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중 단연 주목을 받는건 역시 단풍나무다
세상없는 단풍이라 해도 단풍나무의 화려한 색감 옆에 가면
그 아름다움이 일순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단풍나무 혼자 제 아무리 뽐내봐야
이것저것 어우러진 단풍에 비하면 그리 자랑스러울것도 없다
형형색색~ 이란 말이 있잖은가? 가을 단풍의 묘미는 이처럼
여러 수종과 칼라가 적절히 어울려질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동네를 잠깐 걷다가 벛나무 잎이 변해가는걸
바라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벛 나무는 봄에 피는 꽃도 아름다울까?
반대로 봄에 피는 벛꽃이 그닥인 나무는 가을 단풍잎도 시원찮을까?
아니면 봄 벛꽃은 이쁘지만 가을 단풍색은 별볼인것도 있을까?
마지막으로 봄 벛꽃이 시원찮지만 가을의 단풍은 화려한것도
있을까?
"아니 시국이 어느땐데 까짓 벛나무 낙엽이 어쩌고 저쩌고 그딴
생각이나 하쇼? " 허긴 내 친구 몇몇도 자나깨나 나라걱정에 한숨
을 쉬며 우국충정에 좌 불안석인 사람도 있긴하다^ 허나 뭐 나라가
금세 망할것 같지는 않으니,, 아니 무슨 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셔? 라고
묻는다면 그렇게 쉽게 망할 나라 같으면 벌써 사라졌지, 5000년이나 모질게
버틴 이유가 뭔가 있을것 같아서라고!! ㅎㅎ
좌우지간 벛나무 단풍과 그 잎에 대해 잠시 머리를 식혀나 봄세!
우선 벛꽃이 어느것이 더 이쁘고 안 이쁜지는 아직 확연히 구별을 못
해 봤으니 내년봄에 관찰키로 하고, 대략 오래된게 이쁘고 몇년 안된 신삥
은 별로 꽃이 안 이쁘다는거~ 꽃은 그렇지만 지금 떨어지는 낙엽은 분명히
구별을 할수 있을거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일단 과학적 분석으로 현상
을 바라다 보려는 이와 문학적 감성적 접근을 하는 이로 나뉘어 진다
분당 정자동 2016년,벛나무
과학적 분석이란건, 나무의 수종,서있는 장소의 수분 여부, 개울가냐, 동네
지하에 주차장이 있는 토질이 부실한 곳이냐, 바람의 방향, 햇빛, 나무의 수령
이런것에 좌우될거라는 분석부터 하는것이다. 그러니까 벛나무의 단풍은
전적으로 그런 결과에 따른것이니 그것이 예쁘건 안 예쁘건 그닥 새로울게
없다는 눈으로 보는것이다
한편 문학적 감성적 접근을 하는 이는 앞서 올린 예처럼 꽃이 이쁜게 낙엽도
이쁠까? 즉 꽃과 낙엽에 상관관계는 없는걸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인생에
이를 비유하면 초년에 잘 나가던 이가 노장년에도 잘 나갈까? 또는 그 반대로
초년끝발이 개끝발이 되는건 아닐까? 젊어 금수저가 노년에 흙수저로 되는
수도 있을까?
뭐가 됬건 나중이 창대한것이 초창기의 화려함보다 더 나은건 아닐까?
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암튼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일부터 유심히 벛나무 잎의 색감과 그 떨어진
낙엽을 찬찬히 살펴 보시고 만일 그것이 이쁘고 화려하면 내년 봄에 과연
멋진 꽃이 피는지 관찰해볼 일이다. 괜찮지 않은가? 내년봄의 숙제가 하나
생겼으니 기나긴 겨울이 무료하지 않을 작은 이유를 만든셈이니까.
분당 중앙공원 개울가의 벛나무
그 옛날 천둥 번개의 이유를 몰랐을때는 그것이 하늘의 노여움으로 알았다
해서 죄가 많은 인간을 벌하는 천상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태풍도
마찬가지고, 홍수도 가뭄도 다 그렇게 알아 먹었다. 그러다 과학의 발전으로
그 이유를 다 알게 되었다. 허나 계수나무 아래 은도끼 방아를 찟는 토끼 한
마리의 달이 전혀 사실이 아닌것으로 밝혀진것이 과연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을 무지와 혼돈에서 구출한 일등 공신인건 분명하지만,
매사를 다 과학적으로만 세상을 봐서는 곤란한게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종교는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대척점에 서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정부분의 신화가
덧붙여지는 동반자가 되어야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들은 이번 가을 어떤 단풍을 보기를 원하시는가?
은행나무인가? 참나무인가? 느티나무인가? 단풍나무인가? 늘씬하게 쭉 커
올라간 메타세퀘어인가? 아니면 벛나무인가? 혹은 누런색감이 은은한 자작
나무인가?
분당 정자동의 벛나무 단풍
그러나 대부분의 단풍은 봄철에 화려한 꽃을 동반하는게 없다. 아마도 벛나무
가 거의 유일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꽃도 아름다운데 가을 단풍까지도
아름다운 벛나무는 여러 나무들의 시샘과 부러움을 함께 받을듯 하다 . 그것은
마치 얼굴도 이쁜데다 남편 복에 자식 복까지 뒤집어 쓰고 사는 여인네와
같다고나 할까?
봄에 화려한 복숭아 배 살구 앵두 사과 등이 어째서 가을에 허접한 자취만 남기고
사라지는지는 과학으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부분일게다. 여름 가을에 걸쳐 충실한
열매를 생산해 냈으니 그 임무를 다했을 뿐 아니라 가을 낙엽까지 이쁘게 하고
떠나야할 사명까지는 없다고 봐야할까? 헌데 그중에 딱 하나 예외가 있으니
바로 벛나무라고 나 자신은 파악하고 있다
한잎두잎 마치 옷을 벗어 놓은것같은 벛나무 낙엽!
그것이 바로 올해 단풍과 낙엽으로 여행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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