 다른 얘길 하는 바람에 맥이 끊기고
말았다^ 이제 다시 이어본다~
논둑길은 직선길이 아니다^ 여기서 저기 빤히 보이는 길을 가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질러 갈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내 생각에는
그 옛날 걷고 또 걸었던 일죽의 들판 논둑길이 떠오른다^
논둑길이 끝나면 방파제처럼 꽤 높이 쌓아진 둑이 나타나고 그 둑을
따라 한참을 걸으면 우리 모래밭이 나타난다^ 이미 그 둑에 다달으면
마치 뒷동산같은 느낌이 들만큼 갈대며 딸기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
었고 잠시 쉬어 가도 좋을 만큼 잔듸와 흙이 깨끗한 모래로 되어 있었다^
서울 살던 이는 덕수궁 돌담길이나 남산 옆길 이런곳을 떠올릴 테지만
나에겐 우리 밭을 가던 바로 그 논둑길이 마치 거미줄처럼 눈앞에
떠오른다^
그러면 그 논둑길이 과연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냥 길인가?
논둑길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공존했다^ 논에 자라는 풀들이 우선
있었고, 벼가 있었고, 논에 서식하는 개구리가 있었고, 송사리
붕어,미꾸라지가 있었고 또 그것을 잡아 먹으려는 백로, 두루미,
뜸부기가 있었다^ 그리고 뱀도 있었다^
그 논둑길을 걷는건 단순히 길을 가는게 아니었다^ 수많은 생명
들과 마주치는 길이요~ 논둑사이로 졸졸 흐르는 깨끗한 물과 마주
치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논에서는 벼 특유의 향기가 있었
다~ 논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
벼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남의 논을 가로질러 갈라치면 왜?
이 많은 논중에 우리논은 없을까? 아쉬워 하기도 했다. 기름진 평야
에 있는 논은 벼도 튼실했고 가을에 쌀맛도 유달리 더 좋았기 때문
이다^
발에 전해지는 푹신한 흙길의 감촉^ 메뚜기가 내 앞에서 끝없이 날라
가는 논둑길^ 학교 갔다 오는 초가을쯤 되었을까? 어디선가 붕어가
물이 적어지면 내는 소리가 들렸다^
' 두두둑~두두둑~ 치지럭 치지럭'
직감적으로 어딘가 붕어가 몰려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찾아 들어가니
어느 논 구석에 붕어가 떼를 지어 마지막 남은 물을 의지해 몸
부림치고 있었다^ 책보 하나만 메고 온 터라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
가 그릇을 들고 다시왔다^ 저토록 붕어가 물이 말라 소리를 내는데도
아직 아무도 그 근처를 지나간적이 없는거였다^
힘 안들이고 붕어를 한 바가지 이상 잡아 집으로 갈때의 그 통쾌함^
뿌듯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만일 지금이라면 그 붕어들을 근처 웅뎅이에
놓아 주었을까? 허나 그 당시엔 붕어도 귀한 먹을거리였다^
들판에 벼가 이제 막 자라날때는 벼 포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마치 손
바닥을 벌리듯 퍼진다. 그 퍼진 벼끝에 아침 이슬이 영롱하게 맺힌걸
보신적이 있으신가? 안개가 약간 덮히면 더 기가 막히게 멋지다^
해가 중천에 올라오면 이슬은 사라진다^
벼가 조금더 자라면 벼 잎새는 하늘을 향해 날카롭게 팔을 뻗는다
그렇게 한참을 유지하다가 꽃이 핀다^ 그 다음에는 벼가 열리고 곧
이어 고개를 숙인다^ 지금 8월 하순 정도면 온 들판의 벼는 누렇게
익어갈 것이다^ 처서가 가까울쯤 되면 농부들은 논둑의 풀을 마지막으로
벤다. 잡풀에 엉켜 잘 지나 다니지도 못했던 논둑길 풀이 베어지고 나면
논둑길을 다니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위 사진처럼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인 논둑길을 아침 저녁으로 걸을라
치면 금세 바지가랑이가 이슬에 젖는다. 정강이로 전해져 오는 축축함
을 느끼며 논둑을 걷는다^ 주로 저녁 메뚜기를 잡을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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