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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최북단 시레토코 가는길 ..달리는 차안에서 촬영(2011.8)
그대는 모르시더이다 / 마로니에
사는게 뭐 있어? 없어~
인생 뭐 있어? 없어~
있긴 뭐있어 없어! 그럼 아무것두 없단 말이냐? 아니지, 뭔가 있긴 있을테지~
20여 년쯤 전인가 태국행 밤 비행기에서 옆에 앉은 후배 약사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 당신은 약사가 되어 인생에 보람이 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직업에
비해 이게 좋은 점이다^^ 할만한게 뭐라 생각하슈?" 내가 물었다. 골똘히 생각
하던 그,
"나는 말입니다. 뭐 좋은 점이 많겠지만 나나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이
불편할때 맘대로 약을 쓸 수 있으니 그게 제일로 좋은 점이라 생각해요"
음! 그렇지 제 아무리 고관대작이라 해두 지 맘대로 필요할때 약을 쓸순 없지~
소위 전문가적 특권이란 게 그거라 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지금같은 분업하에선
내 맘대로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긴 한데,그게 약사가 되어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된 점이란 말인가?
아니 그건 약사의 일상의 일이지 참,
순간 나는 가슴이 살짝 답답해 왔다, 그건 내가 기대했던
답과는 사실 먼 그런것이었다.
허긴 약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의약 분업도 강력히 찬성했지 않는가? 약사는
이래 저래 약을 다루고 만들고 약가루 속에서 일생을 보내는 게 숙명이다.
그렇다 해서 인생 자체가 약가루 속에 파묻혀 스러질 수야 없지?
당시 내가 생각했던 약사의 최대 强点은 自由人 이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이곳 저곳에 자유를 억압하는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적어도 회사원이나
공무원에 비해서는 덜한 게 사실 이었다. 개국약사는 자유를 극대화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해야 그 가치가 빛날 수 있다는 거였다.물론 그 외에 봉사 활동을 중시 하거나 환자의
치료에 더 비중을 두거나 지역 사회 활동에 큰 의미를 둔다거나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종국적으로 그 모든 극점이 자유의 극대화로 모아지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는게 나의 소신 이었다.
물론 이것은 약사란 직업의 목표만도 아니고 세상의 수 많은 자유직업을 가진
이들의 인생목표일 수도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유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유롭지 못하게 살면 인생에서 뭘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인생 뭐 없는거다. 자유직업 아니
자영업이라 표현하기도 하는 부류의 직업은 스스로 하는 직업이란 말 아닌가?
엄밀한 의미에서 약국을 자유업이라 부르긴 조금 미흡하지만 될수록 그쪽으로
포함시키고 싶은 것이 나의 희망사항 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개국약사란 직업은 가장 자유가 없는 직종으로 널리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일생을 지내는 것으로 보여져
왔고 또 사실 그렇지 않은가? 맘대로 약국을 비울 수나 있나.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약사는 부자유한 직업, 답답한 인생, 옴짝달싹 할수
없이 고리타분하게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 여전히 이해되고 있는게 현실일 것이다.
물론 개국 외에 타 분야에 속하는 약사는 다르게 평가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약사의 인생 목표를 자유인으로 설정하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 무슨 얼토당토 않은 목표란 말인가?
우리가 약대 초년병 시절에 배운 물리약학 시간에 전자의 자유도란 말이
있었다. 자유도가 높은 전자와 그렇지 못한 전자가 있다. 공유결합을 이루는
전자는 자유도가 없이 찰떡 궁합이되어 매우 안전한 궤도를 돌고 반대로 자유도가
높은 전자는 궤도를 쉽게 이탈하여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유도란 개념
(degree of freedom)을 인생의 자유에 연관시킨 것인데,전자의 자유도와 인생의
자유도가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으로 보긴 조금 어렵지만 자유란 맥락에서 그
의미를 빌려 본 것이다.
인생도 이와 같이 자유도가 거의 없는 일생을 사는 이가 있는 반면 자유도를
높일 만큼 높여 가며 사는 인생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에는 속성상 나름의 구속과 제약이 수반되어 인간 본연의 자유를 충분
히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마다 그 기준도 다르고 평가도
다르니 쉽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예를 들자면, 상하의 계열이 확실한 기업체
간부나 또는 최고경영자,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되면 아무래도 역학 관계상 운신의
폭이 일정부분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서열과 조직 생활을 꼭 부자유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런 종류의 직업이 자유로운 삶의 실현에 적합하다고 보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직업군이 누리는 삶의 자유도와 우리 같은 직업군이 누리는 삶의 자유도는
분명 약간은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약사의 자유도를 말하는 중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으며 그 어떤 직업도 절대적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것이 저것에 비해 질이 낮다거나 가치가 더 높다거나 등으로 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
무슨 일을 하든 하늘 아래 모두 존귀한 가치를 갖는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예로부터 전해져 왔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인생이 행복을 위한 것이 분명하다면, 자유도의 정점이자 최종
목적은 행복 추구에 있을 것이다. 약사가 추구하는 자유도도 거기에 있다. 자유롭게
인생을 노래하고,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해 나가며 자유롭게 세상을 오가고,자유롭게
해보고 싶은걸 해 보고,느끼고,그렇다. 답은 간단한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하길 원하는
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원하고 버란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외적 한계와 내적 자기 구속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란 게 맘만 먹으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게 아닌
것이다. 특히 내적 자유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우리는 외적 자유에 매우 취약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內外는 상호 연결되어 있어 외적 자유가 부실하면 내적 자유도
변변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므로 절대 소홀히 할수 없는 부분이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는 회장이란 분이 늘상 강조한게 "본업에 충실하라"였다.
회사원이 본업에 충실하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 회사가 좋아지고 그 다음에 사원도 나쁠건
없겠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본업만 충실하면 행복해 지는가? 약사가 약국만 충실하면
저절로 행복이 찾아 오는가? 국민들이 자기 일에 충실하면 국가와 국민이 건전해 지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곧 모두가 행복해 지는것 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본업에 충실하지 않은 행복은 실재하기 힘들다. 따라서 본업과 행복지수는 필요
충분 조건이 될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것이다. 뭐가 됐든 행복은 긍극에 인간의
자유가 동반 되어야 빛이 난다는 의미다.
자유도를 높이다 높이다 아예 약국이란 울타리를 튕겨져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전자궤도를 이탈한 전자가 다른 궤도로 가서 결합하는 꼴이다. 허나 99.9%의 약사들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우린 그렇게 직업 자체의 자유도가 높은 불안정한 직업군이 애초에
아니기 때문이다. 해서 그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 아무리 높여봤자 약국을 맴돌기
때문이다.
뱅쿠버 포트무디 요트장 2012.8
약국을 열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위와 같은 생각을 했다. 무려 20년도 훨씬 전 이다.
뭔가 해보고 싶었다. 무엇을 해보면 내가 좀 자유롭게 되는 걸까? 아니 어떻게 하면
이 직업에서 나의 가치와 존재 이유가 빛이 나게 되는 걸까?
학창시절에 그토록 유행을 하던 테니스는 당시 돈이 없어 해 볼수가 없었다. 직장을
다니며 비로서 테니스 라켓을 잡아볼 수 있었다. 주말마다 등산도 많이 다녔다. 그것
들이 말하자면 자유도를 높이는 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약국을 하면서 골프를 알게 됐다.
탄력이 어마어마한 공이 푸른 하늘로 높이 날아 가는 걸 보며 난 가슴이 뻥 뚫어지는
해방감을 느꼈다. PGTCA 티칭 프로도 되었고 0.1%에 속한다는 싱글도 되었다.
국민 소득이 3만불 4만불 시대에는 요트,승마,자가용 비행기 같은 것들이 등장한다
했다. 조금 기다리면 이 나라에도 곧 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자동차도 그렇게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스키도,노래 하기도,글 쓰기도,사진도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취미 활동을 열심히 하는게 자유도를 높인단 얘기냐? 라고
반문 하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취미 활동을 하며 여가를 활용하는 것만이 인생의 자유도를
높이고 자아 실현을 하는 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묵묵히 본업에만 충실
하며 사는 것이 삶의 전부라 말할 수도 없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바 있다.약국하면서 취미
활동만 한것도 아니다. 본업에 속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도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나름
열심히 해왔다. 따라서 '이것이 인생의 자유도요' 라고 한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판단은 각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 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덧붙여서 인생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보람이나 성취욕이 있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자신을 옧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와서는 곤란한 것이다. 높은 위치에는 도달
했지만 그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받고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따라서 자유도를 높인다는 것은 높여진 그것이 자기 자신을 구속하지 않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유란 한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높이되 무엇으로 부터의 얽매임이 적어야
하고 천정없는 하늘을 날듯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해 볼게 없다는 건 자유의 종말을 의미한다. 버킷 리스트를 운운할것도
없이 알프스 연봉을 올라보고 그곳에서 스키도 타 보리라. 티벳의 고산을 트레킹
하고 안데스 산맥에도 올라 보리라. 계림에서 골프도 쳐보고 황산 장가계는 물론
곤명도 다시 한번 가 봐야지.다가올 세대는 중국의 시대라 하지 않던가?
그러니 부지런히 이곳 저곳 다니며 견문을 넓혀야할 것이다.북유럽과 북미의
태고적 자연에도 가 봐야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석양을 바라보며
멋지게 건너 봐야지~
이와 더불어 최근 공부한 자연요법은 병의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무수히 많은 질병
들을 치유의 길로 인도한다. 분업하에서 대다수의 약사들이 처방 조제에 일생을
바치는 이때에 제 3의 영역에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음에 나는 무한한
감사와 약사됨의 보람을 극도로 느끼고 있다.이것은 본업의 곁가지에서 자유도를
높이는 중요한 부분임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일생을 보내는 우리지만 내면적 성장은 무한히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연의 빈약함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실은 자칫 잘못 하다가는 내외 모두
부실하게 일생을 마칠 공산이 아주 큰 직업이다.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틈만 나면 여행만
다니는 여행 증후군에 속하는 이들도 있지만, 균형이 있어야 한다.外延의 확장에 못지않게
내면의 자유도가 잘 조화 되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세상 그 어떤 직업군도 무엇도
따를 수 없는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생의 자유도란 개념을 처음부터 가져야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되 언젠가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꿈이 아니라 부단한 자기와의 투쟁과 성찰이
병행 되어야만 상당 수준의 성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이다.
"인생 뭐있어? 없어!! "
이것은 民草들의 절규에 가까운 아우성이다. 허긴 억만장자도 고승도 철학자도
한결같이 "없어" 라고 외쳤다. 일찌기 성경 잠언에도
"헛되고 헛되도다"
라고 말했다. 그러니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 뭔가 있을듯 있을듯 한데 끝에 가서 보니
아무것두 없더란 말 아닌가? 하지만, 이건 아닌데,아닌데,하면서 하루가 저무는 인생!
그런 인생을 살 수는 없다.
그러니 후일을 기약말고 현재에 충실할 일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나중에
행복할리가 없잖은가?
단호히 "없어"라고 선언하는 순간 긍정의 불길이 활활 타오를 것이다.
어차피 없는 인생 그래 함 살아보자. 너무 아끼지 말고 너무 주저하지 말고 쓸데없이
욕심부리지 말고 내가 못하는것 부러워만 하지 말고 남이 잘한다고 시기 질투하지
말고 주어진 나의 자리에서 내가 할수 있는 최대의 자유를 누리고 이루어 내며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나는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없지만" 결국은 있게 되는 인생! 그렇다. 더 이상 넓힐 수 없을 만큼의 자유도의
정점에서 없을거 같던 인생이 있음이 되는 그런 삶,
그 무지개 같이 피어 오르는
꿈을 가슴에 안고 한번 멋지게 살아 보자.
마곡사의 가을 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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