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약대에는 전설적인 교수님이 몇 분 계셨는데,
이 분은 학문적으로 외골수의 길을 걸으신것과는 달리
철학적 소양과 폭넓은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분입지요^
홍문화 교수님 이시라고^ 이 분 강의를 듣던 어느날
" 우리 동문들 약국을 가 보면 말야~ 한쪽 구텡이로 나를
끌고 와서 슬며시 하는 말이
교수님 이거이 공부를 해서 교수가 됐어야 하
는데 이렇게 약국을 해서 참 죄송합니다 "
이런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 즉 좋은 머리를 잘 활용
해서 박사나 교수가 됐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어
약국을 하니 선생님 뵐 면목이 없읍니다^ 이런 뜻이란 얘기
였지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런 말을 하지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빛나는 학자가 ? 되거나, 아니면 학문을 더 이상 못해서 약국을 하더
라도 저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 , 자기 직업에 떳떳해라!
뭐 그런 취지의 강의 여담을 한거라 판단이 됩니다만,
1960년 전후엔 서울약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도 했고
당시엔 사실 약대 선배들 중 굉장한 분들도 즐비했지요^
그 어떤 科든 최고 전성기는 한번씩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문의 길 외에 약국을 한다거나 제약회사에
취직을 한다거나 공직자의 길을 가는 건 웬지 아웃 싸이더로
여겨졌고 특히 서울대까지 나와서? 웬 약국? 넘 아깝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었읍니다~
학교 교수님들도 그런 의미에서 박사되어 교수가 되는덴 관심이
좀 있지만 약국 이나 기타 영역엔 별 관심도 없는게 사실 이었
어요. 해서 학문 분야에선 서울약대가 대세지만 다른 영역에선
그 보단 약간 성과가 적은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그 서자 취급받던 약국을 하는 동문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공부의 뛰어남에 비해 세상의
평가나 성취도는 너무도 비례하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는덴
나름 익숙해졌지만, 처음부터 약국을 할 마음으로 서울약대를
선택한 분이 혹시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약국을 하려고 서울대를 간건 정말 아니었지요^
사실을 말하자면 등록금이 제일 싼곳이 서울대여서 기를 쓰고 죽기
살기로 공부를했고 서울공고 건축과를 나와서 서울공대 건축과가
지상 목표였지만 실력이 조금 못미쳐 약대를 가게 됬다는건 1편에
올린바 있읍니다^
그렇다 해도 당시 서을대를 간건 저의 입장에서는 거의 기적과 같은
성취였읍니다. 인문계 상위급 학교를 나와 약대를 간 건 그닥 특별할
거도 없고 어쩌면 자랑할 뭣도 안 되는 그런 사건일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최고 명문고를 나와 서울약대를 간 건 자랑이 아니라 일부
수치로 여기는 풍토도 당시엔 있었지요^ 자타가 인정하는 경기고
출신 중에 그런 경우가 있긴했지요^ 헌데, 고 2 때 하숙집 앞집의
당시 경기고를 졸업한 친구의 형은 서울농대라도 들어갔으면 해서
몇년째 재수를 하고 있었는데, 결국 서울대 마크를 달지 못하고
포기하는 것도 봤습니다. 그러니 그것도 다 사람 나름이라는거~
물론 당시 서울공대 건축과는 넘볼 수 없는 최고 인기 학과였지요
마는, 그때 공대 건축과 간 친구들, 지금 이 나이에 뭐하고 지낼
지는 뭐 ~
참 그러니 인생사 새옹지마라는거 ㅎㅎ
북해도 니세코 빌리지
내 개인적으론 기적같은 성취를 이루어 서울약대를 가긴했으나
특별한 큰 뜻을 세운게 없었기에 제약회사를 10년이나 거쳐 거의
종착역처럼 약국을 하게 되었는바, 애초에 대학을 왜? 갔는지
거기서 부터 사단이 난 것이지요^ 막상 가 보니 이런 데가 대학
인가? 실망부터, 앞의 홍문화 선생의 약학 철학도,김낙두 선생의
내가 제일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학문 우월주의'도 전혀 나의
흥미를 끌진 못했읍니다.
한마디로 대학의 본질을 전혀 모르고 간 게 문제였습니다^ 허긴,
그것이 저만의 문제였겠읍니까? 한국에서 당시나 지금이나 대학을
간다는게 뭔지를 제대로 알고 가는 학생이 몇이나 있을까요?
원래 대학이 별게 아닌데, 나혼자 뭔가 근사한 꿈을 그리고
교수들에 대한 막연한 인격적 환상을 가지고, 대학 간 후엔 뭔가
파라다이스가 펼쳐질 걸로 기대하고 뭔가 훌륭한 사람이 될테지,
뭐 그 정도의 막연한 기대로 들이민 겁니다^ 일부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대학이나 선생님들도 계시겠지만 모든 대학이 다
그런건 아니지 않읍니까?
그렇다고 인문대나, 철학과나, 사회과학 대학을 갔으면 나았냐?
그건 알 수 없지만, 문제는 나의 본질적 가치, 희망사항을 나도
몰랐지만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본질적 지향점과 재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처음부터 촛점을 맞춰 출발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20세 이전에 그걸 발견하기는 어려우니까요^
혹시 "난 대학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읍니다^ 약대
에 대해서도 전혀 동의할 수 없읍니다" 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좋은 의미로 받아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관점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홍문화 선생님의 말씀처럼 혹시 약국을 하면서 동기들이
교수가 됐거나 어디 박사라고 한다고 하면,
" 아! 난 뭐하는 거지? "
이런 생각이 잠시라도 드십니까? 저 친구 지금 어디 학장이래!
또는 무슨 변호사래! 어디 제약사 사장이래! 이런 얘길 들어도
전혀 위축이 되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면 아래 글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바로 그런 문제를 극복하고 명성과 실질이 불일
치하는 모순을 정리하고 서울대학을 나온 그릇에 맞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제시해 보기 위함이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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