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햇빛이 나대지 않는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 앉는다

 

인적도 없다

개도 짖지 않는다

고개숙인 벼가 삼단 머리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하고 있다

 

논둑을 걸어 간다

신발 아래 흙이 스르륵 무너진다

갈 길을 막던 메뚜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 가을을 먹는다

가을의 하늘을 품는다

누런 벼의 색감을 눈에 넣어 본다

벌써 논두렁의 반은 베어지고 없다

 

가을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들판의 가을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코스모스도 씨가 여물기 시작한지

벌써 한참 지났다 

 

 

이제 딱 한달 남았다

 

10월 한달이야말로 1년중 가장

눈부신 달이다

 

다른 계절 두달인들 시월 한달과 바꾸랴!

 

도시인의 80%는 아마도 벼가 익는지

베어지는지 모르고 지날것이다

 

그들에게 벼를 심고 가꾸고 추수하는 농민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들판에 나갈 사람은 나갈 것이고 도시의 아스팔트와

아파트에 갇혀 지낼 사람은 또 그렇게 살 것이다

 

 

해가 진다. 지는 해에 코스모스가 후두둑 흔들린다

어둡기 전에 셧터를 재빨리 누른다

 

어두워진 백암 뒷길을 30키로로 천천히 달린다

앞 뒤 차가 없는 이런 길을 달리는 건 축복이다

 

창문을 연다. 시골의 밤 냄새가 스며 든다

길 옆에 적당히 자란 코스모스, 풀, 논 둑의 벼,

띄엄 띄엄 어둠속에 서 있는 집 들^ 

 

콩 냄새,벼 냄새, 풀 냄새, 코스모스 냄새, 들깨 냄새

특히 고추 익어가는 냄새~

 

그리고 땅 냄새, 마을 냄새, 산 냄새가 몽땅

합쳐져 차 안으로 들어 온다 

 

 

 

아주 천천히 될수록 천천히 달린다

학일리를 거쳐 문수 산을 지나 이동을 거쳐

집으로 간다^ 

 

 

아무튼,

 

나에겐 이런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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