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소리를 내지 않는다

햇빛이 나대지 않는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 앉는다

인적도 없다 개도 짖지않는다

고개숙인 벼가 삼단 머리처럼 머리를

조아리고 기도하고 있다

 

 

논둑을 걸어 간다

신발 아래 흙이 스르륵 무너진다

갈 길을 막던 메뚜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 가을을 먹는다

가을의 하늘을 품는다

누런 벼의 색감을 눈에 넣어 본다

 

 

벌써 논두렁의 반은 베어지고 없다

가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들판의 가을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코스모스 씨가 여물어 간지도

벌써 한참이 지났다 

 

 


2019.9.28 백암

 

이제 딱 한 달 남았다

 

10월 한달 이야말로 1년중 가장 눈부신 달이다

다른 계절 두 달인들 시월 한 달과 바꾸랴! 

 

 

도시인의 80%는 아마도 벼가 익는지

베어지는지 모르고 지날 것이다 

 

그들에게 벼를 심고 가꾸고 추수하는 농민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들판에 나갈 사람은 나갈 것이고

 

도시의 아스팔트와 아파트에

갇혀 지낼 사람은 또 그렇게 살 것이다

 

그렇다! 뿐이다

 

이토록 멋진 풍광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

해돋이가 좋네, 일몰이 장관이네,, 꽃무릇이 어떠네

하지만, 씨 뿌려 고개숙인 이런 들판을 보는 것만 할까?

 

물론 자연은 그 어느것도 다 멋지지,,

나 또한 풍광을 차별하며 보지는 않는다!

 

이날 조비산에 있는 조천사도 찾았다. 근처를 수없이

지나 다녀도 선뜻 들어가 보기가 힘들었던 곳이다

 

 

삼신각과 대웅전만 있는 단촐한 절
비구니 스님은 도토리 말리기에 열중이시다
색감이 고운 구절초

 

근처에 있는 반계 유형원 선생의 묘소 
입구에 차를 세우고 500 여 미터의 산길을 급하게
올랐다가 정말 숨이 차서 돌아가시는줄 알았다
백암시내로 그 유명한 순대국 저녁을 먹으러 부랴부랴
내려 오는데, 어느 작은 교회당에 이렇게 코스모스가!
 

 

 

멀리 구봉산에 해가 진다^

 

백암에 사는 옛 시골 동창을 만나 밥을 먹고

어두워진 길을 천천히 달려 본다

 

해가 진다. 지는해에 코스모스가 후두둑 흔들린다

어둡기 전에 셧터를 재빨리 누른다 어두워진 백암

뒷길을 30키로로 천천히 달린다 앞 뒤 차가 없는 이런

 길을 달리는건 축복이자 행운이다

 

창문을 연다. 시골의 밤 냄새가 스며든다 

 

길 옆에 적당히 자란 코스모스, 풀, 논둑의 벼, 띄엄띄엄

 서있는 집들^  콩 냄새,벼 냄새, 풀 냄새, 코스모스 냄새,

들깨 냄새, 고추 익어가는 냄새 그리고 땅 냄새, 마을 냄새,

산 냄새가 몽땅 차 안으로 밀려 들어 온다

 

아주 천천히 될수록 천천히 달린다 학일리를 거쳐

문수산을 지나 이동을 거쳐 집으로 간다^ 

 

나에겐 이런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꽃,풍경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암의 들판 --(2) 10.3   (0) 2019.11.07
여주 cc 의 여명  (0) 2019.10.21
여름 배롱나무 와 갑사   (0) 2019.08.07
능소화 - 약국 동네   (0) 2019.06.26
잠실 롯데 타워의 야경   (0) 2019.06.04

+ Recent posts