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에비앙 챔피언십 은 전인지의 우승으로 끝났다. 드라마틱한
골프경기가 어디 한둘일까마는 이번 대회도 매우 인상적이었고 또
기억해둬야할 많은 부분이 있기에 관전기를 적어본다.

에비앙 골프코스는 거의 산악지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산 중턱을 깍아만든 여느 골프장과 비슷하다 할것이다. 코스는 구부러져
있고 그린 또한 고약하다. 무조건 멀리치는 장타가 능사가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매 샷 드라이버를 비롯해 한샷 한샷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언제 어느 귀신이 공을 잡아 물고 달아날지 모르는 그런 코스이다.

첫날 아마추어 선수 하나와 주타누간과 팀을 이루어 라운딩을 하며 8언더를
친게 우승의 시발점이다.



그리고 3일,4일차는 박성현과 펑샨산이었는데,펑샨산은 워낙 한국선수들과도
잘 어울리고 초기에 한국의 기업이 스폰을 한지라 웬지 가깝게 느껴지는 선수이다.
해서 함께 라운딩하는데 전혀 부담이 없을듯한 선수이다. 이제나 저제나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는 박성현의 무서운 추격을 끝까지 물리친것이 정말 대단했다. 더구나
마지막날은 비가 많이 와서 그린에 물이 흥건할 정도였는데,비가 그칠걸 알았는지
경기는 강행되었다. 그 와중에 타수를 잃지 않고 -2 언더를 지켜낸 전인지다.

적어도 메이저건 뭐건 한번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키는건 기본중에 기본이다. 박성
현이 무서운건 웬만한 선수같으면 장타를 앞세워 정확도까지 겸비한 선수가 무섭게
쫓아올때 대개의 선수들이 스스로 무너지기가 아주 쉽기 때문이다. 도둑이 제발
저리듯 리드를 지키려는 맘은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을 누가
더 냉정히 유지하느냐가 멘탈의 결정체이다. 잘쳐야지^ 마음에 평정을 지켜야지^
천천히 여유를 가지자^ 이런 통상의 멘탈을 뒤엎는 결정적인것은 아^ 저 선수가
나를 추월하는거 아냐? 어쩌지,, 이번엔 꼭 버디를 해야하는데^ 등등 이런 불안
과 조급한 맘이 드는것인데, 이런 맘을 철저히 무산시키는 것일게다. 그런데
이게 누구나 다 되는게 아니잖은가?

이날 비 오는 최종일 유수한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 줄줄이 오버파를 치고 끝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골프가 참 이상한것이 아무리 준수한 선수라도 하위권으로
쳐지면 바짝 조이는 맛이 사라지고 공이 잘 안되기 마련이다. 최하위 선수는 무려
+15 오버파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선두와는 35타 이상이 차이가 나는 스코어다.

이날 15번홀에서의 박성현의 세컨샷은 정말 일품이었다. 물론 여기서 이글도 잡
았지만, 시원하고 다이나믹한 샷은 박성현이 으뜸이다. 드라이버도 그렇고 아연
도 그렇다. 아마도 내년엔 LPGA 에서 박성현의 화려한 샷을 보게 될듯하다.

그런데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어떻게 처음 출발할때의 4타차를 끝까지 유지할수
있는걸까? 한번의 버디-보기면 2타가 줄어드는데, 이것은 결국 샷의 실력이라기
보다 멘탈의 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가 될것이다.

전인지의 이번 쾌거를 단지 메이저 최초의 기록 달성이니 이런 측면만 볼것이
아니라,지난 1년간 거의 침묵속에 우승 한번없이 저변을 지켜오다 큰 게임에서
한방을 터뜨린 그런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것이다. 메이저로만 연속 우승을
달성한것도 박세리 이후 처음이라하니,이건 단순한 우연은 아닐것이다.

한 선수의 커다란 업적을 반추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앞서도 기술했지만
역사상 획을 긋는 의미있는 우승은 많고도 많다. 골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경우
무엇을 느껴서 나의 의미로 삼을것인가?



첫째가, 너무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한 항상성이다. 좌우로 너무 치우치지 않는
일정함이다. 인생도 이와 같다. 한때 뭔가를 화려하게 달성했다해서 끝이 좋
다는 보장은 없다.

둘째, 지금 당장 뭐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때려치지말고 꾸준히 연마를 해나갈
것이다. 나의 본업이 그렇고 평상시 해오던 여러 취미활동이 그렇고 체력
단련이 그렇다.

셋째, 큰 물이 올때 과감히 올라탈 수 있는 배짱과 지략을 가져볼 일이다. 큰
대회는 큰 그림을 그리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다. 너무 의욕만 앞선다고 될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큰 물을 내 안에 품을수 있는 기개와 자신감은 가져야 할
것이다.

한때 큰 대회를 우승한 후 끝이 용두사미가 된 선수는 한둘이 아니다. 왜? 그럴
까? 인생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한번 큰 대회에서 우승한후
다시는 소식도 없는 선수^ 이렇게 되어서는 곤란하다. 전인지가 그런 선수가
되어선 안될것이다. 물론 그러리라 믿는다. 오랫동안 롱런하며 즐거운 선수 생
활을 꾸준히 이어나갈때 오늘의 영광이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세계
여자골프는 우리 손안에 있다. 여자골프와 같이 다른 여러 분야도 이렇게 빛이
났으면 좋겠다.

그렇다, 전인지는 아직 내 인생의 꽃은 피지 않았다고 말했다.우리들 중
많은 이들의 인생도 아직 꽃이 피지 않은경우가 많을것이다. 인생의 꽃이
언제 활짝 필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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