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번씩 열리는 고등학교 총동 골프대회^

 

올해가 6회째이니 12년의 역사가 생긴셈이다. 나는 제 1회 대회에
참석하고 그간 쭈욱 빠졌었다. 올해(2016)는 9.29일 레이크 사이드에서
무려 40팀이 참여하는 대규모 대회로 치러졌다.

 

 

70이 훨 넘은 선배로부터 30-40 대의 젊은 후배들까지 참석하여 정말
멋진 대회를 만들었다. 상품 찬조도 많고 후원금 찬조도 대단히 풍성
했다. 골프대회가 대개 처음 시작할땐 큰 규모에 많은 상품으로 시작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규모나 상품이 빈약해지기 일쑤인데 전혀 반대인듯
오히려 풍성해지기만 한다.

 

 

자 이렇게 레이크 사이드 남코스를 전세내어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선후배
동문이 함께하는건 참으로 복받은거라 아니할 수 없다. 비록 졸업한지는
수십년, 우리도 45년여가 지났지만 한 교문을 나왔다는 건 끊을수 없는
인연으로 면면히 흘러가는 것이다.

 

 

 

 

상품뿐 아니라 섹소폰, 클라리넷, 또 원로 가수로 활동하고있는 서수남

선배님 사회를 본 연예활동을 하는 후배,등등 모두가 한마음으로

학창 시절로 돌아간듯 정말 흥겨운 뒤풀이도 멋지게 했다. 나도 골프

대회를 주관해 보아 알지만 이게 정말이지 무지하게 신경이 쓰이고 피곤

한 일이다. 참가한다 했다가 며칠전 불참을 통보하질 않나, 그 많은 참석

인원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적정하게 팀을 짤 것인지도 매우 까다로운 문제

이기 때문이다. 또 수많은 상품을 뭘로 구매할지도 큰 문제이나 다행히

이번 대회는 그것을 모두 상품권으로 일괄 대체하여 큰 짐을 던 느낌

이다.

 

그렇다 해도 각종 트로피며 감사패며 그것을 잘 대회장까지 날라야

하고,파손 분실에도 신경을 써야하고,기타 식사며 대회 경비의 적정

한 책정등 정말 골치 아픈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날 보니 많은 동문들이 찬조금을 냈다. 그 현황을 시상식

내내 대형 프로젝트에 띄워놓고 있었다. 물론 대회를 위해 선뜻

경비를 찬조한 분들의 성의를 생각하면 며칠을 두고 띄워도 부족할

것이지만, 그걸 보는 내내 우리 나이가 골프채만 들고 대회를 오기엔

뭔가 뒤가 켕기는 시점이 되고 만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모든것을 감안하면 도무지 대회에 대해 뭐라 말을 하기

가 사실 좀 그렇다. 그렇다고 아무도 평가를 안하면 향후 발전이란

게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몇가지 점을 좀 짚고 싶은데^

 

큰 대회에 못지않게 행사후 평가는 꼭 필요한 것이긴 하나 그건 사실

대회 주최측에서 할일이고 개인적인 이런 후기는 그저 참고용이라

보면 좋을것이다.

 

 

 

1, 첫째는 샷건 중간에 막걸리 부스를 차려놓고 찬조금을 받은것이다.

이것은 골프대회에는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 절대란 강한 어조를

쓴것은 그만큼 골프대회는 경기중에 음주는 삼가야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태가 음주골프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한 팀이 라운딩중에

막걸리 몇병을 해치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이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라운딩 후 시상이나 만찬에서 한 두잔이야 뭐랄 수 없지만,

어떻게 경기중에 막걸리 판을 벌여놓고 찬조금을 받는단 말인가?

 

음주 골프를 금해야 하는건 안전의 문제도 크기 때문이다. 마치

스키장에서 술을 마시고 스키를 타는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

문이다. 얼마전 서울의 모 인사가 골프장에서 술을 과음하여 플레

이를 중단하고 카트를 타고 클럽하우스로 되돌아가다가 카트에서

떨어져 몇년째 의식불명으로 누워있다고 한다. 약간의 방심으로 이

런 사고가 나는건 일상의 일인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음주 골

프를 그것도 대회를 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이제껏 대학동문,경기도마약퇴치,카드사의 VIP 초청 골프,부산시

약사회 골프대회등을 참여해 봤지만 막걸리 골프는 처음이다.

 

 

2, 둘째는 팀 구성을 좀더 신중히 하라는 것이다. 개개인의 핸디를

정확히 모르는데 어떻게 가능하냐? 고 할지도 모르지만 대개 각

기수별 동기회장이 자기 기수의 핸디는 대체로 파악을 하고있다.

이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몇년 선후배로 적절한 핸디로 팀을 묶어야

하는데,이번 우리팀의 경우는 실수라고 하기엔 좀 지나친 면이 있었다.

전혀 동반자들과 핸디가 안 맞는 선수를 집어 넣어서는 안될일이다.도

저히 리듬이 깨져 게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매번 이런식

이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대회에 참여하지 않을것이다.

 

 

3, 대회의 공정성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골프대회란게 이름만 대회지

전혀 공정성이 결여된 엉터리 대회를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룰을 무시하고 엉터리 타수를 적어내고

하는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적 공정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골프에서만 엉터리가 아니다. 그 연장선상에 이 사회의 근본적 문제가 내재함

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필자의 대학 총동문 골프대회도 수차 참석

하다가 그만두게 된것도 대체로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 위의 세가지 외에 하나가 더있다. 그것은

 

4, 그날 만찬에 나온 음식의 수준이다. 아무리 골프장 음식이라도 그렇지

식사의 등급을 좀 내렸다 해도 어떻게 골프 대회의 만찬 음식을 이런 수준

으로 할까? 상품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저녁식사는 정말 근사하게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공들인 음식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골프장의 음식을 논하는 자체가 어불설성일수도 있지만, 뭐 그게 어제

오늘의 일인가? 나는 그날 밤늦게 집에 와서 다시 저녁을 먹을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다음 대회에는 상품을 줄이더라도 괜찮은 음식을 먹게 해

주시라^ 이번 골프장이 그걸 못하면 다른 골프장을 찾아볼 일이다.

 

누가 상품 받으러 골프대회를 갈까? 누가 막걸리 마시러 골프장을 갈까?

 

옛 추억을 먹고, 골퍼로서 자존심과 한 학교를 나온 동질성을 느끼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고 사회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해 보고 싶어

골프대회에 시간을 내어 가는게 아닐까?

 

 

 

이런 얘기 하면 내 얼굴에 침뱉는 격이지만, 그렇다고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뭐 우린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분 있으면

나와 보시라.

 

사실은 어떻게 하는게 정말 멋지고 훌륭할지를 나름 고민해보는 시간

이다. 내가 한다고 정말 잘할 수 있을까? 그렇진 않을것이다. 그것은

평균적인 이 나라의 골퍼의 수준과 평행을 이루는게 바로 고등학교건

대학이건 아니면 중학이나 국민학교의 골프대회일 것이다.

 

다른 나라의 동문골프 대회는 어떤지 한번 찾아볼 일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프랑스,일본 등의 동문 골프대회도 그런지 우리와는 다

른지를 한번 비교해 보면 좋은 시사점이 나올 것이다. 그것은 곧 그

나라의 수준을 결정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끝으로 좀 미흡함이 있었지만 위에 열거한 몇가지만 좀 고려한다면

여전히 괜찮은 골프대회가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실은 이 정도로

하는 골프대회도 별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경 가은 16.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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