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하고많은 길이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있으면
마치 길이 사람의 혈관처럼 교묘하게 이어져 있다. 혈관이
그렇듯 어딘가에서 끊어지거나 막힌 건 깊은 산중이거나 바닷가
거나 뭐 그런곳이다^
큰길 작은길 고속도로 국도 신작로 산길 들길 밭길 골목길
동네 뒷길 앞길 그리고 또 무슨 길이 있을까? 아! 참 그게 있었네
공항가는길~ ㅎㅎ 한참전 티브이 드라마에 등장했던 제목^
사람들에게 어떤 길은 특별한 추억과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때 자신만이 체험했던 특별한 기억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지금 쓰려고하는 길은 바로 논둑길이다!
논둑길! 21세기 문명시대에 웬 논둑길을?
논둑길을 얘기하려면 먼저 벼가 잔뜩 자라고있는 들판을 말해야
한다^ 봄철 모내기 이후부터 가을 추수를 하기까지 우리 눈에
보이는 들판은 과연 어떤 느낌을 주는가?
들판의 느낌은 사실 땅의 느낌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회지의
건물로 도배된 그런 모습이 아니라 우주의 본래 모습,태초의
모습은 바로 땅 이다^ 사람이 본래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
갈 것이라고 성서는 말하지만, 흙이야 말로 이 지구의 본체이고
사실이고 실증이다^ 천지 창조도 결국 땅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지 아니한가?
즉 들판은 바로 그 땅의 모양새를 말한다^ 아침 이슬이 벼끝에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면 그 감격이 과연 얼마만 하던가?
그래서 들판은 우주의 원초적 신비를 말해준다^ 그런 들판을 제대
로 본 적도 없어서야 아니 그런 가정을 미리 세울 필요는 없을것
이다 . 이제라도 보면 되는 것이니까^
그런 들판에 바로 지금부터 말하려고하는 논둑길이 있다
논둑길은 말 그대로 논에 둑을 쌓아 우리논과 남의 논을 구분하고
또 논의 평면의 위치가 달라 물을 가두는 면적이 구분되어야할때
역시 둑을 만들어 서로 분리하게 된다. 그래서 논뚝은 자연 구불
구불하고 두께가 다르며 끊어질듯 이어지고 끝 간데가 없이 펼쳐
지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농지 정리로 두붓모 처럼 반듯하게 또 예전과 달리 크게
구획이 된걸 볼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효율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원래 의미의 논둑과는 많이 느낌이 다른것 또한 사실이다^
나 어릴적 살던 안성 일죽면의 들판은 참으로 광대했다^ 백암에서
흘러오는 청미천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상당부분 평야라 일컬을만한
꽤 넓은 들판을 자랑했다^ 호남평야,김제평야 같은 들판에는 비할
바가 안되고 유럽이나 미국의 광활한 농지에도 도무지 필적할수가
없는 작은 면적이지만 어릴적 내 눈에 비친 일죽평야는 상당히 크고
넓었다^
집에서 학교를 가는 길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38번 국도인 비포장
신작로를 거쳐 가는 길이요^ 하나는 예의 그 일죽평야를 쭈욱 가로질러
가는거였다^ 즉 논뚝으로 이어진 그 길로 가면 질러가는 편이되어
거의 대부분의 통학을 그쪽으로 6년간 한것이 바로 논뚝길이란 글을
쓰게된 연유이다^
그 길은 논뚝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 길의 끝 즈음에는 청미천
고운 모래가 반짝이는 3천평에 달하는 우리집 밭이 있었기에
그길은 더욱더 친숙할 수 밖에 없었고 학교를 오고가는 길에 더러는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해 주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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